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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자금 대출금리 5% 코앞…‘임대차법 2년’ 내년이 두렵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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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내년 5월 전셋집 계약이 끝나는 자영업자 윤모(33)씨는 마음이 불안하다. 최근 전세자금 대출금리가 0.3%포인트 오른다는 안내 문자를 받은 영향이 크다. 그는 지난해 전셋집을 구하면서 은행에서 1억4000만원을 빌렸다. 인상된 금리로 따져보니 연간 이자(400만원)가 47만원 늘었다. 그는 “이자 부담이 커지는데 전세 계약마저 끝난다”며 “벌써 내년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새해에는 임차인(세입자)도 대출 한파를 맞을 수 있다. 금리 인상기로 접어들면서 전세자금 대출금리가 넉 달 사이 0.7%포인트 뛴 데다 정부의 대출규제는 갈수록 강화돼서다. 금융당국은 내년 전세대출을 포함한 가계대출 총량관리 목표치(4~5%)를 올해(5~6%)보다 낮춰 잡았다.

4대 은행의 전세대출 금리.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4대 은행의 전세대출 금리.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최근 시중은행의 전세자금 대출 금리는 상단 기준 연 4% 선을 훌쩍 넘어섰다.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에 따르면 23일 기준 전세대출 금리(평균치)는 연 3.49~4.37%다. 지난 8월 말(연 2.71~3.64%) 비교하면 넉 달여 만에 최저·최고금리가 각각 0.7%포인트 이상 올랐다. 연 2%대 대출 금리 상품은 지난 10월 이후 자취를 감췄다.

전세대출 금리가 오르는 것은 기준금리 인상 영향으로 전세대출 지표 금리인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와 금융채(단기물) 금리가 빠르게 뛰고 있어서다. 특히 지난달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1.55%)는 전달보다 0.26%포인트 상승했다. 코픽스 공시를 시작한 2010년 2월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이다. 일부 시중은행이 전세대출 금리의 기준으로 삼는 은행채 6개월·1년물 등 금융채 단기물 금리도 오름세다. 김인응 우리은행 영업본부장은 “내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두 번 이상 인상할 것으로 예상해 대출금리 오름세는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5대 은행의 전세대출 잔액 추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5대 은행의 전세대출 잔액 추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세입자의 불안을 키우는 건 대출금리뿐이 아니다. 정부는 내년 전세대출에 대한 공적보증을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보증 비율이 낮아지면 신용위험이 커진 은행은 금리를 올리거나 전세대출 심사를 더 깐깐하게 할 수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2일 ‘공적보증부 전세대출 구조의 적정성 점검’을 내년 업무계획에 포함했다.

정부가 공적보증에 제동을 건 데는 전세대출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은행)의 전세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124조4298억원이다. 지난해 말(105조988억원)보다 18.4% 증가했다.

현재 시중은행의 전세대출은 주택금융공사(주금공) 등 보증기관이 전세자금의 90% 이상을 보증하는 방식이다. 보증 한도는 주금공이 2억2000만원, 주택도시보증공사(HUG) 4억원이다. 민간업체인 서울보증보험(SGI)은 최대 5억원까지 보증한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권 관계자는 “공적보증이 축소되면 (은행은) 높아진 부담만큼 가산금리를 올리거나 대출심사를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점검 계획은 중장기 방향일 뿐 구체적으로 정해진 내용은 없다”고 했다.

상당수 전문가는 강도 높은 대출규제에 실수요자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세밀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당국이 대출 총량에 초점을 맞추면 규제 여파는 언제든 무주택 실수요자에게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세밀한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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