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만해도 한국과 똑같았다...'신규확진 0명' 대만의 기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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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북부 지룽(基隆)의 지자체 공직자들이 지난달 30일 밤 거리를 돌며 ‘보행 중 취식 금지’ ‘사회적 거리두기’ 등 코로나19 확산 방지 조치를 강조하는 홍보 활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 21일 하루 확진자 수를 ‘0명’으로까지 줄인 대만 당국의 방역 노력에 대해 라이칭더(賴淸德) 대만 부총통은 “과학적 방역과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하는 민주 방역이 두 축”이라고 설명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대만 북부 지룽(基隆)의 지자체 공직자들이 지난달 30일 밤 거리를 돌며 ‘보행 중 취식 금지’ ‘사회적 거리두기’ 등 코로나19 확산 방지 조치를 강조하는 홍보 활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 21일 하루 확진자 수를 ‘0명’으로까지 줄인 대만 당국의 방역 노력에 대해 라이칭더(賴淸德) 대만 부총통은 “과학적 방역과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하는 민주 방역이 두 축”이라고 설명했다. [로이터=연합뉴스]

1만6816명 대 57만5615명. 지난 21일까지 대만과 한국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대비다. 대만의 2021년 추정인구는 2345만 명으로 5170만 명인 한국의 0.45배 정도인데, 확진자는 34분의 1에 불과하다.

더욱 놀라운 건 지난 7개월간의 변화다. 모두 백신 가뭄에 시달리던 지난 5월 셋째 주 대만의 주간 확진자(3390명)는 한국(4360명)과 별 차이가 없었다. 7개월 뒤인 지난주 대만의 확진자는 65명에 그쳤지만 한국은 4만7836명에 이르렀다. 대만은 지난 21일엔 지역 감염 확진자 0명(해외 유입은 10명)을 기록했다.

“열 명이건, 스무 명이건 식당 이용에 어려움이 없어 타이베이(臺北)는 송년 모임이 한창이다.”

IT 기술 활용한 선제조치로 비말 전파 막고, 강제봉쇄 없이 국민의 자발적 참여 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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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규 코트라 타이베이무역관장은 22일 현지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지난여름 확진자 폭증 당시 시행했던 ‘실내 50인, 실외 100인’의 인원 제한은 이미 풀렸고, ‘식당 내 식탁 배치 1.5m 간격, 비말 전파 차단을 위한 통풍 강화’ 등 2단계 수칙만 유지되고 있다. 김 관장은 “다음 달 춘제(春節·설)를 앞두고 귀향객을 통한 감염을 우려하며 긴장 속에 대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대만은 전 세계에 번진 델타에 이어 오미크론 변이까지 막으며 일상회복에 연착륙하고 있다. 쥐 잡듯 통제하는 중국식 ‘제로 코로나’와도 차별화한다. 라이칭더(賴淸德·62) 대만 부총통은 지난 10월 미국 하버드대 학생 대상 강연에서 “대만 모델은 과학과 민주가 두 축”이라고 주장했다. 과학은 코로나 차단을 위한 선제 조치, 단계적 방역, 과학기술(IT) 활용으로, 민주는 사회적 합의를 기반으로 정치 리더십이 솔선수범하는 방식으로 갈등을 차단하면서 각각 구현했다는 설명이다. 극복 비결을 요약하면 선제 조치, 쾌속 대응, 투명 공개, 스마트 방역, 정부와 민간의 자원을 통합한 공동 방역, 민주 거버넌스 등 6가지로 요약된다.

차이잉원 총통이 직접 ‘방역 소통’ … 서비스업 지원금은 직원수에 맞춰 지급

특히 주목되는 게 정부가 국민과 한 약속을 지키며 신뢰를 구현하는 ‘순차 방역’으로 진행됐다는 점이다. 지난 5월 15일 대만 중앙전염병지휘센터(CDC)는 전염병 경보를 3단계로 격상했다. 당시 차이잉원(蔡英文·65) 총통은 국민 소통에 주력했다. 그달 18일 CDC에서 연설하고 백신 개발·조달 상황을 불안해하는 국민에게 가감 없이 공개했다. 그달 31일 영상 담화에선 “3급 방역에서 대규모 백신 접종까지는 상호협력, 단결일치만이 최선”이라고 국민 이해와 지원을 호소했다.

대만은 비(非)대만인의 입국과 공항 환승을 금지했다. 유흥시설 운영은 금지됐고, 요식업소는 테이크아웃만 허용했다. 상점과 대형마트 통제도 강화했다. 방역 조치는 7월 26일까지 짧고 굵게 이어졌다. 임병옥 전 한인회장은 “2003년 73명이 숨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를 경험한 대만인이 적극적으로 협조했다”며 “(중국 방해로) 세계보건기구(WHO)도 가입할 수 없는 대만이 스스로 지키지 않으면 무너진다는 절박감도 작용했다”고 말했다.

한국과 대만의 코로나 확진자 비교.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한국과 대만의 코로나 확진자 비교.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대만은 3단계 방역으로 피해를 본 서비스 업종에 고용 유지를 위해 세금을 감면하고 지원금을 나눠줬다는 점도 주목할 점이다. 한인 기업인 쑹훙(崧閎)의 성교상 대표는 “지난해 대비 매출 하락 폭과 종업원 수를 고려해 공평하고 과학적으로 지원금을 지급해 자발적 참여를 유도했다”고 밝혔다.

백신 확보에선 민관 총력전을 펼쳤다. 정부 백신 구매팀이 뛰는 동안 아이폰 생산업체인 폭스콘의 궈타이밍(郭台銘·71) 회장도 화이자 백신 500만 회분을 조달했다. 7월엔 자체 개발한 가오돤(高端·Medigen) 백신의 긴급사용을 승인하고 정부가 500만 회분을 사들였으며, 8월엔 차이 총통이 접종했다.

대만 CDC는 7월 넷째 주 주간 확진자가 152명으로 줄자 비로소 방역을 2단계로 완화했다. 유흥시설 영업을 허용했지만, 출입자 전원에게 QR코드를 이용한 실명 등록, 체온 측정,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게임장과 노래방 손님이 입·퇴실할 때 15~30분 환기를 의무화했다. 지난주엔 이동 중 취식 금지를 조건으로 모든 야시장 영업을 정상화했다. 극장 등 공연시설도 1.5m 간격만 유지하면 되도록 했다.

대만은 해외 유입을 막으려고 비자 발급을 최소화하고 있으며 모든 입국자는 7+7+7 격리(방역호텔에서 7일 격리, 재택격리 7일을 거쳐 자율관찰 7일을 하며 3차례의 핵산(PCR) 검사)를 의무화했다. 위반자에겐 최대 100만 대만달러(약 4288만원)의 벌금을 물릴 수 있다.

데이터에 기반을 둔 과학적·단계적 방역은 미국도 마찬가지다. 조 바이든 정부는 코로나19 확진자 수, 전파 속도, 입원율 등을 기반으로 규제를 죄었다 풀며 조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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