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부부가 23일 서해 백령도를 방문해 ‘천안함 46용사 위령탑’을 참배하고 해병대 장병들을 격려했다.
이날 오전 백령도에 도착한 문 대통령은 첫 일정으로 천안함 용사 위령탑을 참배하고 “국민들도 백령도를 많이 방문해 천안함 용사들의 뜻을 오래도록 기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천안함 수색 도중 순직한 고(故) 한주호 준위도 추모하고 있는지 물었고, 김태성 해병대 사령관은 “서해수호의 날에 천안함 용사들과 함께 추모하고 있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천안함 위령탑 참배에 이어 전방관측소(OP)에 올라 “백령도는 군사밀도가 가장 높은 지역으로 장병들이 긴장된 가운데 근무하고 외출ㆍ외박을 해도 섬을 벗어나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다”며 장병들을 격려했다.
문 대통령은 “오늘 해병대 보고를 받으며 ‘늘 전장 속에 있다는 각오로 근무에 임한다’는 항재전장(恒在戰場)이란 말을 다시 생각했다”면서 “전략적으로 대단히 중요하면서 군사적 긴장이 높은 곳인데 해병대가 이 지역 임무를 맡고 육ㆍ해ㆍ공군이 함께 지원하고 있어 든든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병건 해병대 중령은 “‘힘에 의한 평화’라는 대통령의 안보철학이 대한민국의 최북단인 백령도에서도 빈틈없이 구현될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답했다.
사실 문 대통령과 천안함 유족들과는 다소 불편한 관계였다. 문 대통령은 신형 대구급 호위함(FFG-Ⅱㆍ2800t급)의 이름을 천안함으로 명명했지만, 지난달 9일 진수식엔 최원일 전 천안함장(예비역 해군 대령)을 비롯 생존한 현역(24명) 및 예비역(34명) 장병 58명이 전원 불참했다. 북한군의 어뢰 공격에 의해 침몰했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유튜브 영상 등에 대한 심의 요청을 방심위가 받아들이지 않은 데 따른 항의 차원이었다.
앞서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규명위)의 천안함 폭침 원인 재조사 진정을 둘러싼 정부의 오락가락 대처도 논란을 빚었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으로는 2010년 천안함 사건 당시의 이명박 전 대통령 이후 처음으로 이날 백령도를 방문했다.
청와대는 이날 백령도 방문에 대해 “서해 최북단 격오지에서 근무하는 장병들을 격려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임기말 추진하는 종전선언 등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재가동과 관련한 행보”라는 해석도 나온다.
청와대 사정을 잘 아는 여권의 고위 인사는 “문재인 정부 들어 남북간의 군사적 충돌로 인해 군인들이 부상 당한 사례가 없었다는 것은 분명한 성과”라며 “대선을 앞두고 야당이 현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 대해 비판을 가하고 있지만, 평화유지비용을 제로로 만들었다는 점은 평가받아야 할 대목”이라고 말했다.
서해상에서 무력 충돌이 사라진 걸 자신의 대북정책 성과로 강조하면서 종전선언 등의 실현을 위한 디딤돌로 삼겠다는 전략적 의도가 깔려있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한편 청와대는 이날 해병대에서 병사들과 함께 한 오찬의 메뉴를 청와대 한식 요리사가 직접 준비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해 “성탄절과 연말연시를 가족과 함께 보내지 못할 텐데, 대통령 부부와 식사를 하는 것으로 위안을 삼아 달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추운 겨울 날씨에 건강에 유의하라며 해병대 여단본부 및 육군, 항공대 장병들에게 넥워머, 보습크림, 핸드크림, 립케어 등으로 구성된 겨울용품 세트를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