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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억년전 별 보인다···'제2 지구' 찾는 마법 망원경 25일 발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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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프랑스 아리안-5 로켓에 실려 우주로 날아가는 모습. 페어링 덮개 속에 접혀있다가 우주로 올라온뒤 펼쳐지는 방식이다. [사진 ESA]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프랑스 아리안-5 로켓에 실려 우주로 날아가는 모습. 페어링 덮개 속에 접혀있다가 우주로 올라온뒤 펼쳐지는 방식이다. [사진 ESA]

 ‘이 우주에서 지구에만 생명체가 존재한다면 엄청난 공간의 낭비다. 우리 은하수 은하 하나에만도 100만 개의 다른 세상이 존재한다. 거기에서는 우리와 전혀 다른 모습의 지적 존재들이  살면서 우리보다 훨씬 앞선 기술문명을 키우고 있을 것이다.’

 세계적 천문학자이며, 명저 『코스모스』의 저자 칼 세이건이 남긴 말이다.

서기 2021년 크리스마스에 우주 새로운 역사가 시작한다. 허블우주망원경(HST)의 대를 이을 차세대 제임스웹우주망원경(JWST)이  오는 25일 오후 9시20분(한국시간) 남미 프랑스령 기아나의 쿠루 우주기지에서 아리안-5 로켓에 실려 발사된다.  과학자들은 ‘허블이 모든 교과서를 다시 쓴 것처럼 제임스웹 역시 그 교과서를 다시 쓰게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칼 세이건의 말처럼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의 주임무 중 하나는 외계행성 속 생명의 존재 가능성을 찾는 것이다. 외계 행성의 대기에서 나오는 적외선을 분광기를 이용해 분석하는 방법이다. 외계행성의 대기 구성 성분에서 메탄과 산소 같이 공존이 불가능한 대기 성분이 대량으로 발견되면 생명체가 존재한다고 판단할 수 있다. 케플러 우주망원경(2009~2018년)이 지금껏 4000개가 넘는 외계행성을 찾아냈다면, 제임스웹은 그 수많은 외계행성 중에서도 ‘제2의 지구’를 찾을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NASA에 따르면 제임스웹은 2020년대가 지나기 전에 외계 생명체에 대한 획기적인 발표가 나올 수 있다.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지구에서 150만km 떨어진 라그랑주 포인트 L2 지점에 안착해서 별을 관측하고 있는 모습을 상상한 그림. [사진 ESA]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지구에서 150만km 떨어진 라그랑주 포인트 L2 지점에 안착해서 별을 관측하고 있는 모습을 상상한 그림. [사진 ESA]

제임스웹의 또 다른 장점은 허블우주망원경보다 더 깊은 우주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가시광선을 주 관측 대상으로 하는 허블이 볼 수 있는 가장 먼 우주 천체가 130억 광년 떨어진 은하라면, 적외선 우주망원경인 제임스웹은 우주 탄생 이후 태어난 약 135억년 전의 첫 별과 은하까지 볼 수 있다.

이석영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교수는 “우주 탄생 초기의 별들은 수소와 헬륨 등 가벼운 원소들로만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만 하고 있는데 제임스웹은 이런 초기 별들의 탄생 비밀을 풀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우주탐사그룹장은 “제임스웹은 허블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우주에 관한 놀라운 소식을 전해줄  것으로 기대된다”며 “우주에 대한 인류의 지식체계에 강력한 지각변동을 일으키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의 탁월한 능력은 직경 2.4m의 허블보다 집광면적에서 7.3배에 달하는 반사경(직경 6.5m)을 가진 점에서부터 차별화된다.  가시광선이 아닌 적외선망원경이란 점도 장점이다.  적외선은 가시광선과 달리 성운(星雲)이 장애가 되지 않는다. 제임스웹이 허블보다 더 먼 우주를 볼 수 있는 결정적 이유다.  우주망원경의 위치도 차원이 다르다. 제임스웹은 지구에서 150만㎞ 떨어진 라그랑주 포인트 L2 지점에서 태양을 중심으로 지구와 나란히 공전한다. 이 덕분에 관측하려는 천체를 지속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다. 지구궤도를 90분에 한 번씩 돌면서 같은 사진을 여러 번 찍어 빛을 모으는 방식으로 특정 우주 지점을 관찰하는 허블우주망원경과는 차원이 다른 방식이다.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의 경로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의 경로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의 단점도 있다. 사실 치명적일 수 있다. 지구궤도를 도는 허블우주망원경은 고장이 날 경우 사람이 올라가서 고칠 수 있다. 실제로 미 항공우주국(NASA)은 지난 31년간 우주왕복선을 이용해 총 5차례에 걸쳐 허블우주망원경을 개·보수하고 성능을 업그레이드해왔다. 설계수명이 15년에 불과한 허블이 31살이 넘도록 살아있는 이유다.  반면 제임스웹은 지구에서 너무도 먼 곳에 있기 때문에 고장이 날 경우 허블처럼 사람이 올라가서 수리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주요 전자장비의 대부분을 2개씩 장착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그럼에도 NASA는 제임스웹에 우주선 도킹 장치를 마련해 놓긴 했다. 훗날 화성을 오가는 우주선 등을 이용해 개·보수를 할 수 있도록 여지를 열어놓았다는 얘기다.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은 구조적으로도 기존 경통 모양의 우주망원경과 궤를 달리한다. 주반사경은 초음속 항공기와 우주 왕복선에 사용된 금속인 베릴륨에 금(金)을 코팅한 구조다. 베릴륨은 가벼운데다, 열 변형도 작다. 금은 적외선을 가장 잘 반사하는 소재다. 주반사경이 6각형 모양의 거울 18개로 이뤄져 있는 이유는 6.5m에 이르는 반사경을 하나로 만들어 우주로 쏘아올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거울은 3등분으로 접혀 아리안-5 로켓의 페어링 덮개 안에 탑재된다. 거울 아래 마치 배 모양을 한 구조물은 태양으로부터 오는 빛과 열을 차단하는 기능을 한다. 우주망원경 특히 적외선 망원경은 열에 취약하다. 섭씨 영하 233도의 극저온 상태라야 성능이 최적화한다. 제임스웹처럼 태양을 등지고 한 장소에 계속 머물러  있으면 한쪽의 온도가 급속히 올라가게 된다. 이 때문에 5중 구조로 이뤄진 필름 차폐막을 이용해 태양으로부터 밀려오는 열을 600도 이상 떨어뜨리게 된다.

[우주 '숙제' 해결사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우주 '숙제' 해결사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오는 25일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남미 프랑스령 기아나의 쿠루 우주기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된다고 해서 모든 게 끝난 건 아니다. 지구에서 150만 ㎞ 떨어진 라그랑주 포인트 L2 지점까지 가려면 약 30일이 걸린다. 그동안 지구와 교신을 통해 반사경과 5중 필름 차폐막 등을 하나씩 펼쳐야 한다. 이후에도 망원경의 온도가 영하 233도까지 떨어지기까지 기다리는 시간도 필요하다. NASA에 따르면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첫 천체사진을 보내오려면 발사에 성공하고도 6개월은 지나야 한다.  이 같은 과정에서 만에 하나라도 이상이 생길 경우, 총 비용 10조원이 들어간 제임스웹우주망원경 프로젝트는 물거품이 될 수 있다. 그간 수차례나 발사가 연기된 이유 중 하나가 여기에 있다.

우종학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비록 한국이 제임스웹우주망원경 프로젝트에 공식 참여하진 못했지만, 중요한 과학연구를 진행한다는 점을 인정받을 경우 우리도 관측 시간을 부여받을 수도 있다”며 “제임스웹은 우주와 은하, 외계행성 분야에서 새로운 발견을 이끌어낼 수 있는 획기적 수단”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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