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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사면, 춤이라도 추겠다" 울먹…'누이' 열창한 지지자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대통령님이 돌아왔다!”

2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앞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 축하 및 건강 기원 집회(제215차 태극기집회)에서 지지자들이 박 전 대통령 얼굴이 그려진 손 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2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앞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 축하 및 건강 기원 집회(제215차 태극기집회)에서 지지자들이 박 전 대통령 얼굴이 그려진 손 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이 결정된 24일. 우리공화당은 이날 오후 5시 30분부터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앞 도로에서 박 전 대통령 석방 축하 및 건강 기원을 위한 제215차 태극기집회를 열었다. 이른 오전부터 박 전 대통령이 입원한 병원 앞으로 몰려든 지지자들은 저녁 늦게까지 자리를 지켰다.

집회 측 준비한 299석 가득 차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 등이 무대에 올라 박근혜 전 대통령 관련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장윤서 기자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 등이 무대에 올라 박근혜 전 대통령 관련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장윤서 기자

이날 오전 10시 병원 앞에서 만난 지지자 60대 A씨는 “이따가 오면 자리가 없을 거 같아 일찍 나왔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집회가 시작되는 오후 5시가 가까워지자 병원 주변은 북새통을 이루기 시작했다. 병원 정문 건너편 횡단보도에는 “박 전 대통령님 빠른 쾌차 소원합니다. 사랑합니다” 등과 같은 문구가 적힌 현수막 5개가 내걸렸다. 빨간색과 파란색 풍선도 하늘을 향해 높게 띄워졌다.

집회 예정 15분을 남겨두고 집회 측이 준비한 의자 299석은 참석자들로 가득 찼다. 신고 인원 299명이 넘어서면서 약 200명은 길 건너에 자리를 잡아야만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자만 의자에 앉도록 했다는 게 주최 측 설명이다.

지지자들은 벅차오르는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경기도 연천에 산다는 정분교(72)씨는 “이날 집회에 오려고 버스를 타고 4시간 걸려 서울에 왔다”며 “춤이라도 추고 싶을 정도로 정말 기쁘다. 날아갈 듯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 지지자 이모(75·경기도 평택)씨도 “사면 됐다는 보도를 보고 무작정 찾아왔다”고 말했다. 한 80대 여성은 “비가 오거나 눈이 왔어도 달려왔을 것”이라며 “대통령님의 사면만을 기다려왔다. ‘대한민국 만세’다”라며 울먹거렸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는 오후 5시 30분쯤 무대에 올라 “불법 탄핵의 진실을 밝히고 박 전 대통령 명예 회복 운동을 전개하겠다”며 “박 전 대통령께서 하루빨리 쾌유하셔서 국민의 손을 잡아달라”고 말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에게 45년을 구형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거짓 음해로 박 전 대통령을 공격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반드시 사과하도록 할 것”이라고도 했다.

트리 점등하고 트로트곡‘누이’ 열창

2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앞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 축하 및 건강 기원 집회(제215차 태극기집회)에서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뉴시스

2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앞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 축하 및 건강 기원 집회(제215차 태극기집회)에서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뉴시스

크리스마스 이브인 이날 집회를 주최한 우리공화당 측은 캐럴을 틀며 박 전 대통령의 사면 소식을 반겼다. 산타 모자를 쓰거나 크리스마스 트리 색깔인 초록색 마스크를 낀 이들도 있었다. 분위기가 점점 고조되면서 일부 지지자는 “집회하려고 온 사람들을 왜 막느냐. 방해하지 말라”며 병원 관계자에게 언성을 높이는 상황도 벌어졌다. 이런 모습을 휴대전화 카메라를 통해 생중계하는 지지자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날이 어두워지자 집회 참가자들은 스티로폼 야광봉을 흔들며 트로트 곡 ‘누이’를 열창하기도 했다. 무대 뒤로는 박 전 대통령의 영상이 지나갔다. 마지막 순서인 트리 점등식에서 트리에 불이 켜지자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성탄절과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을 기념하는 식순이었다. 집회는 종료 예정 시간을 40분쯤 넘긴 오후 7시 40분쯤 끝이 났다.

경찰 경력 200여 명 투입 

이날 집회에 지지자 수백 명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경찰은 집회 인파와 일반 통행을 구분 짓는 저지선을 만들기도 했다. 우리공화당 관계자는 “최종 집계 전이지만 이날 500명은 온 거 같다”고 말했다. 경찰 경력은 약 200여명이 투입됐다. 집회가 2시간 넘게 이어지면서 주변 교통은 혼잡을 빚었고 일부 시민은 불편을 겪기도 했다. 길을 지나던 김모(17)군은 “지나다니는 데 너무 불편하다”며 “코로나19 시국에 다 같이 덩실덩실 춤추는 게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우리공화당 측은 성탄절인 25일에는 서울 지하철 2호선 시청역 인근에서 매주 해오던 태극기집회를 연다고 밝혔다. 우리공화당 관계자는 “성탄절에는 평소보다 많은 지지자가 모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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