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당나귀와 814㎞ 산티아고길 순례 ‘한국판 돈키호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산티아고 순례길 814㎞를 완주 한 뒤 콤포스텔라에서 임택 작가가 당나귀 ‘동키호택’을 끌어안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 임택]

산티아고 순례길 814㎞를 완주 한 뒤 콤포스텔라에서 임택 작가가 당나귀 ‘동키호택’을 끌어안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 임택]

황당한 아재가 있다. 환갑이 넘었다. 이름은 임택. 아재는 엉뚱하게도 폐차 직전의 고물 마을버스를 사서 몰고 세계 일주 여행을 떠났다. 2014년에 출발해 677일 만인 2016년 8월 서울에 돌아왔다. 5개 대륙 48개국 147개 도시 7만㎞를 달렸다. 돌아와 여행계의 전설이 됐다. 그러다가 또 병이 도졌다. 이번에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카미노 데 산티아고)이다. 같이 걷는 동무들이 또 황당하다. 열아홉 살 이동훈과 현지에서 구한 당나귀 ‘동키호택’(돈키호테+임택)이다. 귀국해 경북 안동에서 의무격리 중인 그를 전화와 문자로 인터뷰했다.

여정이 어떻게 됐나요.
“9월 16일 인천공항을 떠나 12월 18일에 돌아왔어요. 프랑스 국경 생장피드포드에서 출발해 피레네 산맥을 넘어 스페인 서쪽 끝 콤포스텔라까지 걸었어요. 호택이랑은 71일간 814㎞를 걸었네요.”
여행을 어떻게 구상했나요.
“3년 전부터 이천에 있는 당나귀 농장에서 많은 공부를 했어요. 그런데 당나귀를 한국에서 가져가는 일은 불가능해요. 그래서 2년 전에 프랑스 농장에서 한 마리 샀어요. 그런데 짐을 싣고 걷도록 훈련된 당나귀여야만 해서 포기했죠. 그러다가 떠나기 3개월 전, 피레네 산맥 나바로 지방에 있는 당나귀 도보여행 업체가 협찬을 하겠다고 연락이 왔어요. 이 농장에서 일주일간 교육과 훈련을 받고 떠났지요.”
산티아고길 순례

산티아고길 순례

당나귀와 교감이 가능한가요.
“단연코 가능해요. 산티아고 입성 10일을 남겨놓고 매일 비가 왔어요. 저는 텐트를 칠 수 없어서 할 수 없이 호택이랑 떨어져서 잠을 자야 했어요. 그런데 호택이가 떨어지기 싫은 거예요. 제가 멀어지면 막 울어요. 아침에 만나면 제 품에 얼굴을 묻고 한참을 있어요. 그거 보면 그냥 마음이 찢어져요.”
길에서 도움을 받으면 그만큼 기부하겠다고 했는데요.
“이번 여행에서 여러분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그런데 여행을 하다 보니 기부 캠페인을 이어갈 수가 없었어요. 걷기만 해도 정신이 없는 여정이었으니까요. 그래서 계획을 수정, 제가 책을 내고 그 인세를 몽땅 기증할 거예요.”
도전할 게 남았나요.
“내년에 ‘아시안하이웨이 1번 도로’를 따라 유라시아를 횡단할 거예요. 부산에서 출발해서 중국과 동남아 그리고 인도와 이란을 거쳐 터키의 이스탄불에 도착하는 길이에요. 여행을 통해 사람들에게 왜 남북 간의 길이 열려야 하는지 보여주고 싶어요.”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