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안장원의 부동산노트

인천 집값 35년 만에 최고 급등, 서울선 노원구가 상승률 1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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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안장원 기자 중앙일보 기자
안장원 부동산선임기자

안장원 부동산선임기자

115억원. 올해 전국 아파트 매매 60만건 중 최고가다. 지난 1월 서울 강남구 청담동 더펜트하우스청담 273㎡(이하 전용면적)와 지난달 용산구 한남동 파르크한남 268㎡ 실거래가다. 더펜트하우스청담은 꼭대기 층 407㎡가 163억2000만원으로 올해 아파트 공시가격 1위를 차지한 단지다.

같은 청담동에서 올해 아파트 최고 전셋값도 나왔다. 브르넨청담 219㎡ 71억원이다. 이 아파트는 2019년 지은 171~219㎡ 8가구로 이뤄진 5층 규모다.

올 부동산 시장 역대급 기록 쏟아져
풍부한 유동성, 규제 풍선효과 겹쳐
2002년 이후 전국 아파트 최고 상승
임대차법 여파 내년 전세시장 비상

매매가격 115억원, 전셋값 71억원 모두 2006년 실거래가 공개 이후 가장 비싼 금액이다. 올해 주택시장이 역대급 기록을 쏟아냈다. 풍부한 유동성과 고강도 규제의 풍선효과 덕에 시장이 달아오른 결과다.

서울, 8년 연속 상승곡선 이어가

주택시장에서 변방이던 인천의 아파트값이 심상찮다. 올해 11월까지 1986년 통계 이후 연간 기준으로 가장 높은 31.5% 상승했다. 서울·경기를 제치고 수도권뿐 아니라 전국 광역시·도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사진은 인천 아파트값을 주도한 인천 송도 지역. [연합뉴스]

주택시장에서 변방이던 인천의 아파트값이 심상찮다. 올해 11월까지 1986년 통계 이후 연간 기준으로 가장 높은 31.5% 상승했다. 서울·경기를 제치고 수도권뿐 아니라 전국 광역시·도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사진은 인천 아파트값을 주도한 인천 송도 지역. [연합뉴스]

19.4%.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전국 아파트값 상승률이다(국민은행). 2006년(13.8%)을 넘어섰고 2002년(22.8%)에 육박한다. 19년 만의 최고다.

올해 집값 열기가 지역적으로 골고루 달아올랐다. 지역 간 집값 격차가 줄었고 전통적으로 ‘윗목’이던 지역이 ‘아랫목’보다 더 뜨거웠다. 대개 2배가량 차이 나던 수도권(24.6%)과 부산 등 지방 5개 광역시(14.5%) 격차가 좁혀졌다. 수도권에서 서울(15.9%)보다 경기(28.5%)·인천(31.5%)이 더 많이 올랐다. 31.5%는 1986년 국민은행 통계 시작 이후 인천에서 35년 만에 나온 최고 상승률이다.

서울은 올해 2014년부터 8년째 연속 상승세를 이었다. 역대 최장이다. 예년과 달리 한강 이북의 강북(17.0%)이 강남(14.8%)을 앞질렀다. 대표적인 강북인 노원구(23.3%)가 가장 많이 뛰었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가 11.6~ 14.8%다.

주택 유형 가운데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다세대주택이 크게 움직였다. 서울에서 재고 물량으론 아파트의 절반 정도지만 올해 처음으로 거래량이 더 많았다. 10월까지 거래 건수가 5만여 건이고 아파트가 4만5000여 건이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풍부한 시중 유동성이 규제 걸림돌을 피해 낮은 곳으로 흐르면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지역과 주택 유형이 반사이익을 봤다”고 말했다.

신규·갱신 전셋값 10억까지 벌어져

올해 급등한 아파트시장.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올해 급등한 아파트시장.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집값 폭등에 좌절한 올해 무주택자는 10년 만의 전셋값 급등에 갈 곳을 잃었다. 올해 11월까지 전국 아파트 전셋값이 2011년(16.2%) 이후 가장 많은 11.4% 상승했다. 서울이 더 심하다. 두 자릿수 상승률이 지난해(12.3%)에 이어 올해(11월까지 11.4%) 2년 연속 이어갔다. 2년간 상승률이 25.2%에 달한다. 전셋값도 노원구(49.5%)가 가장 많이 올랐다.

전셋값 급등 후폭풍도 매섭다. 지난해 8월 시행된 임대차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해 전셋값 상승률을 5% 이내로 묶은 세입자에 집중적으로 몰아칠 전망이다. 내년엔 시장 가격대로 계약해야 해 2년간 오른 수억원의 전셋값을 추가로 부담해야 할 상황이다.

강남에선 84㎡ 추가 보증금으로 10억원 이상을 준비해야 한다. 84㎡ 신규 전셋값이 반포에선 24억원까지, 잠실도 17억원까지 올랐다. 지난해 갱신요구권으로 재계약한 금액이 각각 13억~14억원대, 7억~8억원대였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에는 매매·전세 모두 뛰었다”며 “대개 반대로 움직이는데 지난해 갑작스레 도입된 계약갱신요구권 영향으로 전셋값이 이상 급등했다”고 말했다. 국토부가 시범공개 중인 서울 아파트 전세계약 현황을 보면 지난 6~10월 갱신이 확인된 1만2000여 건 중 갱신요구권을 행사한 계약이 70%가 넘는 1만여 건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화성 아파트 경쟁률 809대 1

302가구 일반공급에 24만4343명이 신청했다. 지난 5월 경기도 화성시 동탄2신도시 동탄역디에트르가 809대 1이라는 역대 최고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8월 과천시 과천지식정보타운에서 린파밀리에가 718대 1이었다. 2006년 4월 성남시 판교신도시 분양에 나왔던 풍성신미주가 15년간 간직한 683대 1의 경쟁률 1위 기록이 올해 잇따라 깨졌다.

분양가상한제 규제로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로또’가 쏟아지면서 청약경쟁이 치열했다. 동탄역디에트르 84㎡ 분양가가 4억원대였고 당시 주변 새 아파트 시세가 13억원 정도여서 ‘9억 로또’로 불렸다.

올해 분양시장 최고 로또는 지난 6월 분양한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였다. 74㎡ 가격이 17억원대였다. 당시 주변 시세보다 최고 15억원가량 저렴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정아 내외주건 상무는 “집값 급등으로 로또가 커진 데다 신혼부부 등 특별공급 확대로 일반공급 물량이 줄어 경쟁이 더욱 심해졌다”고 말했다.

올해 분양 물량이 반 토막 난 서울의 청약경쟁이 가장 치열했다. 지난 10월까지 임대·조합원 몫을 제외한 분양 물량이 4589가구로 연말까지 5000가구 정도로 예상된다. 예년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1순위 경쟁률이 164대 1로 지난해(88대 1)의 2배로 치솟았다. 올해 최고 분양가는 1월 인천 송도에 나온 송도자이크리스탈오션 205㎡ 26억450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