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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저장 기술 활용하겠단 홍보가 과장광고?...공정위로 간 '그린워싱'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환경단체가 문제 삼은 보도자료. 사진 속 시설은 호주 바로사-깔디따 가스전 전경. SK E&S 공식 블로그 캡처

환경단체가 문제 삼은 보도자료. 사진 속 시설은 호주 바로사-깔디따 가스전 전경. SK E&S 공식 블로그 캡처

"CO2(이산화탄소) 없는 친환경 LNG(액화천연가스) 시대 연다."
지난 3월 에너지 기업 SK E&S가 보도자료와 블로그 등에서 사용한 홍보 문구다. 해외 가스전에서 LNG를 생산하는 동시에 탄소 저감 기술을 이용해 온실가스 배출도 줄일 수 있다는 취지다.

약 9개월 뒤, 이 홍보 문구가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이자 소비자를 기만하는 과장 광고라는 논란이 제기됐다. LNG 생산~소비 전 단계에서 배출되는 탄소 중 일부만 줄일 수 있는 만큼 해외 가스전에 투자한 회사를 '친환경 기업'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산화탄소 제거된 LNG' 등 표현 두고 지적

기후솔루션은 22일 SK E&S를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고 밝혔다. 환경부엔 이 회사가 환경산업기술법을 위반했다는 신고서를 보냈다. 그동안 일부 환경개선 노력과 기술을 부풀려 친환경으로 위장하는 이른바 '그린워싱'은 정치적·철학적 논쟁의 영역에 있었다. 그런데 이번 제소로 법률적인 검토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SK E&S는 올 3월 호주 바로사-깔디따 해상 가스전 개발 사업에 참여하기로 확정했다. 당시 블로그·유튜브 등에 '이산화탄소가 제거된 LNG', '친환경 LNG'라고 표현했는데, 기후솔루션 측은 이 문구를 문제 삼았다. 온실가스를 저감하는 탄소 포집·저장 기술(CCS)을 '상용화된 기술'이라고 설명한 점도 문제라고 봤다.

LNG는 화석 연료지만 재생 에너지 기술이 충분히 개발되기 전까진 수요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SK E&S가 37.5%의 지분을 가진 호주 가스전의 매장량은 7000만t이 넘는다. 2025년부터 20년간 이 가스전에서 생산되는 LNG가 매년 130만t씩 국내로 들어올 예정이다. 한국의 연간 천연가스 소비량은 4000만t 수준이다.

환경단체가 문제 삼은 '그린워싱' 홍보 영상. 사진 기후솔루션 제공

환경단체가 문제 삼은 '그린워싱' 홍보 영상. 사진 기후솔루션 제공

가스전을 개발해 20년 동안 생산(200만t), 액화(150만t), 재기화(11만t), 국내 운송(29만t)과 최종 소비 단계(960만t)를 거치는 동안 모두 1350만t의 온실가스가 배출될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현재 SK E&S가 수출입은행에 제시한 계획서엔 LNG 생산·액화 위주로 최대 210만t 정도만 줄일 수 있다고 나와 있다고 한다. 여기에 쓰인다고 언급한 CCS 기술의 상용화 여부도 여전히 논란이 많은 상황이다.

기후솔루션 소속 하지현 변호사는 "LNG 생산은 필연적으로 운송·소비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수반하지만, 기업 측에서 이 부분을 누락하고 마치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것처럼 홍보했다. 이는 소비자들에게 해외 가스전 사업 자체가 친환경적이라는 잘못된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선 "CCS 고도화" 언급, 광고 여부도 다툼 여지

SK E&S는 공정위 제소에 대해 "아직 공정위와 환경부에서 내용을 전달받지 못해 공식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내부적으론 다소 황당하다는 분위기다.

이 회사는 지난 3월 CCS 기술 고도화를 통해 천연가스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제거하거나 포집해 인근 해상 폐가스전에 저장하겠다는 계획도 함께 발표했다. 현재 기술로는 어렵지만 향후 CCS 기술이 개선된다는 가정 하에 '탄소 제로 LNG'라는 표현이 틀리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업체 입장에선 '탄소 배출량을 줄이려는 신기술을 개발·추진하는 것도 강조하면 안 되냐'는 볼멘소리가 나올 만한 대목이다. 앞으로 관련 기업과 환경 단체 사이에서 비슷한 논란이 반복될 수도 있다.

SK E&S가 탄소 포집·이용·저장기술(CCUS)을 소개하는 장면. 공식 유튜브 캡처

SK E&S가 탄소 포집·이용·저장기술(CCUS)을 소개하는 장면. 공식 유튜브 캡처

회사의 블로그와 보도자료에 쓴 홍보 문구가 표시광고법상 광고에 해당하는지도 논란거리다. 표시광고법에선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표시광고 행위로 제재 대상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관련 절차에 따라 SK E&S의 위법성 여부를 따져볼 계획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정상적인 절차를 따라 접수됐다면 앞으로 기업 측에 관련 자료를 요구해 관련 내용이 사실인지 확인하게 될 것"이라며 "위법이라면 시정 조치 등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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