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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25분 만나고 '베이징 보이콧' 발표한 日 기시다 총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23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를 25분간 만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가 하루 만에 베이징 동계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을 결정했다.
지난 6일 미국이 중국의 인권 탄압을 이유로 외교적 보이콧을 공식 선언한 이후 기시다 총리는 보름 넘게 "적절한 시기에 우리의 외교 관점 등을 고려해 국익에 따라 스스로 판단하겠다"는 말만 반복해 왔다. 21일 기자회견에서도 관련 질문에 "당분간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유지한 바 있다.

24일 베이징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방침을 밝힌 마쓰노 히로가즈 일본 관방장관

24일 베이징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방침을 밝힌 마쓰노 히로가즈 일본 관방장관

내년이 일·중 국교 정상화 50주년인 데다 직전 하계 올림픽 개최국가로서 정부 고위급 인사가 아무도 참석하지 않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 기시다 정부 내의 대체적인 흐름이었다. 외교적 보이콧의 명분인 중국 인권 문제에 대해 그동안 일 정부가 제제 결의안에 동참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됐다. 따라서 올 7월 도쿄 하계올림픽 때 중국에서 거우중원(苟仲文) 국가체육총국장이 방일한 만큼 일본 체육부장관에 해당하지만 일 정부조직 상 각료는 아닌 무로후시 스포츠청 장관(해머던지기 선수 출신) 정도를 보내는 안이 유력하게 검토됐다.
하지만 24일 일 정부가 발표한 최종 결론은 "정부 인사는 단 한 명도 가지 않는다"였다.
공교롭게도 전날 기시다 총리는 아베 전 총리의 의원회관 사무실을 찾았다. 교도통신은 "아베 전 총리가 이 자리에서 외교적 보이콧을 '조기'에 표명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베이징 올림픽에 정부 사절단이 한 명이라도 가면 중국의 인권 탄압을 용인하는 것이 되며 국제사회에 잘못된 메시지를 준다는 이유에서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왼쪽)과 아베 신조 전 총리

기시다 후미오 총리(왼쪽)과 아베 신조 전 총리

아베 전 총리와 정치적 성향이 비슷한 사토 마사히사(佐藤正久) 자민당 외교부회 회장도 "차라리 (보이콧에 조기에 반대한) 한국 문재인 대통령이 낫다"며 정부 입장 발표를 늦추는 기시다 총리를 압박했다. 자민당 외교부회와 외교조사회는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외상에게 23일 외교적 보이콧의 조기 표명을 요구하는 문서를 제출했다.
일 정치권에선 아베 전 총리 등 집권 자민당 내 강경파의 압박을 기시다 총리 혼자 이겨낼 수 없었던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게다가 현재 추진 중인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의 취임 후 첫 정상회담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교도통신은 "인권 문제를 이유로 외교적 보이콧을 발표한 미국·영국에 협조하는 자세를 보이는 형태"라며 "다만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총리가 직접 발표하지 않고 관방장관이 발표하는 형태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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