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尹의 뜻입니다" 사칭도…번번이 이준석에 맞선 '윤핵관'

중앙일보

입력 2021.12.22 05:00

업데이트 2021.12.22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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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후보 말씀을 전달 드리겠습니다.”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 비공개회의가 열렸던 20일 오전, 뒤늦게 참석한 조수진 선대위 공보단장이 이렇게 운을 띄웠다. 이어 그는 윤석열 대선 후보의 아내 ‘김건희씨 허위 경력 논란’과 관련한 당 대응과 관련해 “후보가 서운해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이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공보단장은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 기사나 잘 막으라”고 맞받았고, 조 단장은 “난 후보 지시만 받는다”며 설전으로 이어졌다. 이 대표와 조 단장 간의 전면전 발발 배경이다.

조수진 국민의힘 최고위원 겸 중앙선대위 공보단장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 앞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중앙선대위 상임선대위원장직 사퇴 기자회견 후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조수진 국민의힘 최고위원 겸 중앙선대위 공보단장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 앞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중앙선대위 상임선대위원장직 사퇴 기자회견 후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이준석-조수진 갈등의 이면은 이 장면으로 설명될만큼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 주요 당직을 맡은 국민의힘 관계자는 21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조수진 단장으로 대표되는 이른바 ‘윤핵관’ 세력이 ‘후보의 뜻’을 내세우며 선대위를 산으로 끌고 가고 있다”“그게 진짜 ‘후보의 뜻’이라도 문제, 아니라도 문제”라고 말했다.

이 대표도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윤핵관'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그는 입장문을 통해 “울산에서의 회동이 일군의 무리에겐 한번 얼렁뚱땅 마무리했으니 앞으로는 자신들이 마음대로 하고 다녀도 (제가) 부담을 느껴서 지적하지 못할 것이라는 잘못된 자신감을 심어준 모양”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는 “이때다 싶어 솟아 나와 양비론으로 한마디 던지는 윤핵관을 보면, 어쩌면 이런 모습이 선거기간 내내 반복될 것이란 비통한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날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표와 조 단장, 선대위 내 알력다툼을 두루 지적한 장제원 의원을 지칭한 것이다. 이 대표의 선대위직 사퇴가 조 단장이 아닌, '윤핵관' 세력 전체를 겨냥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윤 후보와 가까운 인사들이 ‘후보의 뜻’을 내세운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주장도 잇따르고 있다. 교수 출신 국민의힘 의원 8명은 전날 오후 1시 30분 국회 소통관에서 “민주당은 김건희씨의 허위이력 악의적 정치공작을 중단하라”는 공동명의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 기자회견이 열린 배경은 이렇다. 지난 18일 교수 출신 의원 한 명이 국민의힘 전체 의원이 모인 카카오톡 채팅방에 “김건희씨 이력 논란은 별것 아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고, 이에 조 단장이 ‘감사하다. 적극적으로 부각해달라’는 취지의 글을 남겼다고 한다. 회견문에 이름을 올린 의원 중 한 명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조 단장이 일부 의원에게 연락해 ‘아내 의혹에 대해 당내 대응이 부족해 후보가 많이 외로워한다. 교수 출신 의원들이 도와달라. 후보의 뜻이다’며 말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런 계획을 뒤늦게 전달받은 이 대표는 서범수 대표 비서실장을 통해 20일 오전 “선대위 대응 기조와 다른 면이 있어 보인다. 기자회견을 보류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이에 의원들이 기자회견 개최 여부를 두고 갈팡질팡했지만, 조 단장과 선대위 최고위급 인사가 “후보의 뜻이다. 회견을 빨리 열어달라”는 뜻을 재차 전해 강행됐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윤핵관이 전한 ‘후보의 뜻’이 당 지도부의 만류를 누른 셈이 됐다.

대선 경선이 끝난 뒤 윤 후보 측에 뒤늦게 합류한 선대위 고위급 인사도 당무 인수·인계 과정에서 ‘후보의 뜻’을 내세워 당 지도부 추천 의원들의 선대위 합류 등을 거부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인사가 전한 ‘후보의 뜻’은 추후 거짓으로 들통났고, 이에 윤 후보 최측근인 권성동 사무총장이 “왜 후보 뜻을 사칭하냐”며 이 인사와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정권교체를 위한 마음은 있으나, 실제 참여할 길이 없는 많은 다른 의원이 있다. 일부 핵심 관계자를 자처하는 사람에 가려 빛 보지 못한 분들이 당내에 많이 있다”는 이날 이 대표의 지적은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고 이 대표 측 인사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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