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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해고돼야” 파우치 폭발하게 만든 폭스뉴스 스타 앵커

중앙일보

입력

폭스뉴스의 정치토크쇼 '더 파이브'를 진행하는 제시 워터스. 인스타그램 캡처

폭스뉴스의 정치토크쇼 '더 파이브'를 진행하는 제시 워터스. 인스타그램 캡처

 “그건 미친 짓이죠. 그 사람은 당장 해고돼야 합니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ㆍ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이 폭발했다. 파우치 소장은 21일(현지시간) CNN에서 폭스뉴스 인기 앵커 제시 워터스(43)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워터스가 전날 한 보수 성향의 컨퍼런스에서 젊은이들에게 파우치 소장에게 ‘결정타’를 날려야 한다며 공공장소 돌발 인터뷰를 부추긴 데 대해서다.

파우치 소장을 자극하며 논란이 된 워터스의 언급은 이렇다. “이제 끝내기(kill-shot)에 들어갑니다. 돌발상황은 누구에게나 매우 치명적이죠. 그 사람은 이런 상황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에요. ‘파우치 박사님, 당신은 중국 우한 바이러스연구소 실험에 자금을 지원했죠. 그 연구소가 팬데믹을 만들어냈고요. 사람들이 왜 당신을 못 믿는지 아시겠어요?’” 워터스는 “펑! 그 사람은 이제 죽었어요. 끝났죠”라고도 했다. 그의 말에 관중은 폭소를 터뜨리며 손뼉을 쳤다.

미국 보수층은 국립보건원의 중국 연구소 ‘기능 향상 실험’ 지원을 근거로 미·중 코로나 바이러스 연구 커넥션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파우치 소장은 지난 5월 상원 청문회에서 미국 국립보건원이 비영리 기구인 에코헬스 얼라이언스를 통해 중국 우한 바이러스연구소에 5년간 60만 달러(약 7억1000만원)를 지원하기로 했지만, 지금은 중단됐다고 밝혔다. 기능 향상 실험은 바이러스의 독성과 치사성을 극도로 끌어올려 새로운 전염병의 치료법과 백신 등을 연구하는 실험이다.

“사회에 광기 만연” 파우치 발끈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ㆍ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팬데믹 이후 보수층의 집중 공격을 받고 있다. 지난 1일 백악관에서 일일 브리핑 중인 파우치 소장. AP=연합뉴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ㆍ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팬데믹 이후 보수층의 집중 공격을 받고 있다. 지난 1일 백악관에서 일일 브리핑 중인 파우치 소장. AP=연합뉴스

파우치 소장은 “내가 2년 내내 했던 유일한 일은 사람들에게 백신을 맞고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공중위생 실천을 격려한 것”이라며 “이에 대해 사람들에게 나를 숨어있다가 공격하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우리 사회에 어떤 광기가 만연해 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장면”이라고 발끈했다. 그러면서 “(폭스뉴스가 그렇게 하진 않겠지만) 그 사람은 당장 해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폭스뉴스는 워터스를 옹호했다. 폭스뉴스 측은 성명에서 “전체 클립과 녹취록을 검토한 결과 워터스는 파우치 박사에게 기능 향상 실험 의혹을 캐묻기 위해 은유적인 표현을 쓴 것”이라며 “(파우치 소장의 주장은) 전체 맥락에서 완전히 왜곡됐다”고 주장했다.

폭스뉴스의 정치토크쇼 '더 파이브'를 진행하는 제시 워터스. 인스타그램 캡처

폭스뉴스의 정치토크쇼 '더 파이브'를 진행하는 제시 워터스. 인스타그램 캡처

워터스가 진행하는 정치토크쇼 ‘더 파이브’는 간판 앵커의 이름을 내건 ‘터커 칼슨 투나잇’과 ‘숀 해니티 쇼’에 이은 3대 프로그램으로 꼽힌다. 2017년 ‘더 파이브’ 진행자로 데뷔한 지 이틀 만에 이방카 트럼프가 마이크를 잡고 발언하는 모습을 흉내 내며 “이방카가 마이크 잡는 방식을 좋아한다”고 말했다가 성희롱 논란을 불렀지만, 오히려 수위 높은 농담으로 시청자들의 인기를 끌었다. 올해 발간한 첫 저서 『내가 세상을 구한 방법』은 뉴욕타임스 논픽션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그의 어머니도 인기다. 아동심리학 박사인 어머니 앤 베일리 워터스(73)의 정치 성향은 아들과는 정 반대다. 생방송을 진행 중인 워터스를 질타하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워터스가 이를 실시간으로 소개해 폭발적인 인기를 끌자 제작진은 아예 ‘엄마의 문자’ 코너를 따로 만들었다. 방송에 소개된 문자 메시지는 “트럼프처럼 무식하게 말하지 말아라. 나 너 그렇게 안 키웠다”라거나 “(진보 패널에게) 소리 지르마. 미쳤니?” 등의 내용이다. “네 정치 인식이 아무리 비뚤어졌어도 난 널 영원히 사랑한다”는 애정 표현도 있었다.

파우치 소장은 팬데믹 내내 보수층의 공격에 시달려왔다. 폭스뉴스의 라라 로건도 최근 파우치 소장을 아우슈비츠 수용소 수감자들을 대상으로 생체 실험을 한 나치 의사 요제프 멩겔레(1911~79)에 비유해 논란이 됐다. 파우치 소장은 이에 대해 별다른 언급 없이 “(그런 발언을 한) 진행자에게 폭스뉴스의 징계가 없다는 게 놀랍다”는 정도로만 불쾌감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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