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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로 번진 미ㆍ러 충돌…미래 불투명해진 국제우주정거장

중앙일보

입력

미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갈등을 빚으면서 국제우주정거장(ISS)의 미래가 불투명해지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ISS는 미국과 러시아가 주축을 이루며 유럽, 일본, 캐나다 등 16개국이 참여한 국제협력사업이다. 사업은 냉전 이후인 1993년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와 우호를 다지는 노력의 일환으로 승인하면서 시작됐다.

2018년 10월 4일 도킹 해제 후 소유즈 우주선에서 촬영된 국제우주정거장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2018년 10월 4일 도킹 해제 후 소유즈 우주선에서 촬영된 국제우주정거장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WP는 그러나 "미·러 간 높아진 긴장은 노후화 조짐을 보이는 ISS의 운용 연장 계획을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고 현 기류를 전했다. 1993년에 건설된 ISS는 2024년까지 운용하고 퇴역할 예정이다. 미 상원에는 ISS의 퇴역 시기를 2030년까지 늦추는 법안이 계류돼 있다.

미국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군사 위기,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의혹, 러시아 해커 그룹의 사이버 테러 의혹 등 갖가지 문제로 연일 대립하고 있다. 미 국가우주위원회 사무국장을 역임한 스콧 페이스 조지워싱턴대 우주정책연구소장은 "ISS는 미·러 관계가 가장 좋을 때 만들어졌다"며 "지금 다시 ISS를 다시 건설한다면 미국은 러시아를 동반자로 삼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7일 미·러 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하면 강력한 경제 제재를 가하겠다"고 경고했지만 긴장 상황은 계속되고 있다. 21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서방의 공격적인 노선이 지속될 경우 군사·기술적 조처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최근 러시아의 위성 요격 실험도 ISS의 미래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ISS의 우주인들은 지난달 15일 비상 안전 조치에 나서야 했다. 전날 러시아가 '위성 요격 미사일(ASAT)'로 자국 인공위성을 요격해 1500개 이상의 파편이 흩어져 '파편 구름'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미 국가우주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러시아의 위성 요격이) ISS의 우주비행사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위성까지 위험에 빠뜨렸다"고 비난한 바 있다.

또 미국 정보기술 전문매체 아르스테크니카에 따르면, 지난 8월 러시아 우주산업 고위관계자가 "미 나사의 우주인 세레나 아우뇬 챈슬러가 2018년 ISS에 도킹한 러시아의 소유스 캡슐에 고의로 드릴 구멍을 냈다"고 주장해 미국 측이 발끈했다. 당시 넬슨 나사 국장은 “(러시아 우주산업관계자의) 공격은 거짓이고 신뢰성이 결여돼있다”고 반박했다.

지난달 10일, 미국 플로리다주(州)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국제우주정거장(ISS) 임무를 위해 3명의 나사(NASA) 우주비행사를 태운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이 발사됐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10일, 미국 플로리다주(州)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국제우주정거장(ISS) 임무를 위해 3명의 나사(NASA) 우주비행사를 태운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이 발사됐다. [로이터=연합뉴스]

머스크 '스페이스X' 등장, 러 의존도 줄어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의 등장은 미국이 ISS 사업에서 러시아 의존도를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미국은 나사가 2011년 우주왕복선을 퇴역시킨 후 ISS에 우주인을 보내기 위해 좌석당 8500만 달러(약 1000억원)를 러시아에 지불해 왔는데 스페이스X가 러시아의 독점을 깼다는 설명이다. 미 씽크탱크 시큐어월드재단의 브라이언 위든 기획국장은 "미국은 러시아를 통해 우주정거장에 갈 필요가 없게 됐다"고 말했다.

구소련의 영광을 재현하고 싶어하는 러시아가 '우주굴기'를 외치는 중국과 협력을 시도하는 것도 미국으로서는 달갑지 않은 움직임이다. 지난해 중국은 약 100t 규모의 우주정거장 건설을 위해 유인 우주선을 여러 차례 발사했고, 러시아와 공동건설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지난달 30일 WP 칼럼니스트 조시 로긴은 미 우주군 고위 장성의 말을 인용해 "중국이 10년 안에 미국을 제치고 우주 공간에서 1위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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