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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무기 삼은 러시아, 천연가스관 잠그자 유럽이 떤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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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러시아에서 벨라루스·폴란드를 거쳐 독일로 연결되는 야말-유럽 가스관. 이 가스관의 공급량이 줄며 유럽 가스 가격이 급등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에서 벨라루스·폴란드를 거쳐 독일로 연결되는 야말-유럽 가스관. 이 가스관의 공급량이 줄며 유럽 가스 가격이 급등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가 유럽연합(EU)과 우크라이나 국경 긴장 등으로 갈등을 빚는 가운데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천연가스 공급량이 급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가 겨울철 유럽에 에너지 대란을 현실화하고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독일 가스기업 가스케이드의 자료를 인용해 러시아에서 벨라루스·폴란드를 거쳐 독일로 가는 야말-유럽 가스관의 가스 공급이 오전 한때 중단됐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에서 독일로 흐르던 가스 공급은 일시 중단 이후 독일에서 폴란드로 공급 방향이 바뀌면서 독일에 가스 공급난을 야기할 수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야말-유럽 가스관의 공급량은 지난 18일부터 크게 줄었다. 20일에는 평소 수송량의 4%까지 떨어졌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또 가스프롬은 21일 차기 수송 물량에 대한 수출 예약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신은 이날 러시아산 가스가 독일에서 폴란드로 역(逆)방향 공급을 시작하면서 네덜란드 선물시장에서 천연가스 가격은 21일 한때 9.2%까지 급등했다고 전했다.

공급량 줄어든 야말-유럽 가스관

공급량 줄어든 야말-유럽 가스관

겨울 추위를 앞두고 천연가스를 통한 전력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면 유럽 지역에 대규모 정전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 러시아의 천연가스를 유럽에 독점 공급하는 가스프롬은 이 같은 불안정한 가스 공급의 배경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EU 국가들과 업계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정치적 긴장 때문에 유럽에 대한 가스 공급을 보류하고 있다”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쓰레기 같은 이야기”라고 반박했다.

유럽은 지난달부터 벨라루스·우크라이나 문제로 러시아와 갈등을 빚고 있다. EU가 동유럽의 독재국가인 벨라루스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을 제재하면서 벨라루스는 “EU에 가스 공급을 차단하겠다”고 위협했다.

러시아는 친서방 우크라이나 국경에 병력을 집결시키고 있다. 미국과 EU 등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국들이 이에 대해 경고하고 있지만, 푸틴 대통령은 반발하고 있다. 야말-유럽 가스관의 급격한 공급량 저하는 이 같은 정치적 배경과 무관치 않다는 게 서방의 시각이다. 러시아는 동시에 독일-러시아 간 직통 가스관인 ‘노르트스트림2’를 가동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야말-유럽 가스관은 러시아 서부 토르조크에서 벨라루스의 민스크, 폴란드를 관통해 독일 동부 프랑크푸르트에 이르는 2000㎞ 이상의 가스관이다. 러시아 국영 가스기업인 가스프롬이 운영하며 유럽으로 가는 러시아산 가스의 20%를 공급한다. EU는 천연가스 수입량의 40% 이상을 러시아에 의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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