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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기업부채 GDP의 2.2배…‘경제 뇌관’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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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부채의 역습이 시작됐다. 가계와 기업 등 민간의 빚이 늘어나는 속도가 경제 규모가 커지는 속도를 크게 앞지르면서다. 좀처럼 꺾이지 않는 가계 빚 증가세에 기준금리 인상 등에 따른 금리 상승까지 이어지며 향후 한국 경제를 뒤흔들 수 있는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저금리의 종말’ 속 몸집을 불린 부채의 폭발력이 배가되며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어서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2021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신용(가계부채+기업부채)의 비율은 219.9%였다. 민간의 빚이 경제 규모의 2.2배에 달한다는 의미다.

지난해 3분기(210.5%)보다 무려 9.4%포인트 급증했다. 이 기간에 민간 신용 증가율(9.6%)이 명목 GDP 증가율(5.0%)보다 높았다. 빚이 불어나는 속도가 경제 규모가 커지는 속도보다 빨랐다는 얘기다.

민간 빚의 급증에 기름을 부은 건 가계 빚이다. 지난 3분기 말 가계부채(가계 신용)는 1844조9000억원으로 1년 전(1681조8000억원)보다 9.77% 늘었다. 증가 폭은 지난해 같은 분기(6.9%)를 크게 넘어섰고, 올해 1분기(9.5%), 2분기(10.4%)와 비슷한 수준으로 높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같은 기간 명목 GDP 대비 가계 신용 비율은 106.5%로 1년 전보다 5.8%포인트 높아졌다.

주요국과 비교해도 한국의 가계부채 규모와 증가 속도는 걱정스럽다.

자영업자 대출 1년 전보다 14% 늘어…“집값 하락 땐 마이너스 성장” 비관론도

지난 3월 말 기준 한국의 명목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104.9%)은 명목 GDP 상위 30개국의 가계부채 평균(63.2%, 2020년 기준)을 크게 웃돈다. 최근 10년간 한국의 가계부채 비율 증가 폭(31.7%포인트)도 주요국 증가 폭(6.9%포인트)과 격차가 크다. 가계 빚 급증 속 약한 고리가 수면 위로 더 드러나고 있다. 대표적인 이들이 코로나19 확산의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다. 지난 3분기 말 자영업자 대출 잔액(887조5000억원)은 1년 전(777조4000억원)보다 14.2% 늘었다. 지난해 1분기(10.0%)부터 증가 속도가 가팔라지면서 올해 1분기(18.8%)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 3분기 말 기준 자영업자의 1인당 대출(3억5000만원)은 비자영업자(9000만원)보다 4배 높았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커지는 빚을 감당할 자영업자의 힘은 떨어지고 있다. 소득 회복 속도가 더딘 탓이다. 3분기 말 기준 자영업자의 소득은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4분기의 98% 수준에 불과했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족’의 ‘빚으로 지은 집’도 가계부채의 또 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 지난 3분기 가계대출 연체율(0.59%)은 전 분기(0.60%)보다 다소 낮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안심할 수 없다. 중·저신용자 등 취약계층의 상황이 좋지 않아서다. 올해 1분기 무주택자 중 시중은행 대신 비은행 금융기관에서 신용대출을 받은 이들의 연체율은 4.80%나 됐다. 주택 보유자 중에서도 주택담보대출(주담대)과 신용대출을 동시에 보유한 채무자의 연체율(0.66%)도 다른 이들보다 높았다.

한은은 현재의 금융 불균형 상황에서 발생 가능성은 10%에 불과하지만, 빚으로 쌓은 자산가격 거품이 붕괴하면 1년 뒤 경제성장률이 -1.4%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시나리오 분석 결과를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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