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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SK바사 '국산 1호 백신' 1000만회분 선구매...3상 관건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류근혁 보건복지부 제2차관(왼쪽 세 번째)이 23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12차 코로나19 치료제 백신개발 범정부지원위원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보건복지부, 연합뉴스

류근혁 보건복지부 제2차관(왼쪽 세 번째)이 23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12차 코로나19 치료제 백신개발 범정부지원위원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보건복지부, 연합뉴스

정부가 SK바이오사이언스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후보물질 GBP510) 1000만 회분의 선구매를 추진한다. 해당 백신은 내년 상반기에 국산 1호 백신으로 승인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3상 임상시험을 오미크론 변이 감염예방 효과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과 비교임상 방식으로 진행해 일각에선 벌써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3상 결과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선구매 전제조건 충족  

정부는 23일 오후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범정부지원위원회’에서 SK바사의 코로나19 백신(GBP510)을 최대 1000만 회분 선구매키로 결정했다. 해당 백신은 현재 3상이 진행 중이다. 앞서 지난 6월 정부가 제시한 선구매 전제조건은 2상 중간결과 발표 및 3상 임상계획 승인이었다. SK바사는 모두 충족했다.

2상 중간결과는 지난달 5일 발표됐다. 효과성과 안전성이 확인됐다는 게 SK바사의 설명이다. 임상은 고려대 구로병원 등 14개 기관에서 건강한 성인 328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GBP510 접종을 완료한 지 2주 지난 임상시험자의 중화항체(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항체) 수치를 코로나19 완치자 혈청과 비교했더니 중화항체 유도수준이 3.6~6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 백신 제조에 쓰인 합성항원 방식이라 상대적으로 안전하단 평가다. 1·2상 임상 과정에서 중증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았고, 경증·일반 수준의 부작용이 관찰됐다. 부작용은 1주일 내 회복됐다고 한다. 또 다른 선구매 충족조건인 3상 임상시험 계획은 지난 8월 승인이 이뤄졌다.

정부 관계자는 “(GBP510의) 임상 2상 중간결과 등을 토대로 안전성 및 면역원성, 활용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선구매하기로 했다”며 “구체적인 계약 조건 등 실무적인 논의를 거쳐 이른 시일 안에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 모습. 연합뉴스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 모습. 연합뉴스

오미크론 예방 효과 떨어지는 AZ와 비교 임상 

하지만 GBP510의 3상 비교임상을 AZ와 수행하는 것을 놓고 일각에서 의문이 제기된다. 비교임상은 기존에 허가받은 코로나19백신 접종자와 면역반응 지표를 비교해 효과를 측정하는 것을 말한다. 이미 백신 접종이 이뤄지는 와중이라 대규모 대상자를 모아 접종군과 비접종군을 나눠 시험하는 일반적인 임상시험이 어렵기 때문에 도입된 방식이다. 그런데 비교대상이 오미크론에 대한 감염예방 효과가 확 떨어지는 AZ이다 보니 GBP510의 효능 역시 의심받을 수 있다. 실제 영국 보건안전청(UKHSA)은 최근 AZ 접종 완료자의 경우 6개월 지나면 오미크론 방어 확률이 10% 아래로 떨어진다고 발표한 바 있다. 국내에선 앞으로 1~2개월 후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 양천구 홍익병원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백신접종을 받는 모습. 연합뉴스

서울 양천구 홍익병원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백신접종을 받는 모습. 연합뉴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3상 결과를 보고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조언한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일반 국민 입장에선) 오미크론 예방효과에 의문을 품을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하지만 (임상 3상)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다. GBP510은 미국 워싱턴대의 항원디자인연구소와 공동 개발 중이다. GSK의 면역증강제 기술을 활용해 AZ보다 우수하다고 한다. 결과를 보고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SK바사 백신의 승인은 내년 상반기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계획에 따라 미접종자 접종이나 4차 접종 등에 쓰일 수 있다. 전통 백신 제조방식이라 기존 코로나19 백신에 거부감을 가진 미접종자를 설득하기가 보다 수월할 것으로 평가된다. 4차 접종에 사용하는 문제는 다소 복잡하다. 국내에선 이미 전국민의 82.2%가 GBP510와 다른 제조방식의 백신(AZ·얀센, 화이자·모더나)을 맞았다. AZ·얀센 접종자 중엔 화이자·모더나로의 교차 접종자도 있다. AZ·얀센 접종자는 mRNA로 3차 접종을 받고 있다. mRNA에 대한 국민 선호도도 여전히 높은 분위기다.

‘코로나19 예방접종 실시기준’을 보면, 추가접종은 가급적 동일한 백신으로의 접종을 권고한다. AZ(2차)→mRNA(3차) 접종자의 경우 GBP510를 4차로 맞게 되면, 3종류의 서로 다른 백신을 맞게 된다. 효과·안전성에 대한 연구가 아직 없다. 김우주 교수는 “서로 다른 3가지 플랫폼의 백신을 섞어 맞았을 때 안전한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관련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다만 (WHO가 긴급사용 승인한) 노바백스의 경우 SK바사와 같은 플랫폼이다. 우선 해외 교차접종 연구를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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