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면역저하자, 신장 투석 환자 등도 코로나19 예방 길 열린다

중앙일보

입력 2021.12.24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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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트라제네카 ‘이부실드’ 개발

아스트라제네카 영국 케임브리지 본사에 위치한 코로나19 항체치료제 연구실에서 아스트라제네카의 한 연구원이 코로나19 관련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아스트라제네카]

아스트라제네카 영국 케임브리지 본사에 위치한 코로나19 항체치료제 연구실에서 아스트라제네카의 한 연구원이 코로나19 관련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아스트라제네카]

경기도 파주시에서 개인 사업을 운영하는 문모(45) 씨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대상자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백신을 접종하지 못했다. 화이자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기 위해서 병원을 방문했지만, 의사가 백신 접종을 권고하지 않아서다. 의사는 문씨가 과거에 통증의학과에서 근육주사를 맞고 급성 저혈압(쇼크)이 발생했던 전력을 우려했다. 과거에 접종했던 근육주사와 화이자 백신에 유사한 항생제 성분이 들어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백신으로 면역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건 만성콩팥병 환자도 마찬가지다. 김성균 한림대 성심병원 면역의학과 교수는 본인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포스팅에서 “투석환자들은 백신을 맞아도 항체형성율이 떨어져 속수무책”이라며 “코로나19 확진자가 되면 투석할 병원이나 의료진을 배정받기 어려워 치명적인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할 수 없거나, 백신을 접종해도 적절한 면역 수준에 이르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희소식이 들려왔다. 영국 아스트라제네카(AZ)가 백신 접종이 어려운 사람도 한번 맞으면 6개월에서 1년까지 코로나19 예방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항체칵테일 제제를 개발했기 때문이다.

AZ가 개발한 이부실드(Evusheld·성분명 틱사게비맙·실가비맙)는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긴급사용승인(UEA)을 획득했다. 지금까지 승인된 모든 항체제제 중 코로나19 예방을 목적으로 FDA가 승인한 제품은 이부실드가 처음이다. 면역저하자, 신장 투석 환자, 암 환자, 장기 이식 후 약물 치료를 받고 있거나 면역억제제를 복용중인 환자 등이 투여 대상이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아나필락시스 증상으로 더 이상의 예방접종이 불가한 사람도 투여가 가능하다.

이부실드는 임상을 통해 노출 전 예방(pre-exposure prophylaxis) 효과를 입증하면서 사용승인을 받았다. AZ는 성인 5197명을 대상으로 임상 3상을 진행했다. 이들 중 3460명에게 이부실드(300㎎)를, 1737명에게 위약을 근육주사로 투여했더니, 이부실드 투여자는 위약 투여자 대비 코로나19 발병 위험률이 77~83% 감소했다.

패트리치아 카바초니 FDA 약물평가연구센터 국장은 “AZ의 긴급사용승인은 코로나19 백신 효과를 보지 못하거나, 코로나19 백신에 심각한 부작용이 있는 사람들의 발병 위험도를 낮추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부실드는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에도 효과가 있었다. 메네 판갈로스 AZ 바이오의약품연구개발 수석부사장은 “이번 연구는 오미크론 변이에 대해 이부실드가 중화 활성을 유지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예방용 코로나19 치료제가 등장하면서 한국에서도 빠르게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어렵거나 백신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사람에게 이부실드가 대안이 될 수 있어서다.

정기석 전 질병관리본부장은 “백신을 통해 충분한 보호효과를 얻을 수 없는 환자를 보호해야 하는 것은 국가의 의무인데 , 투여 후 6개월 이상 예방효과가 지속되는 제제의 등장은 고무적” 이라며 코로나19 백신 미접종자가 백신 접종과 유사한 효과를 거둘 수 있고, 다른 항체 치료제들과 달리 근육주사 형태로 빠르고 손쉽게 투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좋은 옵션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질병관리청은 14일 코로나19 치료제 추가 구매비로 2992억원을 확보했다. 이날 국무회의는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구매비(1920억원)와 코로나19 항체치료제 구매비(1072억원)를 예비비로 지출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미국 머크(Merck·국내 사명 MSD)의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몰누피라비르·Molnupiravir) 24만2000명분을, 미국 화이자의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팍스로비드·Paxlovid) 7만명분을 각각 구매할 예정이다. 또 생활치료센터·외래진료센터에 방문하는 코로나19 감염자에게도 셀트리온의 코로나19 치료제(렉키로나·Regkirona)를 공급할 예정이다.

코로나19 예방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항체칵테일 제제, 이부실드.

코로나19 예방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항체칵테일 제제, 이부실드.

이와 더불어 AZ의 이부실드 역시 정부가 선구매해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공급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부실드는 아직 국내서는 허가받지 않았지만, 미국을 비롯해 프랑스·이탈리아·바레인, UAE, 싱가포르 등 주요 선진국 보건 당국으로부터 사용 승인을 받았다.

AZ가 개발한 이부실드는 국내 생산이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국내서 사용할 경우 공급이 용이할 수 있어서다. AZ는 14일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체결한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계약 확대를 선언했다. 이에 따르면 AZ는 이부실드를 인천광역시 송도신도시에 위치한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에서 생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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