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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이슈초대석 이재준 경기도 고양시장

중앙일보

입력

"일산대교 문제에 언제까지 시민을 볼모로 잡아둘 셈인가"

국민연금관리공단이 출자한 일산대교(주), 한강 다리 중 유일하게 통행료 징수
“셀프대출로 이자 챙기고 세금 면제에 적자도 보전받는 불합리한 구조 바꿔야”

이재준 경기도 고양시장은 12월 7일 월간중앙 인터뷰에서 일산대교 통행료 논란에 대해 “불필요한 채권을 발행해 이자를 발생시키고 적자를 이유로 법인세마저 안 내면서 최소운영수입보장 지원금까지 챙기는 건 기형적인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재준 경기도 고양시장은 12월 7일 월간중앙 인터뷰에서 일산대교 통행료 논란에 대해 “불필요한 채권을 발행해 이자를 발생시키고 적자를 이유로 법인세마저 안 내면서 최소운영수입보장 지원금까지 챙기는 건 기형적인 구조”라고 지적했다.

"적게 남겨야 돈을 더 버는 사업이 세상에 말이나 됩니까.”

12월 7일 경기도 고양시청 집무실에서 만난 이재준 시장은 답답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최근 고조된 일산대교 통행료 징수 논란에 관해 얘기하면서다. 일산대교는 한강의 27개 다리 중 유일하게 통행료를 징수한다. 1.84㎞ 길이의 다리를 건너려면 1200원(소형)에서 2400원의 통행료를 내야 한다. ㎞당 660원꼴인데 민자도로 중에서도 비싸기로 손꼽힌다. 2008년 5월 개통할 때부터 지나치게 비싼 통행료 때문에 반발이 끊이지 않았다.

최근 문제가 불거진 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2021년 9월 경기도지사 시절 통행료 징수를 중단하는 공익처분을 결정하면서부터다. 10월 25일 사퇴 직전 이 후보는 공익처분안에 서명해 일산대교㈜의 사업자 지정을 취소했다. 그러나 11월 3일 일산대교㈜가 낸 공익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면서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 후보가 대통령 선거에 나서면서 이재준 고양시장을 비롯해 김포, 파주 3개 자치단체장이 전면에 나섰다. 다리 이용자 대부분이 이 지역 시민들이어서다. 그중에서도 이 시장은 일산대교㈜와 사실상 전면전을 선포했다. 월간중앙과 만난 이 시장은 “일산대교 무료화는 고양시민의 통행권 보장과 동시에 지역균형 발전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법원의 가처분 인용 결정으로 무료화에 제동이 걸렸다. 아쉬움이 클 것 같다.

“어쨌든 본안 소송이 끝나야 종결되는 문제다. 소송과 별도로 일산대교㈜ 전·현직 대표이사 6명에 대해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일산대교㈜는 국민연금관리공단이 지분을 100% 소유한, 사실상 한 몸이다. 그런데도 시중보다 최대 10배까지 높은 20% 이자율로 대출 계약을 맺어 통행료 수입 절반 이상을 공단에 이자로 지급해왔다. 2019년 한 해에만 국민연금공단으로 보낸 돈이 170억에서 180억원에 달한다. 이렇게 고의로 손실을 보면서 적자라는 이유로 법인세를 면제받고, 경기도로부터 최소운영수입보장(MRG)까지 받고 있다. 일산대교㈜는 국민연금공단과 엄연히 별도의 법인이다. 스스로에게 손해를 끼치면서까지 ‘셀프대출’로 고율로 이자를 지급하는 건 배임의 소지가 있다고 본다.”

일산대교를 무료화하면 국민연금공단이 손해를 볼 테고,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올 거라고 보는 국민도 있다.

“국민연금공단은 이미 이자 수입만 원금의 두 배에 달하는 680억원을 가져갔다. 손해가 아니라 여태 일산대교를 이용하는 국민에게 부담을 넘기고 엄청난 수입을 올려왔던 거다. 공단이 가져간 수익은 고양, 파주, 김포 시민의 주머니에서 나온다. 통행료 인상, 세금(법인세) 면제, 손실보전금(경기도 예산) 지원 이 세 가지만 봐도 누가 손해를 보고 누가 이익을 보는지 명백하지 않나.”

공단이 가져가는 과도한 이익 정상화해 통행료 낮춰야

2021년 11월 8일 김포시청에서 열린 ‘일산대교 통행료 무료화를 위한 결의대회’에서 이한규(첫째 줄 가운데) 경기도 행정2부지사와 이재준(오른쪽) 고양시장, 정하영(왼쪽) 김포시장 등이 일산대교㈜의 전향적인 자세를 촉구하고 있다. / 사진:경기도

2021년 11월 8일 김포시청에서 열린 ‘일산대교 통행료 무료화를 위한 결의대회’에서 이한규(첫째 줄 가운데) 경기도 행정2부지사와 이재준(오른쪽) 고양시장, 정하영(왼쪽) 김포시장 등이 일산대교㈜의 전향적인 자세를 촉구하고 있다. / 사진:경기도

이익이 나지 않으면 법인세를 낼 수 없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일산대교는 2019년 하루 교통량이 7만3000대에 육박하고 운영수입이 284억원에 달할 정도였다. 그런데 그해 말 자본금 523억원 중 361억원의 후순위채권을 발행하더니 다음 날엔 유상감자를 통해 국민연금공단이 현금으로 그대로 가져갔다. 지분 100%를 가졌으니 지분은 그대로 유지되면서 비율대로 현금 보상을 받은 것이다. 불필요한 채권을 발행해 이자를 발생시키고 적자를 이유로 법인세마저 안 내면서 MRG까지 챙기는 건 기형적인 구조다. 국민연금공단이 일부 지역에서만 부당한 방법으로 수익을 올리는 게 옳은 일인가.”

이 시장은 선출직 행정가로서는 유료도로의 이익 구조에 밝은 인물로 손꼽힌다. 2010년 경기도의원 시절부터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현재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를 비롯해 경기북부지역 유료도로의 문제점을 파고들어 통행료 인하의 명분을 개발해왔다. 이 시장을 비롯한 경기도의회와 시민들의 줄기찬 요구 끝에 10년 만인 2018년 외곽순환도로 북부구간 통행료를 대폭 끌어내린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일산대교 통행료 인하’를 공약으로 내걸고 시장에 당선한 만큼 그에겐 숙명적인 일이기도 하다.

단순한 생각일지 모르지만, 일산대교 옆에 무료도로를 하나 더 만들면 되지 않나?

“MRG 조항 때문에 현실성이 없다. 지금도 경기도가 매년 약 50억원 이상 적자를 보전해주고 있다. 만약 다리를 새로 지으면 매년 MRG가 90억원까지 나간다. 일산대교 문제가 해결 안 되면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도 못한다. 가장 가까운 김포대교는 8㎞나 떨어져 있다. 이래저래 시민만 볼모로 잡아둔 셈이다.”

무료화 외에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 없나?

“일산대교㈜는 일반 사기업과 달리 공익적인 성격을 가진 회사다. 다시 말해 정상적인 운영을 통해 통행료를 낮춰야 하는 의무도 있다. 그걸 무시하고 국민연금공단에 최대한 많은 현금을 조달하려다 보니 불합리한 수익구조가 나오는 거다. 공단이 가져가는 과도한 이익을 정상화하면 충분히 통행료를 낮출 수 있다. 공익처분을 한다고 해서 공짜로 가져오겠다는 게 아니다. 법원이 결정하는 합당한 금액을 지급할 예정이다. 정부 재정을 못 준다고 하니 경기도와 3개 시가 노력해서 매입을 추진하겠다는 거다. (경기도가 제시한 보상금은 약 2000억원으로, 국민연금이 추산한 기대수익 7000억원과 큰 차이가 있다.)”

고양시는 2022년부터 특례시가 된다. 광역시에 준하는 행정권한을 갖게 되면 일산대교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좀 더 힘이 실리지 않을까?

“아무래도 그렇긴 할 거다. 지금보다 권한이 커지는 만큼 발언이나 행동에 더 무게가 실리지 않을까 기대한다. 다만 인허가 등 권한이 더 많이 이양돼야 하는데 아직 정확히 어떤 권한을 이양해줄 건지 확정된 게 없다. 광역시에 준해 경기도를 거치지 않고 직접 행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수준이 돼야 한다.”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 계획인가?

“공익처분에 대한 본안 소송에 전력을 다할 계획이다. 본안 소송에서 일산대교㈜에 대한 보상금 규모가 결정 날 거다. 또 전·현직 대표들에 대한 배임 혐의 수사 의뢰에 이어 과도한 이자 지급과 법인세 포탈 등에 대해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할 예정이다. 특례시가 출범하는 1월 13일에 시민과 함께 서행운전 같은 시위라도 해야 할까 싶다. 경기 북부는 수도권 규제에 그린벨트, 군사보호구역까지 이렇게 규제란 규제는 다 적용받으면서 어지간한 도로는 다 돈 내고 다녀야 하는 처지다. 이 문제를 지역 균형 발전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는 이유다.”

사회 약자 배제되지 않는 ‘따뜻한 도시’ 추구

2021년 10월 27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에서 CJ라이브시티 아레나 착공식이 열렸다. 총 100만 평 부지에 2만 석 규모 초대형 공연장을 비롯해 한국형 콘텐트 산업 관련 시설이 들어선다. / 사진:고양시

2021년 10월 27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에서 CJ라이브시티 아레나 착공식이 열렸다. 총 100만 평 부지에 2만 석 규모 초대형 공연장을 비롯해 한국형 콘텐트 산업 관련 시설이 들어선다. / 사진:고양시

화제를 고양시 현안으로 전환했다. 이 시장은 취임 후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도시를 미래상으로 제시했다. 고령자나 장애인도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물리적·제도적 장벽을 허물자는 의미다. 지난 11월에는 ‘무장애 도시 조성 조례’를 제정해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이 시장은 “고양시민이라면 누구도 정책의 대상에서 배제되어선 안 된다는 게 내 신념”이라고 말했다.

배리어 프리를 통해 구현하고 싶은 도시상은 어떤 건가?

“도의원 시절 버스 중앙차로 휠체어 전용 탑승구역 설치 촉구안을 낸 적이 있다. 4년을 매달려 111개 정류장을 개선했다. 그때 교통약자에게는 계단 한 칸 높이도 안 되는 작은 턱 하나라도 엄청난 걸림돌이 된다는 걸 실감했다. 산업, 일자리 같은 거시적인 정책도 물론 중요하지만, 당장 생활 속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배부른 소리로 들릴 뿐이다. 특히 스스로 뭉쳐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은 소수 약자를 모두 포용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들고 싶었다. 사람들이 고양시를 떠올렸을 때 ‘사람을 위하는 따뜻한 도시’라는 인상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

청년 느린학습자 지원이나 한시적 양육비 지원, 노동취약계층 유급병가 지원 정책 등에서도 사회적 약자를 포용하는 메시지가 돋보인다.

“지자체는 크게 보면 시민의 집이자 가정이다. 우리 시가 추구하는 모습은 사회적 약자를 우선으로 생각하는 ‘사람과 정의로움’이 바탕이 되는 공동체다. 차이는 인정하되 차별은 존재하지 않도록 보이지 않는 벽을 찾아 허무는 해답을 찾아나가는 게 지자체의 역할이라고 본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차리는 센스’가 기본 소양이 돼야 한다.”

시민의 다양한 요구를 정책으로 만들어내려면 참여를 보장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할 텐데.

“우리 시는 누구나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도록 제안창작소, 생활공감정책 참여단 등 다른 지자체보다 월등히 다양한 경로를 열어두고 있다. 그 덕분에 ‘2020년 제안 활성화 우수기관 선정 심사’에서 전국 1위를 차지해 대통령상을 받았다. 2021년에도 제안실시율 49.4%를 달성해 경기도 31개 시·군 창안대회에서 1등을 하는 쾌거를 이뤘다. 물론 모두를 설득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도 도시의 주인은 시민이다. 시민의 제안으로 도시가 발전하고, 발전한 도시에서 시민이 행복해지는 선순환을 만드는 게 목표다.”

콘텐트 산업 육성해 도시 자족기능 강화

이재준 고양시장이 휠체어를 타고 도로 걸림돌이 없는지 점검하고 있다. 이 시장은 ‘무장애 도시’를 선언하고 관련 조례를 제정하는 등 제도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 사진:고양시

이재준 고양시장이 휠체어를 타고 도로 걸림돌이 없는지 점검하고 있다. 이 시장은 ‘무장애 도시’를 선언하고 관련 조례를 제정하는 등 제도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 사진:고양시

고양시에는 오래전부터 들어선 서울의 기피시설들이 산재해 있기도 하다. 지역 발전을 위해 시설 문제를 미뤄둘 수 없지 않을까.

“그렇다. 서울시의 장사시설만 3곳이 우리 시에 있다. 주변은 대기오염과 교통체증으로 민원이 많은데도 서울시는 해결 방안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 덕양구 현천동에 있는 서울시 난지물재생센터도 악취 때문에 민원이 끊이질 않는다. 새로 조성될 5000가구 규모의 덕은지구 조성계획을 보면 센터와 불과 1㎞ 떨어진 곳에 유치원과 초등학교가 들어선다. 발암물질과 악취에 관해 학부모들의 걱정이 큰데도 서울시는 답을 주지 않고 방치하고 있다. 더구나 센터 안에 있는 서울시 음식물처리장까지 재가동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해결 방법이나 예산이 없어서 방치하는 게 아니다. 이미 서울시 내에 있는 서울추모공원은 첨단기술을 도입해 매연 없는 친환경 시설로 운영 중이다. 중랑물재생센터도 지하화하고 공원화해 악취 문제를 해결했다. 서울시민만을 위하는 정책을 쏟아내면서 고양시에 있는 시설 개선엔 인색하다. 진정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고자 한다면 ‘상생’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고양시는 서울의 베드타운, 위성도시로 인식되고 있다.

“3년 전 취임할 때 일자리가 넘쳐나고 교통이 편리한 자족도시로 만드는 걸 목표로 삼았다. 발로 뛴 끝에 100만 평에 달하는 자족 용지를 확보했다. 여기에 CJ라이브시티, 일산 테크노밸리, I·융복합 콘텐트 클러스터, 킨텍스 제3전시장 등으로 자족시설을 채울 예정이다. 또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고양시 노선 9개를 추가로 확보했다. 기존의 2개 노선을 더해 11개 철도 노선이 확보돼 그야말로 ‘철도혁명’을 이루게 됐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모토로 고양형 도시재생사업도 진행 중이다. 자족과 교통사업, 도시재생, 환경과 노동, 인권 등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과제들이 많다. 시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무엇이 시민과 고양시를 위한 길인지 끊임없이 고민하려 한다.”

- 글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 사진 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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