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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설산·고원의 역사와 문화 탐사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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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8호 21면

변방의 인문학

변방의 인문학

변방의 인문학
윤태옥 지음
시대의창

“성 쌓는 자 망하고 길 떠나는 자 흥하리라”는 격언처럼 가진 것이 많아지면 지키는 데만 급급해지기 마련이다. 따라서 언제나 변화의 바람은 중원의 황제가 호령하지 못하는 척박한 변방으로부터 불어왔다. 아시아 역대 국가 중 가장 넓은 영토를 차지했던 원나라는 황량한 북방에서 내려온 칭기즈칸과 그 후예가 세운 나라다. 오랑캐라고 멸시를 받던 변방의 만주족은 중국의 마지막 통일왕조 청나라를 이룩했다. 십수 년 동안 중국 각지를 종횡무진 누벼온 저자가 목격한 변방의 창조성이 이 책에 담겨있다.

작가의 여행은 서역에서 시작해 신장, 만주 등 중국 변방 곳곳을 훑는다. 사막과 초원, 설산과 고원이 펼쳐진 아득히 넓은 지역을 이동하는 고된 여정이다. 이 거친 자연에 말랑한 인문학이 끼어들 틈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 황량함을 음미하다 보면 변방에 축적된 철학, 언어, 역사가 만져진다. 서역에 위치한 알타이산맥 주봉은 중국, 몽골, 러시아 세 나라의 접경이다. 그 주봉을 바라보는 저자가 알타이어족에 우리말이 속한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언어의 탄생과 이동을 이야기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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