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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ㆍ우주 나이…우주교과서 쓴 허블우주망원경의 뒤안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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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블우주망원경

허블우주망원경

 ‘100억 광년 이상의 과거를 내다볼 수 있는 획기적인 망원경으로 천문학은 혁명의 시대를 맞게 된다.’ ‘갈릴레오의 망원경 발명 이후 지금까지 400년간 쌓아온 것보다 더 크게 인간의 천체관측능력을 향상시킬 것.’ ‘허블의 출현으로 우리 모두를 놀라게 할 우주의 진실이 밝혀질 것.’ 1990년 4월25일 허블우주망원경 발사를 앞두고, 당시 국내외 언론에서 전망한 ‘허블 시대’의 기대들이다.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심(深) 우주로 올라가면, 지구 상공 559㎞에 떠 있는 허블우주망원경은 지난 30여년간 지켜왔던 인류 최고 우주망원경의 자리를 내줘야 한다. 하지만 그간 허블우주망원경이 이뤄낸 우주과학의 대역사는 잊힐 수 없다.

블랙홀 관측은 허블우주망원경의 대표적 업적이다. 1992년 허블우주망원경은 거대 블랙홀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은하 M87의 중심부를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 M87에는 지금껏 알려지지 않은 가스 원반이 초속 750㎞의 속도로 회전하고 있었다. 그 중심에는 태양의 20억~30억 배에 이르는 큰 질량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블랙홀의 발견이었다. 6년 뒤에는 이곳에서 거대한 제트가 분출되는 것을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

 허블우주망원경의 대표적 작품 '창조의 기둥' 독수리성운에 있는 가스와 티끌로 된 3개의 탑 모양. 수광년 정도의 높이다. [사진 NASA]

허블우주망원경의 대표적 작품 '창조의 기둥' 독수리성운에 있는 가스와 티끌로 된 3개의 탑 모양. 수광년 정도의 높이다. [사진 NASA]

137억년. 허블우주망원경이 밝혀낸 우주 나이다. 우주의 팽창속도를 나타내는 허블 상수 측정값의 오차를 기존 50%에서 ±10%로 줄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우주 나이는 막연히 100억~200억년으로 추정됐다.

‘허블 딥필드’(Hubble Deep Field)도 대표적 업적이다. 1995년 12월 허블우주망원경은 별도 은하도 없는 듯 보이는 북두칠성 부근의 검은 하늘을 촬영했다. 10일 동안 노출을 통해 얻은 이미지는 놀라웠다. 아무것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곳에는 70억 년 전의 밝은 은하부터 120억 년 전의 것으로 보이는 희미한 점까지, 보름달 지름의 30분의 1도 안 되는 좁은 하늘에서 적어도 2000개 이상의 은하가 나타났다. 이후 2003년 9월~2004년 1월까지 촬영해 얻은 ‘허블 울트라 딥 필드’ 이미지에는 약 130억 년 전 우주 탄생 후 얼마 되지 않은 뒤 태어난 약 1만 개에 이르는 은하들이 나타났다.

1990년 발사 당시 허블우주망원경의 설계수명은 15년이었다. 이후 우주왕복선을 통한 5차례의 대대적 개ㆍ보수를 통해 30년이 넘은 현재도 활약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고장이 잦아지는 등 수명을 다해가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2011년 아틀란티스를 마지막으로 우주왕복선 운영을 중단했기에, 더이상은 수리도 불가능하다. NASA에 따르면 허블은 2028년에서 2040년 사이에 자연적으로 대기권으로 재진입, 운명을 마칠 것으로 추정된다.

허블우주망원경이 찍은 '우주 장미' Arp 273으로 알려진 2개의 상호작용하는 은하들이 우주장미의 줄기와 꽃잎 모양을 하고 있다. 지구에서 3억5000만년 떨어져 있으며, 안도로메다 자리에 위치하고 있다. [사진 NASA]

허블우주망원경이 찍은 '우주 장미' Arp 273으로 알려진 2개의 상호작용하는 은하들이 우주장미의 줄기와 꽃잎 모양을 하고 있다. 지구에서 3억5000만년 떨어져 있으며, 안도로메다 자리에 위치하고 있다. [사진 NASA]

박병곤 한국천문연구원 대형망원경사업단장은 “허블우주망원경은 대기가 거의 없는 지구 상공 559㎞의 궤도에 떠서 지구를 돌고 있기 때문에 수만 시간을 노출하면 거의 100억 광년 밖의 은하를 관찰할 수 있었다”며“별의 생성과 소멸 과정 연구 등 지난 30년간 허블이 인류에 기여한 업적은 일일이 손에 꼽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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