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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 18년만에 '부활'…원조배우 "대본 읽고 머리 멍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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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22일 개봉하는 '매트릭스: 리저렉션'은 시리즈 3편(2003) 이후 18년만에 돌아온 속편이다. 라나 워쇼스키 감독이 각본, 연출을 맡아 키아누 리브스, 캐리 앤 모스 등 오리지널 캐스팅과 다시 뭉쳤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22일 개봉하는 '매트릭스: 리저렉션'은 시리즈 3편(2003) 이후 18년만에 돌아온 속편이다. 라나 워쇼스키 감독이 각본, 연출을 맡아 키아누 리브스, 캐리 앤 모스 등 오리지널 캐스팅과 다시 뭉쳤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불릿 타임(Bullet Time)’이란 특수효과 용어를 몰라도, 이를 활용한 SF 액션 영화 ‘매트릭스’의 명장면은 기억할 것이다. 몸을 90도로 젖혀 총알 세례를 피하는 액션을 마치 시간을 멈춘 듯 360도 회전 화면에 담아낸 바로 그 장면. 혁신적인 촬영 기법과 세계관으로 신드롬을 일으킨 ‘매트릭스’ 시리즈가 4편 ‘매트릭스: 리저렉션’(22일 개봉)으로 돌아온다. 2003년 잇따라 개봉한 2‧3편 이후 18년 만이다.

22일 개봉 SF 액션 ‘매트릭스: 리저렉션’ #4편서 워쇼스키 감독 재회한 원조 배우들 #모스 “전편 반복아닌 완전히 새로운 체험”

1999년 나온 1편이 전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키며 제작비 6300만 달러(약 750억원, 이하 박스오피스모조 집계)의 7배 넘는 수입을 거뒀고, 3부작 총 흥행 수입은 전 세계 16억 달러, 우리 돈 1조원에 달한다. 데뷔작인 저예산 범죄 스릴러 ‘바운드’(1996)에 이어 공동 기획‧각본‧연출한 단 두 번째 영화 ‘매트릭스’(1999)로 거장 반열에 오른 워쇼스키 자매 감독 중 언니인 라나 워쇼스키(56) 감독이 이번 각본‧연출‧제작을 맡았다.

게임 디자이너로 부활한 ‘매트릭스’ 사이버 전사  

원조 주연 키아누 리브스(57), 캐리 앤 모스(54)가 다시 뭉친 4편의 부제는 ‘부활(Resurrections)’이다. 전편에서 인공지능(AI) 기계에 지배당한 인류를 구해내고 장렬하게 퇴장했던 전사 네오(키아누 리브스)와 트리니티(캐리 앤 모스) 커플은 이번 영화에서 모종의 이유로 ‘부활한’ 상태다. 어찌 된 영문인지 네오는 ‘토마스 앤더슨’이란 이름의 유명 게임 디자이너로 살고 있다. 앤더슨은 그가 과거 인공지능이 인류를 통제하려 만든 가상세계 ‘매트릭스’에 갇혀있던 시절 쓰던 이름이다. 4편에서 그가 히트시킨 게임 제목도 ‘매트릭스’다. 트리니티는 네오가 아닌 다른 남자와 결혼해 삼 남매를 둔 엄마 ‘티파니’로 등장한다.

30대 신인에서 중견 배우가 되어 다시 뭉친 두 주역을 지난달 각각 화상 인터뷰로 만났다. “라나가 e메일을 줬을 때 깜짝 놀랐어요. 대본이 정말 특별했죠.” 리브스가 밝힌 소감이다. 모스는 대본을 읽고 충격에 멍할 정도였단다.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경험이었죠. 20년 전 트리니티처럼 보이려 애쓸 필요가 없었어요. 바로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집중했어요.”

워쇼스키 “내 뇌가 저절로 네오‧트리니티 되살렸다” 

촬영 현장에서 다니엘 마사세시 촬영감독(왼쪽)과 라나 워쇼스키 감독.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촬영 현장에서 다니엘 마사세시 촬영감독(왼쪽)과 라나 워쇼스키 감독.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진짜 삶에 눈뜨는 빨간약을 먹을 것인가. 파란약으로 모든 진실을 잊고 매트릭스에 안주할 것인가. 4편에서 네오는 다시 선택의 기로에 선다. 트리니티와의 사랑은 더욱 부각됐다. 애초 워쇼스키 감독이 4편을 구상한 이유다. 배두나 등 한국 배우들도 출연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센스8’(2015∼2018) 이후 부모님을 여읜 그는 너무도 괴로웠던 어느 밤 그 슬픔을 달랠 이야기를 떠올렸다고 했다. “내 뇌가 저절로 전에 죽은 네오와 트리니티 캐릭터를 되살렸다. 곧장 아래층에 내려가 대본을 쓰기 시작했다”고 영화사에 전했다. 워쇼스키 감독은 또 “‘매트릭스’에는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와 인류의 투쟁, 삶의 의미가 모두 담겨있다”면서 “키아누와 캐리는 이 역할을 연기하기에 완벽한 나이가 됐다”고 밝혔다.

앞서 3부작이 기계와 인간의 대결 구도였다면 4편은 인류와 손잡게 된 인공지능 등을 내세워 이해와 공감을 강조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상실과 이념‧종교 갈등으로 분열을 겪고 있는 현대사회를 위로하고 화해시키려는 의도로도 해석된다. 리브스는 4편에 대해 “우리 시대에 매우 시의적절한 영화고 진정한 의미에서 시리즈의 ‘업데이트’로 느껴졌다”면서 “라나의 감정과 사랑이 다층적인 이야기에 담겨 있었다. ‘우리는 누구인가, 기억이란, 허구란 무엇인가’ 묻는 주제가 인상 깊었다”고 했다.

삼남매 엄마 된 트리니티, 실제 모스 닮은꼴 

이번 4편에는 실제 화염, 자연광 등을 적극 촬영해 액션의 생생함을 살렸다. 자동차가 불타는 장면에선 근접 촬영을 하다가 카메라가 녹아 복구하는 데에 애를 먹기도 했다고.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이번 4편에는 실제 화염, 자연광 등을 적극 촬영해 액션의 생생함을 살렸다. 자동차가 불타는 장면에선 근접 촬영을 하다가 카메라가 녹아 복구하는 데에 애를 먹기도 했다고.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이미 완벽한 전사였던 트리니티는 이번 영화에선 새로운 차원의 강인함을 보여준다. 또다시 할리우드 영화사에 남을 여성 캐릭터를 선보인 모스는 “트리니티를 연기하는 게 자랑스럽고 특권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트리니티는 나와 너무 가까워서 캐릭터의 의미에 대해 많이 생각해보지 못했다”면서도 “우리 모두 ‘매트릭스’ 시리즈에 많은 영향을 받았고 내가 그 영향의 작은 일부가 됐다는 게 정말 기분 좋다”고 했다. 극 중 삼 남매 엄마가 된 트리니티 모습은 워쇼스키 감독이 실제 모스에게서 빌려온 듯하다. “아이가 셋 있는 엄마고 남편과 개 두 마리, 닭 12마리와 살고 있다”는 모스는 촬영현장에서 멀어져 가족과의 일상을 살다가 43층 높이 건물에서 뛰어내리는 액션 배우로 복귀했다.

모스는 “무서울 지경이었지만 그동안 삶이 너무나 편안했기에 벗어나는 건 좋은 일이었다”고 돌이켰다. 그간 연락을 나눠온 리브스와의 재회가 “약간은 비현실적이었지만 매우 자연스러웠다”면서다. “아직도 우리가 어린애인 것처럼 느껴졌죠. 오래 알던 누군가를 다시 보게 되면 그렇잖아요. 키아누는 매우 잘생기고 훌륭한 배우고 대단한 사람인 데다 액션을 할 땐 온 마음과 영혼을 다 바치죠. 지쳐서 땀범벅이 돼도 잠깐 후에 바로 일어나서 다시 훈련하죠. 한 번만 더를 반복하면서요. 진정한 무술인 같아요.”

리브스 “빨간약은 삶의 여행 은유, 늘 의미 되새겨” 

2015년 ‘존 윅’을 들고 내한하기도 한 키아누 리브스는 중앙일보와 화상 인터뷰 중 한국영화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기생충’은 거의 비명을 지르면서 봤다. 연기‧연출‧각본 모두 놀라웠다”면서 “한국영화들은 오랜 시간 다양해져왔고 유머와 폭력, 사회적 시사점이 와닿았다”고 했다. 사진은 '매트릭스' 4편.[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2015년 ‘존 윅’을 들고 내한하기도 한 키아누 리브스는 중앙일보와 화상 인터뷰 중 한국영화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기생충’은 거의 비명을 지르면서 봤다. 연기‧연출‧각본 모두 놀라웠다”면서 “한국영화들은 오랜 시간 다양해져왔고 유머와 폭력, 사회적 시사점이 와닿았다”고 했다. 사진은 '매트릭스' 4편.[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영화 속 무술 장면은 쿵후에 중국 전통 무예 우슈를 가미했다. 컴퓨터그래픽(CG)에만 의존하지 않고 배우들의 실제 스턴트와 자연광 촬영으로 생생함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추격전 촬영을 위해 미국 샌프란시스코 12개 블록을 통제하기도 했다.

‘매트릭스’ 이후 ‘존 윅’ 시리즈로 마초 난투극을 맛본 ‘액션 장인’ 리브스는 “곧 나올 ‘존 윅 4’보다는 이번 현장이 한결 수월했다”고 했다. 그는 “‘매트릭스’ 4편으로 다시 마주한 ‘빨간약’의 의미를 늘 되새겨왔다”며 이렇게 덧붙였다. “빨간약은 여행을 떠나 주변 세계를 배우는 것에 대한 은유였죠. 그러다 무언가 값진 것을 집에 들고 돌아갈 수 있는. 만약 당신이라면, 어떤 색깔 약을 택하고 싶은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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