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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특사' 이목 쏠릴 때…이석기, 전자발찌 차고 나왔다

중앙일보

입력

박근혜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 소식에 이목이 집중된 24일 오전, 내란선동죄 등으로 수감 중이던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도 성탄절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이 전 의원은 이날 오전 10시쯤 대전교도소를 걸어 나오며 두 손을 번쩍 들었다. 산타 복장을 갖춰 입고 교도소 앞에 기다리던 지지자들은 “이석기” 이름을 연호하며 꽃다발을 전달했다. 이어 카메라 앞에 선 이 전 의원은 “저 문 하나 나오는데 아홉 번의 겨울을 거쳤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은 너무 오래 걸렸다고 불만을 토로했지만, 박 전 대통령 사면 분위기에 이 전 의원 가석방을 끼워 넣었다는 비판이 거세다.

대전교도소에서 이석기 전 의원이 지지자들에게 꽃다발을 받고 있다. 2021.12.24 [뉴스1]

대전교도소에서 이석기 전 의원이 지지자들에게 꽃다발을 받고 있다. 2021.12.24 [뉴스1]

전자발찌 차고 나온 이석기 "사면 아니라 통탄스럽다" 

이 전 의원은 통합진보당 RO(혁명조직) 사건으로 2013년 9월 구속돼 2015년 1월 대법원에서 북한의 대남혁명론에 동조해 내란을 선동한 혐의로 징역 9년을 확정받고 지금까지 8년 3개월째 수감 중이었다. 추가로 2019년 3월 선거홍보업체에서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도 징역 8개월 유죄가 확정돼 가석방이 없었다면 2023년 5월 만기출소 예정이었다.

이 전 의원은 가석방되면서 “악랄한 정권에서 말 몇 마디로 저를 감옥에 넣은 사람(박 전 대통령)이 사면되고, 그 피해자(본인)는 가석방 형식으로 나와 통탄스럽다”며 “정말 사면받아야 할 사람이 누구겠나”라고 말했다. 수감시설에서 나오는 것은 같지만, 형 집행을 면제하고 복권하는 사면과 달리 가석방은 형 집행 일시 중단에 가깝다. 정치인에게 치명적인 피선거권 박탈도 사면은 회복되지만, 가석방은 남은 형기와 자격정지 기간 동안 그대로 유지된다.

특히 이 전 의원은 가석방 심사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부착한 채로 가석방됐다. 지난해 8월 개정된 ‘전자장치 부착법’에 따라 가석방돼 보호관찰을 받는 사람은 가석방 기간 동안 전자발찌를 부착해야 한다. 특별히 보호관찰 심사를 통해 부착을 면제받지 않는 한 전자발찌를 부착하는 것이 가석방 조건이다.

이 전 의원은 전날 밤만 해도 전자발찌 부착 거부 의사를 밝혔지만 “가석방이 취소될 수도 있다”는 고지를 듣고 결국 동의했다고 한다. 이 전 의원은 보호관찰 대상자로 주거지를 이전하거나 1개월 이상 여행을 할 때는 미리 신고해야 하는 등 제약이 따른다.

또 가석방 기간 중 저지른 범죄로 금고 이상의 형이 선고될 경우 가석방이 취소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김재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은 “대통령 임기를 5개월 남겨두고 내린 결론마저 ‘사면·복권’이 아닌 ‘가석방’이라면 더욱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석기 전 의원이 대전교도소에서 출소해 지지자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1.12.24. [뉴시스]

이석기 전 의원이 대전교도소에서 출소해 지지자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1.12.24. [뉴시스]

"박근혜 사면으로 '이석기 가석방' 물타기"  

야당들과 법조계에선 이 전 의원 가석방에 정치적 의도가 깔렸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원일희 대변인은 “대선을 앞두고 소위 좌파 세력의 촛불 청구서에 굴복한 결과로 역사에 기록될 것”며 “이석기 전 의원은 한 번도 ‘주사파가 아니다’라고 부인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도 이날 오전 YTN 라디오에 출연해 “이 전 의원은 전혀 뉘우치지 않고 있다"며 "가석방 요건이 안 되는데도 국민의 저항을 막으려고 박 전 대통령 사면으로 물타기 한다"고 지적했다.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한변)은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벼랑 끝에 선 상황에서 깊은 우려를 표한다”는 성명을 냈다.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이 전 의원과 함께 통진당 RO사건에서 내란선동 혐의에 대해 유죄를 확정받았던 김홍열 전 통합진보당 경기도당 위원장(징역 5년), 이상호 경기진보연대 고문(징역 4년) 등 6명은 전원 형기를 끝까지 채우고 출소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이날 박 전 대통령 사면 근거로 “국민 대화합”을 내세웠지만, 내란선동 혐의가 유죄로 확정된 이 전 의원에겐 그와 같은 가치를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아직 박근혜, 이명박 정권 유력인사 출신 수형자에 대해선 가석방 사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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