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블록체인·NFT 활용” 웹 3.0 플랫폼 개발 경쟁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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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8호 14면

3세대 인터넷에 꽂힌 IT 기업

삼성전자는 최근 스타트업 투자 자회사인 삼성넥스트를 통해 미국의 스타트업 미스틴랩스에 투자했다. 15일(현지시간) 미스틴랩스에 따르면 삼성넥스트는 3600만 달러(약 425억7000만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 참여사 중 한 곳이다. 미스틴랩스는 메타(옛 페이스북)의 암호화폐 지갑 ‘노비’의 엔지니어들이 퇴사 후 9월 창업한 스타트업으로, 이른바 ‘웹(Web·인터넷에 연결된 사용자들이 서로의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공간) 3.0’ 인프라 개발에 나서고 있는 회사다.

카카오에서는 최근 남궁훈 카카오게임즈 대표가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으로 이동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웹 3.0에 무게를 둘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래이니셔티브센터는 카카오 공동체의 미래 10년을 준비하는 조직으로, 남궁 센터장은 ‘웹 3.0’을 통해 미래 먹거리 발굴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카카오의 기술과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결합한 메타버스 플랫폼을 구상할 것으로 업계는 점친다.

국내 IT 기업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들도 대거 웹 3.0 투자에 나서고 있다. 세계 최대 IT 기업인 구글은 최근 블록체인 전문기업 대퍼랩스와 손을 잡았다. 웹 3.0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전략적인 선택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회사명을 메타로 바꾼 페이스북도 일찌감치 웹 3.0에 눈독을 들여 온 회사다. 사명을 바꾼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소셜미디어 회사에서 메타버스 기업으로 변화해 웹 3.0 시대를 선점한다는 전략이다. 디지털 결제 기업 스퀘어도 비슷한 이유로 블록(Block)으로 이름을 바꿨다.

요즘 IT업계에서는 ‘웹 3.0’이 이슈다. 미국 자산운용사 그레이스케일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웹 3.0 분야 투자 자금만 18억 달러(약 2조1300억원)에 이른다. 그레이스케일은 보고서에서 “웹 3.0이 새로운 투자 물결을 불러 일으켰다”고 밝혔다. 3세대 인터넷을 의미하는 웹 3.0은 이른바 ‘탈중앙화’ 기반의 상호 연결된 가상공간이다. ‘웹 1.0’에선 정보를 읽을 수만 있었고, ‘웹 2.0’에선 정보를 읽고 쓸 수 있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러나 웹 3.0에선 읽고 쓰는 것은 물론 소유(Read-Write-Own)도 할 수 있다. 미국의 벤처캐피탈 안드레센 호로위츠는 웹 3.0을 “개발자와 사용자가 함께 소유하고 조율하는 인터넷”이라고 정의한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웹 1.0 시대는 넷스케이프와 이베이, 웹 2.0 시대는 페이스북과 유튜브, 구글 등이 대표적인 성공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웹 3.0의 개념은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기술 발전 속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해 업계에선 ‘미지의 세계’로 남아 있었다. 이학무 미래에셋증권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몇 년 새 블록체인 기술과 대체불가능한 토큰(NFT), 메타버스가 등장하면서 웹 3.0의 시대를 앞당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웹 3.0과 웹 2.0의 가장 큰 차이는 해당 콘텐트를 소유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웹 2.0에선 서비스 사업자의 정책 변경이나 전산 오류, 해킹 등으로 콘텐트가 사라지거나 삭제되면 소유권을 주장하기 애매한 부분이 있다. 예컨대 우리가 흔히 읽고 쓰는 블로그만 해도 서비스 제공자의 폐업이나 해킹 등으로 블로그 자체가 통째로 삭제된다면 블로그에 쓴 글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기 애매해진다. 이를 두고 미국 벤처캐피탈 버라이언트펀드의 리진 공동창업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웹 2.0에선 창작자들이 빌린 땅에서 사업을 키워나가는 것이다.” 반면 기술적으로 해킹이 쉽지 않은 블록체인 기술과 NFT가 결합한 웹 3.0에선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웹 3.0이 보편화하면 어떤 변화가 찾아올까. 가장 큰 변화는 인터넷상에 콘텐트를 올리는 서비스 사용자와 이를 이용해 수익을 내는 플랫폼(서비스) 업체 간 구분이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유튜브를 예로 든다면, 동영상을 촬영해 올리는 ‘서비스 사용자’와 이들이 올린 콘텐트로 수익을 내는 ‘구글’ 간의 명확한 경계선이 사라진다는 얘기다. 웹 3.0에서는 블록체인이 서버 역할을 하기 때문에 구글이 유튜브 서비스를 종료해도 서비스의 기반이 되는 블록체인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콘텐트는 없어지지 않는다. 특히 창작 콘텐트 자체가 NFT인 덕분에 소유자 외에는 복사나 수정도 불가능하다. 수익 역시 사용자가 온전히 가져갈 수 있다.

웹 2.0에서 사용자는 서비스 업체가 정한 비율만큼의 광고 수익만을 가져갈 수 있었다. 이 같은 이점이 있지만 웹 3.0이 보편화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 계정을 통해 “웹 3.0은 실체가 없는 마케팅 용어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청사진만 난무하고 실체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웹 3.0의 실체가 명확하지 않다보니 일부 개인 투자자들은 웹 3.0 자체보다는 웹 3.0과 관련된 암호화폐에만 관심을 보이고 있다.

웹 3.0 시대를 주도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암호화폐 이더리움은 올해 초 대비 500% 이상 상승했다. 위정현 중앙대 교수(경영학)는 “웹의 개념이 탈중앙화로 변한다는 전망이 맞는지는 현실에서 사업 모델이 어떻게 자리 잡는지 지켜봐야 하는 부분”이라며 “빅테크 기업이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면 관련 기업의 주가나 암호화폐 몸값이 급등하는데 실제 사업 모델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허상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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