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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생산의 필수품 ‘초순수’ 국산화 시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초순수(超純水·Ultra pure water). 말 그대로 불순물을 최소화한 매우 깨끗한 물인데, 일반인은 잘 모르는 특별한 물이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반도체 공정 등에 쓰이는 필수 품목이다. 다만 일본, 유럽연합(EU) 등 해외 의존도가 높은 게 한계였다. 유망품목인 초순수가 올 연말 국산화를 위한 시동을 걸었다. 한국수자원공사 등이 지난달 경북 구미 SK실트론 공장 내에 초순수 실증 플랜트 시설을 착공하면서다.

국내 초순수 시장은 2024년까지 연평균 5.3%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뿐 아니라 LCD, 제약, 철강 등에 광범위하게 쓰인다. 부가가치도 높다. 일반 수돗물 생산·판매가가 2배 정도 차이라면, 초순수는 3~4배 이상 벌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대기업은 대부분 수입 초순수를 들여와 쓴다. 국내업체도 일부 기술을 보유했지만, 20~30개의 복잡한 정수 과정을 거쳐야 하는 만큼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를 돌파하기 위해 수자원공사 등이 일종의 ‘테스트 베드’를 마련한 것이다.

초순수 분야는 꾸준한 투자와 연구가 필수다. 개발 초기 막대한 투자 비용과 기술력이 필요해 이스라엘·싱가포르 등에선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연구가 집중됐다. 일본도 1980년대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은 덕에 관련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정부가 나선 이번 구미 플랜트 착공을 계기로 국산 초순수도 내년부터 궤도에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마련된 플랜트 시설은 내년 7월 1단계 시운전을 시작하고, 2025년까지 하루 2400t의 초순수를 생산해 반도체 웨이퍼 생산 업체인 SK실트론에 공급하는 게 목표다.

수자원공사는 이를 통해 초순수 공정 설계·운영 기술의 100%, 시공 기술·핵심 기자재 60%를 국산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주호 수자원공사 대체수자원처 차장은 “플랜트 시설 운영을 통해 국내 초순수 기술을 검증하면서 국산화가 제대로 이뤄질지 확인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국내엔 초순수 기술뿐 아니라 전문가도 적은 편이다. 이에 따라 수자원공사와 KAIST는 국내 첫 초순수 전문가 양성 학과 과정(4년)을 함께 개설해 내년부터 교육에 나서기로 했다.

강석태 KAIST 건설및환경공학과 교수는 “일본 수출 규제 같은 상황이 또 발생하면 반도체 업체 등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어 공급망 안정화, 비용 절감 측면에서 초순수 국산화가 중요하다”며 “개별 기업이 초순수 개발 인프라를 감당하기 어려운 만큼 공공 부문에서 장기적 관점을 갖고 지원해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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