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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에 깜짝 성탄 선물? 법원 "동양대PC 증거 인정 안한다" 왜[法ON]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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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일 오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자녀 입시비리'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오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자녀 입시비리'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 재판부는 동양대 조교가 임의제출한 PC와 김경록씨가 임의제출한 PC 등에서 나온 증거는 모두 채택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성탄 전날인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1부(부장 마성영·김상연·장용범) 심리로 열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입시비리 혐의 등 1심 재판에서 깜짝 발표가 있었습니다. 원래 예정돼 있었던 최강욱 의원에 대한 증인신문이 취소되고 재판을 마치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던 때, 조 전 장관 변호인 측이 치열하게 주장해온 ‘위법수집증거’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이 나왔습니다.

약 40분 만에 짧게 끝난 이날 재판이지만 앞으로 재판의 향방을 좌우할 재판부의 판단이 고지된 점에서 중요한 재판이었는데요. 이날 재판부의 결정은 조 전 장관에 얼마나 큰 크리스마스 선물 보따리가 될까요. 중앙일보 디지털 법정 라이브 [法ON]에서 풀어보겠습니다.

“증거 채택하지 않겠다”는 PC 하드…무슨 자료 담겼나  

재판부가 언급한 증거는 동양대 조교가 제출한 강사휴게실 PC의 하드디스크와 자산관리사 김경록씨가 검찰에 제출한 조 전 장관의 자택 서재 PC 하드디스크, 조 전 장관 아들 PC의 하드디스크 등입니다. 모두 소유자가 아닌 제삼자가 영장 없는 임의제출 형식으로 검찰에 제출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앞서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딸 조민씨 입시비리 및 사모펀드 의혹 1·2심에선 변호인 측 위법수집증거 주장에도 불구 모두 증거로 채택됐던 것인 데 남편 조국 전 장관 1심에선 증거 능력이 없어지게 된 겁니다.

이 하드디스크와 SSD(디지털 저장장치)에는 어떤 내용의 자료들이 있길래 이 재판에서 중요한 걸까요. 정 교수 재판에서도 증거로 채택된 동양대 강사휴게실 PC 저장장치에 담긴 자료는 조 전 장관 부부의 자녀 입시비리 관련 자료가 대거 담겨있습니다. 정 교수 1심 판결문에 따르면 강사휴게실 PC에서는 동양대 총장 표창장 위조 관련 자료 외에도 딸의 아쿠아팰리스 호텔 인턴십 확인서와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십확인서 등이 나왔습니다. 또 아들의 대학원 자기소개서 등도 나왔습니다.

입시비리 혐의 관련 자료만 있는 건 아닙니다. 김씨가 임의제출한 저장장치에는 공직자윤리법 위반 관련 자료가 포함됐습니다. 조 전 장관 부부는 주식 백지신탁의무를 불이행하고 차명 주식을 보유하는 등 공직자윤리법을 위반했다는 의심도 받고 있는데요. 김씨 제출 하드 등에는 조 전 장관 가족간 자금 관리 관련 메시지 등이 포함됐습니다. 변호인은 “방대한 자료가 5~6개 저장장치에 흩어져 있고, 한 혐의에 여러 개의 PC에서 나온 증거가 함께 사용된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재판부 “지난달 대법 전합 판례 취지 따라 해석”

재판부는 검찰 측에 다소 뼈아픈 말도 남겼습니다. 지금껏 검찰은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인 조범동씨 재판, 김경록씨 재판 등에서 동양대 PC에서 나온 증거가 사용됐고, 대법원이 이 재판의 유죄를 확정했으니 같은 증거 사용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펴왔습니다.

하지만 이날 재판부는 “해당 재판에서는 실질적 피압수자의 참여권에 대한 쟁점은 전혀 다퉈지지 않았고, 이전 재판으로 대법원에서 적법성을 확인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못박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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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지난달 18일에 나온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도 재판부 판단의 근거가 됐습니다. 지난달 대법원은 불법촬영 피해자가 피의자의 휴대전화를 수사기관에 임의제출한 사건에서 피의자의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았다면 위법한 압수수색이라는 취지의 판결을 했습니다. 재판부는 이 판례에 대해 “전합 판결의 취지는 공범인 제삼자가 임의제출한 경우에도 실질적인 피압수자인 피의자의 의사를 추단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판단된다”고 해석했습니다.

조국 측 “재판에 지대한 영향 미칠 것”

수년간 이어진 정 교수 1ㆍ2심은 물론 조 전 장관 재판에서도 같은 주장을 펼쳐온 변호인 측은 이날 재판부 결정에 대해 “정 교수 재판에서도 이런 판단이 나왔어야 한다”며 반색을 내비쳤습니다.

조 전 장관 측 한 변호인은 재판 이후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재판부의 결정은 추후 진행될 재판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물론 증거능력을 인정하냐 여부와 조 전 장관 부부의 유ㆍ무죄 판단이 곧바로 이어진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형사재판에서는 검사가 적법한 증거로 엄격한 증명 책임을 가지는 만큼 재판부가 채택하지 않겠다는 증거를 모두 제외하고도 얼마나 공소사실을 입증할 수 있느냐가 중요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기습판단ㆍ잘못된 판례 확장” 반발한 檢

반면 검찰은 재판부 결정에 강력히 반발했습니다. 재판장의 고지가 끝나자 바로 이의제기를 했습니다. 검찰은 “재판부가 전합 판례의 취지를 오해하고 있는 것 같다”며 전합 판결은 이 사안과는 다른 특수성이 있다는 주장을 했습니다. 전합판결에서 제출된 휴대전화는 실소유자 누군지 바로 알 수 있었던 사례지만, 동양대 휴게실 PC는 오랜 시간 방치돼 실소유자를 알 수 없었고, 분석을 하다 보니 정 교수가 쓰던 걸 알았단 겁니다.

검사는 “정 교수는 재판에서 본인은 해당 PC를 사용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는데, 검찰이 어떻게 통지를 하고 포렌식 참여권을 보장해줘야 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재판부 결정에 대해 “사실상 불가능한 절차를 요구하는 것”이라며 전합 판례를 위법하게 확장한 부당한 결정이라고 맞받았습니다.

이에 더해 검찰은 이날 재판부의 결정이 ‘기습판단’이었다며 절차적인 관점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통상 재판에서 위법수집증거에 대한 양측 공방이 이뤄지면 증거능력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은 판결에 포함돼 제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지난 기일에 관련 공방에 대해 양측 의견을 내기로 했고, 아직 검찰 측 의견을 내지도 않았는데 기습적으로 결론을 낸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재판부 판단에 대한 이의신청서를 신속히 접수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조국 전 장관의 1심 재판부가 성탄 전야에 내린 동양대PC 증거 불인정 결정이 새해에 조 전 장관 1심 유·무죄 판단뿐 아니라 이미 부인 정경심 전 교수의 1·2심 유죄를 상고심에서 뒤집는 계기가 될 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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