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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년간 여름, 석달간 폭염, 겨울 한달뿐…60년뒤 한국의 미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폭염이 이어진 8월 서울의 한 건물 에어컨 실외기 앞으로 손선풍기를 든 어린이가 지나가고 있다. 뉴스1

폭염이 이어진 8월 서울의 한 건물 에어컨 실외기 앞으로 손선풍기를 든 어린이가 지나가고 있다. 뉴스1

1년 중 절반은 여름, 추운 겨울은 한 달뿐. 
세 달 가까이 폭염이 나타나는 수도권과 충청권. 
비가 왔다 하면 엄청난 폭우가 쏟아지는 제주도.

현재 수준으로 온실가스가 꾸준히 배출될 경우 60년 뒤 찾아올 한국의 미래다. 기상청은 지난 8월 공개된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6차 보고서에 따른 저탄소ㆍ고탄소 시나리오별 남한의 기후 전망 분석 결과를 23일 발표했다. 전국을 6개 주요 권역으로 나눠 최선(2070년경 탄소중립)ㆍ최악(현 수준 온실가스 지속 배출) 상황에 따른 기후 변화 추이를 살펴본 것이다.

탄소가 많이 배출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대로 흘러간다면 전국적으로 고온 현상이 뚜렷하게 악화할 전망이다. 최고기온 33도 이상인 폭염일수는 현재(2000~2019년) 경상권이 12일로 가장 많고, 수도권은 7.8일 수준이다. 하지만 이번 세기 후반(2081~2100년) 들어선 수도권(86.4일)ㆍ충청권(89.1일) 등 중부 지방이 남부보다 더 잦은 폭염을 겪을 것으로 예측됐다. 참기 어려운 무더위를 연중 3개월가량 견뎌야 한다는 의미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열대야와 밀접한 관련을 가진 일 최저기온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기상청에 따르면 21세기 후반 고탄소 시나리오에서 중부 지방의 최저기온 증가폭(7~7.4도)이 다른 지역(5.3~6.7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나타났다. 여름철 잠 못 이루는 밤이 자주 나타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변영화 기상청 기후변화예측연구팀장은 "기후변화 영향은 고위도일수록 크게 나타나는 편이다. 또한 최근 폭염 패턴을 보면 남쪽에서 올라오는 고기압과 서쪽에서 들어오는 고기압이 같이 맞물리며 중북부 지방 중심으로 고기압 최대 위치가 놓이는 식이다"라면서 "두 가지 측면이 남부보다 중부 지방에서 기온이 더 오르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이렇다 보니 계절의 길이도 크게 바뀐다. 전국적으로 추운 겨울은 짧아지고 더운 여름은 길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최악의 경우 현재 107일인 겨울은 21세기 후반 39일까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반면 여름은 같은 기간 97일에서 170일까지 늘어날 수 있다. 지금은 겨울이 더 길지만, 60년 뒤엔 여름이 훨씬 오래 지속하는 걸 보여준다.

강수량 역시 뚜렷하게 늘어난다.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곳은 제주도다. 21세기 후반 고탄소 시나리오상 제주권은 1일 최대 강수량이 현재보다 56%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일 강수량이 80mm 이상인 날을 의미하는 호우일수도 지금과 비교하면 2.2일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제주를 제외한 나머지 권역은 비교적 유사한 수준의 변화(35~38%, 1~1.3일 증가)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변영화 기후변화예측연구팀장은 "제주는 특히 남쪽에서 올라오는 장마 전선과 태풍 영향을 가장 먼저 받는 지역이다. 미래에도 제주 중심으로 이러한 강수 영향이 점차 강해질 것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최선ㆍ최악 시나리오 간의 차이도 크다. 탄소 배출량 감축이 성공적인 저탄소 시나리오에선 이번 세기 중반(2041~2060년) 국내 평균 기온과 강수량이 현재보다 각각 1.6도, 5%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 반면 탄소중립에 실패하는 고탄소 시나리오를 따라가면 같은 시기 각각 2.9도, 7%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기상청은 우리나라도 기온 상승에 따라 동남아 같은 아열대 기후 형태로 완전히 변할 가능성에 대해선 "물음표"(변영화 팀장)라고 표현했다.

이러한 기후 변화 격차는 해를 거듭할수록 더 벌어지게 된다. 21세기 후반 온난화 추세는 최선의 탄소 배출 상황에선 완화되지만, 최악 상황에 직면하면 오히려 대폭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적극적 탄소 감축만이 기온 상승과 강수량 증가를 억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태풍 '찬투' 북상 영향으로 강한 비바람이 몰아친 9월 제주 서귀포시 폭포에서 물이 쏟아지고 있다. 연합뉴스

태풍 '찬투' 북상 영향으로 강한 비바람이 몰아친 9월 제주 서귀포시 폭포에서 물이 쏟아지고 있다. 연합뉴스

새로 발표된 남한 기후변화 전망 정보는 향후 국가 온실가스 감축 이행과 기후변화 정책 수립 등에 활용될 예정이다. 내년 중에 중간 수준의 탄소 완화 시나리오에 따른 국내 기후 변화 추이도 추가로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박광석 기상청장은 "이번 분석 결과는 지역별 기후위기 대응에 유용한 정보가 될 것이다. 앞으로도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정보를 꾸준히 제공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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