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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블의 후계자’ 제임스웹…우주망원경 성탄절 교대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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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2021년 크리스마스에 새로운 우주 역사가 시작한다. 허블우주망원경(HST)의 대를 이을 차세대 제임스웹우주망원경(JWST)이 25일 오후 9시20분(한국시간) 남미 프랑스령 기아나의 쿠루 우주기지에서 아리안-5 로켓에 실려 발사된다. 과학자들은 ‘허블이 모든 교과서를 다시 쓴 것처럼 제임스웹 역시 그 교과서를 다시 쓰게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31년 활약 허블우주망원경
거대 블랙홀 관측 성공…137억년 우주 나이 밝혀

‘허블의 후계자’ 제임스웹 우주망원경 성탄절 교대식.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허블의 후계자’ 제임스웹 우주망원경 성탄절 교대식.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100억 광년 이상의 과거를 내다볼 수 있는 획기적인 망원경으로 천문학은 혁명의 시대를 맞게 된다.’ ‘갈릴레오의 망원경 발명 이후 지금까지 400년간 쌓아온 것보다 더 크게 인간의 천체관측능력을 향상시킬 것.’ ‘허블의 출현으로 우리 모두를 놀라게 할 우주의 진실이 밝혀질 것.’ 1990년 4월 25일 허블우주망원경 발사를 앞두고, 당시 국내외 언론에서 전망한 ‘허블 시대’의 기대였다.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심(深) 우주로 올라가면, 지구 상공 559㎞에 떠 있는 허블우주망원경은 지난 30여년간 지켜왔던 인류 최고 우주망원경의 자리를 내줘야 한다. 하지만 그간 허블우주망원경이 이뤄낸 우주과학의 대역사는 잊힐 수 없다.

블랙홀 관측은 허블우주망원경의 대표적 업적이다. 1992년 허블우주망원경은 거대 블랙홀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은하 M87의 중심부를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 M87에는 지금껏 알려지지 않은 가스 원반이 초속 750㎞의 속도로 회전하고 있었다. 그 중심에는 태양의 20억~30억 배에 이르는 큰 질량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블랙홀의 발견이었다.

137억년. 허블우주망원경이 밝혀낸 우주 나이다. 우주의 팽창속도를 나타내는 허블상수의 측정값 오차를 기존 50%에서 ±10%로 줄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우주 나이는 막연히 100억~200억년으로 추정됐다.

제임스웹 우주망원경.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제임스웹 우주망원경.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허블딥필드’(Hubble Deep Field)도 대표적 업적이다. 1995년 12월 허블우주망원경은 별도 은하도 없는 듯 보이는 북두칠성 부근의 검은 하늘을 촬영했다. 10일 동안 노출을 통해 얻은 이미지는 놀라웠다. 아무것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곳에는 70억 년 전의 밝은 은하부터 120억 년 전의 것으로 보이는 희미한 점까지, 보름달 지름의 30분의1도 안 되는 좁은 하늘에서 적어도 2000개 이상의 은하가 나타났다.

1990년 발사 당시 허블우주망원경의 설계수명은 15년이었다. 하지만 이후 우주왕복선을 통한 5차례의 대대적 개·보수를 통해 30년이 넘은 현재도 활약을 하고 있다. 하지만 갈수록 고장이 잦아지는 등 수명을 다해가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2011년 아틀란티스를 마지막으로 우주왕복선 운영을 중단했기에, 더이상은 수리도 불가능하다.

박병곤 한국천문연구원 대형망원경사업단장은 “별의 생성과 소멸 과정 연구 등 지난 30년간 허블이 인류에 기여한 업적은 일일이 손에 꼽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고 말했다.

25일 발사 제임스웹우주망원경
우주의 첫 별 관측 가능…외계생명체 찾아낼 수도

‘이 우주에서 지구에만 생명체가 존재한다면 엄청난 공간의 낭비다. 우리 은하수 은하 하나에만도 100만 개의 다른 세상이 존재한다. 거기에서는 우리와 전혀 다른 모습의 지적 존재가  살면서 우리보다 훨씬 앞선 기술 문명을 키우고 있을 것이다.’ -『코스모스』 저자 칼 세이건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의 주 임무 중 하나는 외계행성 속 생명의 존재 가능성을 찾는 것이다. 외계 행성의 대기에서 나오는 적외선을 분광기를 이용해 분석하는 방법이다. 외계행성의 대기 구성 성분에서 생명체가 있어야 함께 존재하는 메탄과 산소 같은 대기 성분이 대량으로 발견되면 생명체가 존재한다고 판단할 수 있다. 케플러 우주망원경(2009~2018년)이 지금껏 4000개가 넘는 외계행성을 찾아냈다면, 제임스웹은 그 수많은 외계행성 중에서도 ‘제2의 지구’를 찾을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NASA에 따르면 제임스웹은 2020년대가 지나기 전에 외계 생명체에 대한 획기적인 발표가 나올 수 있다.

제임스웹의 또 다른 장점은 허블우주망원경보다 더 깊은 우주를 볼 수 있다. 가시광선을 주 관측 대상으로 하는 허블이 관측한 가장 먼 우주 천체가 134억 광년 떨어진 은하라면, 적외선 우주망원경인 제임스웹은 우주 탄생 이후 태어난 약 135억년 전의 첫 별과 은하까지 볼 수 있다.  이석영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교수는 “우주 탄생 초기의 별은 수소와 헬륨 등 가벼운 원소로만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만 하고 있는데 제임스웹은 이런 초기 별의 탄생 비밀을 풀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의 탁월한 능력은 직경 2.4m의 허블보다 집광 면적에서 7.3배에 달하는 반사경(직경 6.5m)을 가진 점에서부터 차별화된다. 가시광선이 아닌 적외선 망원경이란 것도 장점이다. 적외선은 가시광선과 달리 성운(星雲)이 장애가 되지 않는다. 제임스웹이 허블보다 더 먼 우주를 볼 수 있는 결정적 이유다. 우주망원경의 위치도 차원이 다르다. 제임스웹은 지구에서 150만㎞ 떨어진 라그랑주 L2 포인트에서 태양을 중심으로 지구와 나란히 공전한다. 이 덕분에 관측하려는 천체를 지속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다.

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우주탐사그룹장은 “제임스웹은 허블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우주에 관한 놀라운 소식을 전해줄  것으로 기대된다”며 “우주에 대한 인류의 지식체계에 강력한 지각변동을 일으키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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