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못 만든 게 아니라 안 만든 것이다.”
23일 첫 폴더블폰 출시를 앞두고 있는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 오포의 입장을 한 마디로 정리하면 이렇다. 피트 라우 오포 최고제품책임자(CPO)는 자사 첫 폴더블폰인 파인드 엔(N) 공개 행사를 앞둔 지난 9일 뉴스룸을 통해 이렇게 밝혔다.
“2018년 4월에 처음으로 시제품(프로토타입)이 탄생했고, 4년간 6세대에 걸쳐 제품을 개발했다. 트렌드를 따라가기 위해 서두르기보다는 훌륭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준비가 되었을 때 제품을 출시하는 게 낫다.”
오포 “2018년부터 6세대 걸쳐 개발” 주장
삼성전자는 2019년 9월 첫 폴더블폰을 출시한 이래 올해 3세대까지 제품이 출시됐다. 오포의 주장은 삼성보다 오래전부터 폴더블폰 개발에 착수했으며 내부적으로 훨씬 더 많은 세대 개발을 거쳤다는 주장이다.
사실상 삼성전자가 독주하다시피하는 폴더블폰 시장에 중국 브랜드들이 잇달아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오포가 파인드 엔을 23일 출시하는데 이어 화웨이도 이날 폴더블 제품인 ‘P50 포켓’을 공개할 예정이다. 파인드 엔이 좌우를 접는 형태로 삼성의 갤럭시Z 폴드3와 닮았다면, P50 포켓은 상하를 접는 형태로 갤럭시Z 플립3와 유사하다.
오포 “주름 개선”, 화웨이 “디자인 차별화”
오포는 삼성전자의 약점으로 꼽히는 메인 디스플레이의 주름 문제를 해결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라우 오포 CPO는 “다른 (폴더블) 기기와 비교해 최대 80%까지 눈에 띄는 주름을 최소화했다”며 삼성전자를 직접 겨냥했다.
화웨이의 P50는 디자인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GSM아레나는 “패셔니스타를 위한 기기이자 삼성 갤플립3의 시장 점유율 일부를 빼앗으려는 시도가 될 것이 명백하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두 회사 모두 삼성전자 대비 가격 경쟁력을 강조할 전망이다. 파인드 엔은 삼성의 갤폴드3와 비슷한 사양을 내세우면서도 출고가를 43만~57만원가량 낮췄다.
시장을 독주하는 삼성전자를 겨냥한 행보로 풀이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3분기 폴더블폰 출하량은 900만 대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88%를 차지한다. 이 업체는 내년 폴더블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이 74%로 다소 떨어지는 대신 오포와 화웨이(아너 포함)가 각각 5%, 샤오미 4% 등 중국 기업이 ‘존재감’을 드러낼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역으로 중국 시장에서 적극적인 공세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한종희 삼성전자 DX 부문장(부회장) 직속으로 중국사업혁신팀을 신설했다. 스마트폰 사업뿐 아니라 가전에서도 중국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만큼 전담 조직을 만들어 전략적으로 공략하겠다는 의도가 깔렸다. 삼성전자는 한때 중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20%에 달했지만 2019년 이후 급전직하해 현재 점유율이 0%대에 불과하다.
스마트폰 불안한 1위…전략무기는 폴더블
삼성으로선 중국 공략을 위해서라도 폴더블폰 경쟁력이 중요하단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불모지라 할 수 있는 중국에서 삼성전자 폴더블 제품은 출시 초기 품귀 현상을 일으킬 정도로 잘 팔렸다”며 “삼성으로선 프리미엄 제품군을 중심으로 중국 시장을 공략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장에서의 스마트폰 점유율을 높이는 한편 아슬아슬한 1위를 이어가고 있는 글로벌 시장에서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해 폴더블 제품에 심혈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KB증권 이창민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향후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도입할 신기술을 갤럭시S가 아닌 폴더블 스마트폰에 최초로 적용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삼성전자의 기술 차별화 전략은 내년에도 유효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출시된 갤폴드3 제품에 언더디스플레이카메라(UDC)·S펜·방수기능을 최초로 지원한 바 있다.
이창민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반도체·디스플레이 등의 부품을 내재화하고 있어 비용과 조달 안정성 측면에서 뛰어나다”며 “중국 폴더블폰 판매가 기술 특허와 저조한 수율 등을 이유로 중국 내수 시장에 국한된 반면, 삼성은 전 세계 다양한 국가에서 폴더블폰을 판매하고 있는 점도 강점”이라고 말했다.
임수정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연구원은 “삼성전자로선 두 번 접히는 폴더블 형태나 롤러블폰 등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들보다 앞선 다양한 폼팩터에 대한 고민과 더불어 규모의 경제를 앞세운 가격 합리화 전략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