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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스타작가 작품 떴다, 한국 미술팬 눈이 즐겁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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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알렉스 카츠, 노란 붓꽃, 2011, 린넨에 오일, 101.6x127㎝.[사진 타데우스 로팍]

알렉스 카츠, 노란 붓꽃, 2011, 린넨에 오일, 101.6x127㎝.[사진 타데우스 로팍]

루이스 부르주아(1911~2010), 알렉스 카츠(94)등 현대미술 두 거장과 신예 폴란드계 독일 작가 알리시아 크바데(42)의 전시가 서울에서 열리고 있다. 세계 수퍼 컬렉터들이 소장 경쟁을 벌이는 스타 작가들이다. 크바데전은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페이스 서울과 독일 갤러리 쾨닉, 두 갤러리에서 동시 전시 중이다.

올해 오스트리아 갤러리 타데우스 로팍, 독일 갤러리 쾨닉이 동시에 서울에 지점을 내면서 해외 ‘핫 트렌드’가 더 빠른 속도로 국내에 유입되고 있다.

알리시아 크바데의 설치, 2021, 100x69x109㎝. [사진 타데우스 로팍 쾨닉]

알리시아 크바데의 설치, 2021, 100x69x109㎝. [사진 타데우스 로팍 쾨닉]

프랑스 태생의 미국 작가 부르주아 개인전은 2012년에 이어 10여 년 만에 국제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부르주아는 전 생애에 걸친 독보적인 예술적 실험과 도전으로 현재 활동하는 미술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작가다. 국내 미술팬들에겐 서울 리움미술관 야외에 전시됐던 거미조각 ‘마망’(maman·프랑스어로 ‘엄마’라는 뜻)의 작가로 익숙하다.

이번 전시는 부르주아가 생애 마지막 10여년간 작업한 일련의 종이 작품군을 집중 조명한다. 조각도 선보이지만, 주축은 ‘내면으로 #4 Turning Inwards Set #4’를 구성하는 39점의 대형 판화(소프트그라운드 에칭)들이다. 대부분 신체의 장기 혹은 씨앗이나 열매 같기도 한 곡선의 모티프가 섬세하게 새겨졌다.

알렉스 카츠 전시가 열리고 있는 서울 한남동 타데우스 로팍 전시장. [사진 타데우스 로팍]

알렉스 카츠 전시가 열리고 있는 서울 한남동 타데우스 로팍 전시장. [사진 타데우스 로팍]

어릴 때 아버지의 폭력과 어머니의 삶을 지켜본 부르주아는 ‘여성’ ‘모성’을 화두로 작업하며 자신의 삶을 치유했다. “거미는 내 어머니께 바치는 헌사”라고 한 것처럼 그의 작품엔 ‘여성’이라는 정체성이 담겼다. 이번 전시에서도 ‘잎사귀’ ‘너울’ ‘통로들’ 등 모성과 ‘삶과 죽음’ 등 자연의 순환을 강조한 작품들이 선보인다. 전시는 내년 1월 30일까지.

미국 작가 카츠의 개인전은 지난 10월 서울 한남동에 처음으로 문을 연 오스트리아 갤러리 타데우스 로팍에서 열리고 있다. 그의 작품세계는 2018년 롯데뮤지엄, 2019년 대구미술관 등에서 조명된 바 있지만, ‘꽃’ 하나에 집중한 전시가 주는 감흥이 새롭다. 올해 94인 작가가 2020년, 2021년 팬데믹 시기에 완성한 신작 그림만 12점이 포함돼 있다.

카츠는 인물 회회로 유명하지만 단순화된 화면 구성과 강렬한 색조가 돋보이는 작가 특유의 화법은 꽃 그림에서도 이어진다. 마치 클로즈업해 찍은 광고 사진처럼 과감하게 배경 묘사를 생략하고 꽃의 음영을 더 강하게 부각한 그만의 독창적인 화법은 앙리 마티스를 지속해서 탐구하고, 영화와 빌보드 광고, 음악, 시에서 영감을 받아 구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27년생인 카츠는 내년 뉴욕 솔로몬 R.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연다. 내년 2월 5일까지.

루이스 부르주아, 잎사귀 (#4), 2006, 151.8x49.5㎝,Timothy Doyon 촬영. [사진 국제갤러리]

루이스 부르주아, 잎사귀 (#4), 2006, 151.8x49.5㎝,Timothy Doyon 촬영. [사진 국제갤러리]

쾨닉과 페이스, 두 갤러리에서 근작 30여 점을 선보이는 알리시아 크바데. 거대한 화면에 얇은 시계 침을 정교하게 배열하는 방식으로 시각적으로 강렬한 작품을 선보인다.

주제의식도 뚜렷하다. 크바데는 시계침과 돌, 세라믹, 유리와 브론즈 등 다양한 재료를 넘나들며 우리가 현실을 인식하고 구성하는 과정을 자유분방하게 탐색한다. 시계 침을 작가가 정한 규칙에 따라 촘촘하게 배열한 시곗바늘 연작도 감각적이다. 물방울을 수면에 떨어뜨렸을 때 나타나는 파동, 충격에너지, 간섭파 등을 반영해 시곗바늘을 배열한 것.

현재 독일에서 작업하는 크바데는 2015~2016년 퍼블릭 아트 펀드 커미션으로 뉴욕 센트럴 파크에 ‘어게인스트 더 런’을 설치했고 최근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옥상 정원에도 커미션 작품을 설치했다. 파리 퐁피두 센터,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 상하이 유즈 미술관이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전시는 내년 1월 22일까지.

해외 스타 작가들의 전시로 미술팬들의 볼거리는 풍성해졌고 컬렉터들의 선택 폭도 더 커졌다. 일각에선 “국내 작가들을 국제무대에 알리려는 노력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술계 전시 콘텐트가 풍부해지는 건 반갑지만 국내 컬렉터들이 더 성숙한 시선으로 한국 작가 작품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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