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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개미 필패'…수익률 -9%, 10개 샀는데 8개가 마이너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대기업 부장인 권모(46)씨에게 '주식' 두 글자는 금기어다. 지난 1~2월 국내 주식에 8000만원 넘는 돈을 투자했는데, 주가가 곤두박질치는 바람에 수천만원을 잃어서다. 10개가 넘었던 투자 종목 중 다 정리하고 지금까지 들고 있는 건 삼성전자·현대모비스·SK이노베이션이다. 권씨는 "'곧 오르겠지'하며 버틴 지 1년이 돼가는데 아직 2000만원 넘게 까먹는 중"이라며 "정신건강에 안 좋아서 요즘은 주식 창도 잘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올해 개인 투자자들이 많이 산 10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이 -9.4%를 기록했다. 셔터스톡

올해 개인 투자자들이 많이 산 10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이 -9.4%를 기록했다. 셔터스톡

개인, 올해 80조원 순매수했지만…

올해 개인 투자자의 매수세는 거셌다. 한 해 동안 국내 주식을 80조원어치 사들이며 역대 최대 순매수 기록(64조원)을 갈아치웠지만, 투자 성적은 부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가에선 지난해 깨졌던 '개미 필패' 법칙이 다시 확인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국내 증시에서 개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9.4%였다. 지난 1월 4일부터 지난 21일까지 각 종목의 순매수액을 순매수 주식 수로 나눠 평균값을 구한 뒤, 이를 지난 21일 종가와 비교해 추정 수익률을 산출했다. 개인의 수익률은 같은 기간 기관(4.8%)과 외국인(0.9%)이 장바구니에 담은 상위 10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보다 저조했다.

개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중 8개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개인 순매수 1위인 삼성전자(-3.4%)를 비롯, 현대모비스(-19.5%)와 카카오(-9.5%), 현대차(-11.8%), LG전자(-9.5%) 등도 수익률이 부진했다. 그나마 SK하이닉스(3.5%)와 네이버(2.2%)가 체면치레했다.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든 개인에 비해 기관과 외국인의 성과가 상대적으로 나았다. 기관과 외국인 사들인 상위 10개 종목 중 마이너스 수익률은 각각 4개씩이었고 나머지는 플러스였다.

편득현 NH투자증권 자산관리전략부 부부장은 "개인의 저조한 투자 성적은 지난해와 달리 주식 투자의 난도가 높았단 점을 고려할 때 당연한 결과"라며 "올해는 선수들만 수익을 내는 장이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증시는 '물 반, 고기 반'이었다. 연간 코스피 상승률이 30%를 넘었다. 하지만 올해는 코스피가 박스권에 갇힌 채 힘을 못 썼다. 코스피는 22일 2984.48로 지난 1월 4일 대비 1.4% 오르는 데 그쳤다.

올해 투자자별 순매수 상위 10종목 수익률.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올해 투자자별 순매수 상위 10종목 수익률.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개인의 매수 시점·투자 종목 선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개인 투자자의 '사자'는 연초에 집중됐다. 지난 1월에만 전체 순매수 금액의 32%인 25조원어치를 사들였다. 그마저도 절반 가까운 12조원(우선주 포함)을 삼성전자에 '몰빵' 투자했다. 현대모비스와 현대차도 2조원어치 쓸어담았다. 자율주행 전기차인 '애플카' 생산 소문이 한몫했다.

개인이 주식을 쓸어담던 당시는 주가 고점 논란이 불 때였다. '상투'를 잡기 십상이었단 얘기다. 실제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1월 11일 9만1000원까지 치솟은 뒤 하향 곡선을 그렸다. 22일 주가는 7만9400원으로, 고점 대비 13% 하락했다. 지난 1월 11일 고점(26만7500원)을 찍은 현대차도 최근 20만원 선에서 옆걸음질하고 있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올 1월은 증시 상승장에서 소외되면 안 된다는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증후군이 절정이었던 때"라며 "당시 주가가 이미 많이 오른 종목에 후행 투자한 게 개인의 투자 성적 부진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개인들이 조바심을 버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단기 수익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위험을 분산하는 것도 중요하다. 편득현 부부장은 "분할 매수, 분할 매도 전략 말고는 답이 없다"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한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는 "섣부른 추격 매수는 피해야 한다"며 "수익을 내려면 '공포에 (주식을) 사고 탐욕에 판다'는 격언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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