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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전(前) 세계 1위 골퍼들의 ‘희비’

중앙일보

입력

박성현. [AP]

박성현. [AP]

제이슨 데이. [AP]

제이슨 데이. [AP]

 올해 남녀 골프 세계 랭킹을 보면 눈에 띄는 특징이 하나 있다. 세계 1위를 경험한 골퍼 중에서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린 한 시즌을 보낸 골퍼였다. 총 51주 동안 남자 골프 세계 1위였던 제이슨 데이(호주), 20주 동안 여자 골프 세계 1위였던 박성현(28)은 힘겨운 한 시즌을 보냈다. 반면 끝모를 추락을 거듭하던 전(前) 세계 1위 조던 스피스(미국), 리디아 고(뉴질랜드)는 반전의 한 시즌을 치렀다.

세계 100위 바깥으로 밀린 박성현-제이슨 데이 #올해 반등한 리디아 고-조던 스피스 참고할 만

데이는 2015년 처음 세계 1위에 오른 뒤, 2016~17년에 11개월 동안 47주 연속 1위를 지켰다. 2017년 11월에 처음 여자 골프 세계 1위로 올라섰던 박성현은 2018, 2019년에도 1위에 오르는 등 한동안 여자 골프 최강자였다. 그러나 현재 이들은 우승과 거리가 먼 골퍼다. 데이는 2018년 5월 웰스 파고 챔피언십 이후 3년 7개월 동안 우승이 없었다. 박성현도 2019년 6월 월마트 NW 아칸소 챔피언십 이후 2년 6개월째 우승이 없다. 22일 현재 데이의 세계 랭킹은 119위다. 박성현은 104위다. 올해 1월 첫 주 기준으로 데이는 43위에서 119위, 박성현은 10위에서 104위까지 내려갔다.

코로나19 대유행 상황 이후 이들은 공통적으로 부상과도 싸웠다. 데이는 허리, 목 등 연이은 부상으로 기권한 대회가 연달아 나왔다. 박성현은 어깨 부상으로 치료를 받고서 부활을 노렸지만 좀처럼 경기력이 올라오지 않았다. 2021년에 열린 대회를 기준으로 데이는 PGA 투어 18개 대회 중 톱10에 두 번 든 게 전부였다. 박성현은 LPGA 투어 19개 대회에서 한번도 톱10에 오르지 못했다. 그린 적중률(64.51%·134위), 그린 적중시 퍼트수(1.82개·70위) 등 대부분 지표가 평범해졌다.

지난 4월 발레로 텍사스 오픈에서 우승했던 조던 스피스. [USA투데이]

지난 4월 발레로 텍사스 오픈에서 우승했던 조던 스피스. [USA투데이]

올해 LPGA 투어 최저타수상을 받은 리디아 고. [AFP]

올해 LPGA 투어 최저타수상을 받은 리디아 고. [AFP]

반대로 비슷한 시기에 반등에 성공한 전 세계 1위 동료들이 있다. 남자 골퍼 중에선 조던 스피스가 단연 돋보인다. 2015~2016년에 총 26주 동안 세계 1위였던 조던 스피스는 끝모를 추락에 지난해 말 82위, 올해 92위까지 한때 내려갔다. 스윙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던 탓에 제대로 된 볼 스트라이킹 조차 힘겨워하던 그였다. 그러나 지난해 말 유명 교습가 부치 하먼(미국)에게 도움을 얻고서 조금씩 자신감을 찾아갔다. 2월 피닉스 오픈 공동 4위를 시작으로 4월 텍사스 오픈 우승, 7월 디 오픈 준우승 등의 성과를 냈다. 12월 현재 세계 랭킹 14위까지 크게 높였다.

리디아 고의 반전도 흥미롭다. 여자 골프 최연소 세계 1위 등 세계 랭킹 최정상에만 104주 동안 있던 리디아 고는 2018년 4월 메디힐 챔피언십 이후 슬럼프에 시달렸다. 스윙 코치를 여러 번 바꾸고, 캐디, 클럽 등을 전면 교체하면서도 효과를 못 봤다. 한때 그의 세계 랭킹은 55위까지 내려갔다. 그러나 심리적인 안정감을 찾아가면서 지난해 조금씩 떠올랐다. 이어 올해 LPGA 투어 롯데 챔피언십에서 우승하고, 도쿄올림픽 동메달, 유럽여자프로골프 투어(LET) 사우디 레이디스 인터내셔널에서도 우승해 부활했다. LPGA 투어 평균타수상은 물론 동료들이 선정한 파운더스상도 받았다. 지난해 12월 세계 29위로 마쳤던 리디아 고는 올해 12월 어느새 세계 3위까지 올라섰다.

프로 골프는 2022년에도 이어진다. 박성현과 제이슨 데이는 내년 반전을 노린다. 언제 반전에 성공할 지는 본인 노력과 주변 도움 등에 달려 있다. 그래도 부활에 성공한 좋은 사례는 충분히 있다. 스피스와 리디아 고처럼, 박성현과 데이도 내년 활짝 웃는 2022년을 맞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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