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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구속 4년 9개월 만 특별사면…盧악연 이명박 제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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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나 자택으로 향하고 있다. 뉴스1

2017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나 자택으로 향하고 있다. 뉴스1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7년 3월 31일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된 이후 4년 9개월 만인 오는 31일 신년 특별사면으로 석방된다. 올해 1월 14일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이후로는 11개월가량 만이다.

문재인 대통령 재임 중 다섯 번째인 이번 특사에선 불법 정치자금 수수죄로 2017년 징역 2년을 복역하고 만기 출소한 한명숙 전 국무총리도 복권됐다. 반면 징역 17년형을 확정받고 수감 중인 이명박 전 대통령은 “국민적 정서”를 이유로 제외해 재임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비극적 죽음을 맞은 악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3000여명 특사, 98만여명 특별감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2년 신년 특별사면 실시’ 브리핑을 열고 오는 31일 자로 서민 생계형 형사범, 특별배려 수형자, 전직 대통령 등 주요 인사, 선거사범, 사회적 갈등 사범 등 3094명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고 밝혔다.

또 특사와 함께 건설업 면허 관련 정지 처분 및 입찰제한, 운전면허 취소·정지·벌점, 어업면허 취소·정지 등 행정제재 대상자 총 98만 3051명에 대해 특별감면 조치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특사란 범죄인에 대한 형의 집행을 면제하거나 유죄선고의 효력을 상실시키는 대통령의 조치다. 법무부 장관의 상신으로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행한다. 지난 20~21일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렸고, 이날 오전 9시 30분 국무회의 심의가 개최됐다.

박 장관은 이어 박근혜 전 대통령을 특별사면 및 복권하고 한 전 총리를 복권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과거의 불행한 역사를 딛고 온 국민이 대화합을 이루어 통합된 힘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범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를 향해 새로운 걸음을 내딛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함”이라고 그 목적을 설명했다.

당초 박 전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은 특사 대상에서 빠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막판에 뒤집어졌다. 이 배경을 묻는 질문에 박 장관은 “사면은 국가원수인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국민 공감대와 사법정의, 법치주의, 국민 화합, 갈등 치유 관점으로 대통령께서 고려한 것으로 안다”라고 설명했다. 사면심사위에선 박 전 대통령 사면에 큰 반대는 없었다고 박 장관은 설명했다.

박근혜 탄핵부터 풀려나기까지.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박근혜 탄핵부터 풀려나기까지.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박근혜 건강 중요기준…이명박은 국민 정서 고려 제외”

박 전 대통령의 악화된 건강 상태도 고려됐느냐는 질문에 박 장관은 “매우 중요한 기준이었다”라고 말했다.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부터 삼성서울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입원 당시에는 한 달 정도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됐지만, 여섯 주가 늘었다고 한다. 20일 법무부는 이례적으로 “6주 이상 더 필요하다는 정형외과, 치과, 정신건강 의학과 등 전문의 의견에 따라 입원 치료를 계속할 예정이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현재 박 전 대통령은 수감시설이 아닌 민간 병원에 있기 때문에 31일 0시 교정당국 직원들이 병원에서 철수하는 형태로 석방될 예정이다.

박 전 대통령은 올해 1월 14일 대법원에서 국정농단과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등 혐의로 징역 20년, 벌금 180억원, 추징금 35억원을 확정받았다. 별도로 새누리당 공천 개입죄로 2018년 11월 징역 2년형을 받은 상태였다.

법무부 관계자는 “사면법상 징역형과 벌금까지 사면되고 추징금은 사면 대상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은 추징금은 완납했고 벌금은 30억원가량을 납부한 상태라 나머지 벌금 150억원가량 정도가 면제된다는 이야기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박탈된 전직 대통령 예우는 복원되지 않는다고 한다. 다만 예외적으로 최소한의 경호·경비 혜택은 제공된다는 설명이다. 박 전 대통령의 공범이었던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는 애초에 사면할지 논의할 대상이 아니었다고 한다.

 2017년 8월 23일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의정부교도소에서 출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7년 8월 23일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의정부교도소에서 출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사면 대상에는 여권의 대모(代母)인 한명숙 전 총리도 포함됐다. 그는 9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죄로 2015년 8월 20일 징역 2년형과 추징금 8억 8300여만원을 확정판결 받고 만기 복역했다. 형을 마쳤기 때문에 복권 혜택을 받게 됐다. 다만 미납 추징금 7억여원에 대해서는 납부 의무가 사라지지 않는다.

반면 이명박 전 대통령은 특사 명단에서 제외됐다. 수감 중인 두 전직 대통령들 중 이 전 대통령만 배제한 이유에 대해 박 장관은 “이 전 대통령의 (범죄) 사안과 박 전 대통령의 사안은 서로 내용이 다르다”라며 “범죄의 양태 등을 고려했다”라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보다는 이 전 대통령의 건강이 양호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박 장관은 또 “국민적 정서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 아니겠냐는 생각도 갖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전 대통령 재임 당시인 2009년 5월 23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수사를 받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비극적인 죽음을 맞은 것과 관련해 여권 지지층의 여론을 고려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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