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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 다행" "민주주의 역행"…朴 정치적 기반 TK도 엇갈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박근혜 전 대통령을 전격 사면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서울삼성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인 박 전 대통령은 사면 후 병원에서 출소 절차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지난 2017년 3월 청와대를 떠나 자택으로 향하는 박 전 대통령의 모습.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박근혜 전 대통령을 전격 사면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서울삼성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인 박 전 대통령은 사면 후 병원에서 출소 절차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지난 2017년 3월 청와대를 떠나 자택으로 향하는 박 전 대통령의 모습.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박근혜 전 대통령을 전격 사면한 것을 놓고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지지기반인 대구·경북 민심이 엇갈리고 있다. “진작에 석방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는가 하면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결정”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을 지냈던 시절 지역구였던 대구 달성군에서는 환영 목소리가 높은 분위기다. 구자학 달성군의회 의장은 “정치적 이념을 떠나 전직 대통령이 감옥에 오래 계시는 상황에서 군민들 대부분이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었다”면서 “이제라도 사면을 받아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박 전 대통령이 건강을 회복한 후 지역에 한 번 찾아와 군민들과 인사라도 나눌 수 있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대구 달서구 주민 최모(70·여)씨는 “오늘 아침 뉴스를 보고 참 기분이 좋았다”며 “나이가 일흔을 넘긴 사람을 그렇게 오래 가둬뒀는데 이제라도 나올 수 있다고 하니 눈물이 핑 돈다. TV에서 박 전 대통령 얼굴이 나오면 늘 마음 한 구석이 좋지 못했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가 있는 경북 구미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전병억 박정희대통령생가보존회 이사장은 “죄 없는 사람에게 고통을 준 기간이 너무 길었다. 환자인데도 그렇게 오래 가둬놓은 것은 잘못”이라며 “이제라도 박 전 대통령이 사면을 받아 다행이며 하루라도 빨리 감옥에서 나올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24일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특별 사면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 복권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24일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특별 사면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 복권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처럼 대구·경북 지역에서 박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해 호의적 분위기가 높은 것은 최근 이뤄진 여론조사에도 나타났었다. 앞서 국민의힘 홍석준 의원실이 지난 3~6일 만 18세 이상 대구시민 101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10명 중 7명(71.2%) 비율로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을 사면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사면을 해서는 안 된다’는 응답은 19%,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9.8%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을 사면해야 한다’고 응답한 722명을 대상으로 사면 시기에 관해 묻자, 57.1%가 ‘지금 당장 해야 한다’고 답했다. ‘가급적 빨리해야 한다(36.7%)’, ‘조금 천천히 해야 한다(4.2%)’, ‘시기는 중요하지 않다(1.6%)’ 등이 뒤를 이었다.

다른 지역에 비해 박 전 대통령 사면에 호의적인 대구·경북에서도 반대의 목소리는 있다. 직장인 김성훈(40)씨는 “자신의 죄를 뉘우치지도 않은 사람을 석방시켰다”며 “오랜 기간 수감이 돼 있었다고 해도 본인의 잘못을 제대로 사과한 적도 없는 사람을 그저 정치적 이해타산 만으로 사면해준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부 이모(35·여)씨는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 사면을 받았을 때 국민들 대다수가 동의하지 않았고 그것이 오늘날까지 정치 분열로 이어졌듯이 박 전 대통령 사면도 국민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강행돼 상처를 남길 것”이라고 했다.

대구참여연대는 이날 성명을 내고 “건강 악화와 국민 화합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하나 촛불시민들과 함께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과 권력비리를 심판하고 박 전 대통령을 탄핵했던 우리는 이 같은 결정을 용납할 수 없다”며 “반성한다고 쉽게 용서할 일도 아니지만 반성이 없는데도 사면하는 것은 역사 정의, 법 정의에 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권영진 대구시장도 이날 각각 입장을 밝혔다. 이 지사와 권 시장은 “박 전 대통령뿐 아니라 이명박 전 대통령 역시 사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이 24일 자신의 SNS를 통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 결정을 환영하고 이명박 전 대통령 역시 사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 페이스북 캡처

권영진 대구시장이 24일 자신의 SNS를 통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 결정을 환영하고 이명박 전 대통령 역시 사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 페이스북 캡처

이 지사는 보도자료를 내고 “많이 늦은 감이 있지만,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지난 6월 민선 7기 3주년 기자간담회 등 기회가 될 때마다 박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 두 분의 사면을 이야기했다”며 “이제라도 박 전 대통령이 사면돼 다행이지만, 이 전 대통령 또한 조속히 사면돼야 한다”고 말했다.

권 시장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의 국민통합과 결자해지 차원의 결단을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다만 이 전 대통령 이번 사면에서 빠져 큰 아쉬움이 있다. 오랜 기간 옥고를 치르고 고령인 만큼 이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빠른 사면을 고려해주시기를 대통령께 간곡히 요청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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