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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기도 모르는 진짜 영어] serendipity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768호 39면

진짜 영어 12/25

진짜 영어 12/25

크리스마스가 배경인 영화 중에 ‘세렌디피티’가 있다. 남녀 주인공이 크리스마스이브에 우연히 만나 서로에게 반한다. 각각의 삶을 살며 다른 사람을 만나면서도 서로에 대한 생각을 떨칠 수 없었던 두 사람은 7년 후 또다시 우연히 만난다.

세렌디피티(serendipity)는 의도하지 않았는데 얻게 된 행운이나 예상치 못한 성공을 가리키는 말이다. luck이나 chance라고 써도 비슷한 뜻이 되지만, 이런 단어들은 상황에 따라 나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세렌디피티와는 조금 다르다. 세렌디피티는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경우에만 쓴다.

대표적인 serendipity는 아르키메데스가 목욕탕에서 밀도 측정법을 생각해 낸 것, 접착력 강한 풀을 만들려다 실패하고 나온 포스트잇, 배양접시 관리 소홀 덕분에 발견한 페니실린 등이 꼽힌다. 과학계의 중대 발견 중 30~50%는 이처럼 우연한 사고, 혹은 세렌디피티의 순간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콜럼버스는 인도에 가려다 신대륙 아메리카를 발견했다.

그런데 이 세렌디피티를 다른 사람보다 자주 만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좀처럼 못 만나는 사람도 있다. 세렌디피티를 자주 만나는 사람을 세렌디피티스트(serendipitist)라고 한다. 세렌디피티스트들의 특징을 조사한 크리스티안 부슈의 저서 『세렌디피티 코드』에 따르면 이들은 예기치 못한 상황을 받아들이고 이를 기회로 활용하는 사람들이다. 일이란 원래 계획대로 되지 않는 법이다. 늘 예상치 못한 복병이 나타나게 마련이다. 세렌디피티스트들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고 해서 화내거나 포기하지 않고, 이런 상황의 잠재적인 가치를 알아보고 행동한다. 열린 마음과 솔직한 태도, 유연한 자세를 갖고 있다. 또 많이 노력한다. 다른 사람들과 자연스런 만남을 갖는 것도 세렌디피티를 만날 확률을 높인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유명 IT기업마다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도록 공간을 배치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마존을 창업한 제프 베이조스는 “There’ll always be serendipity involved in discovery”라고 말했다.

세렌디피티는 18세기 영국 작가 호레이스 월폴(Horace Walpole)이 만든 단어다. 세 왕자가 등장하는 페르시아 우화(The Three Princes of Serendip)에서 이들은 우연과 지혜를 통해 미처 몰랐던 사실을 발견하고 성숙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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