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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서 독일로 가는 가스 공급 중단"…‘에너지 무기화’ 현실화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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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9일(현지시간)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남서쪽으로 130km 떨어진 냐스비주 인근 '야말-유럽 파이프라인'의 가스 압축소에서 한 근로자가 파이프를 점검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12월 29일(현지시간)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남서쪽으로 130km 떨어진 냐스비주 인근 '야말-유럽 파이프라인'의 가스 압축소에서 한 근로자가 파이프를 점검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가 유럽연합(EU) 국가들과 우크라이나 국경 긴장 등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에서 독일ㆍ폴란드로 향하는 천연가스 공급량이 급격히 줄었다고 로이터통신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의 이른바 ‘에너지 무기화’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부인하고 있지만, 겨울철을 앞둔 유럽에 에너지 대란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독일 가스 공급업체 가스케이드를 인용해 러시아에서 벨라루스를 거쳐 폴란드ㆍ독일로 향하는 ‘야말-유럽 가스관’의 가스 공급이 오전 한 때 중단됐다고 보도했다.

‘야말-유럽 가스관’은 러시아 서부 토르조크에서 벨라루스의 민스크, 폴란드를 관통해 독일 동부 프랑크푸르트에 이르는 2000㎞ 이상의 가스관이다. 러시아 국영 가스기업인 가스프롬이 운영한다.

통상 러시아에서 출발해 폴란드·독일의 서쪽 방향으로 흐르던 가스 공급은 이날 일시 중단 이후 독일→폴란드로 공급 방향이 역전됐다. 이는 지난 18일부터 심상찮았던 가스 흐름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매체는 덧붙였다. ‘야말-유럽 가스관’은 이 때부터 급격히 가스 공급량이 줄어 20일 현물 공급량이 4%까지 떨어졌다고 미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또 가스프롬은 21일 차기 수송 물량에 대한 수출 예약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러시아산 가스의 역(逆)방향 공급 소식에 네덜란드 선물시장에서 천연가스 가격이 9.2%까지 급등했다고 전했다. 두 달 전 최고치에 근접한 수치라고 한다.

 러시아 서부 토르조크에서 출발해 벨라루스의 수도 민스크, 폴란드를 거쳐 독일 동부 프랑크푸르트에 걸쳐 있는 '야말-유럽 가스관(황색 선)'의 모습. [사진 가스프롬 홈페이지]

러시아 서부 토르조크에서 출발해 벨라루스의 수도 민스크, 폴란드를 거쳐 독일 동부 프랑크푸르트에 걸쳐 있는 '야말-유럽 가스관(황색 선)'의 모습. [사진 가스프롬 홈페이지]

EU는 천연가스 수입량의 40% 이상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벨라루스ㆍ우크라이나를 관통하는 가스관이 주요 공급 루트다. 특히 독일은 석유ㆍ천연가스 등 전체 연료 소비량의 9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본격적인 겨울 추위를 앞두고 유럽에 천연가스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면, 이를 통한 전력 생산도 어려워진다. 유럽 지역에 대규모 정전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 러시아 천연가스를 유럽에 독점 공급하고 있는 가스프롬은 이 같은 불안정한 흐름의 배경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EU국가들과 업계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정치적 긴장 때문에 유럽의 가스 공급을 보류하고 있다”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지난 달부터 유럽은 벨라루스ㆍ우크라이나 문제로 러시아와 전방위 갈등을 빚고 있다. EU가 동유럽의 독재 국가인 벨라루스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을 제재하면서, 벨라루스는 “EU에 가스 공급을 차단하겠다”고 위협했다. 푸틴 대통령은 루카셴코 대통령에 “형제의 나라”라며 힘을 실어주고 있다.

동시에 미국과 EU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동맹국들은 내년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설을 구체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친서방 성향의 우크라이나 국경에 러시아가 병력을 집결시키고 있다면서다. 미·EU는 러시아에 “군사 행동을 자제하라”는 경고장을 날리고 있지만, 푸틴 대통령은 외려 “NATO가 긴장을 고조시킨다”며 반발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연합뉴스]

러시아와 유럽 간 주요 에너지 통로인 야말 가스관의 급격한 공급량 저하는 이 같은 정치적 배경과 무관치 않다는 게 서방의 시각이다. 이와 동시에 러시아는 독일-러시아 간 직통 가스관인 ‘노르트스트림2’도 정상 가동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에너지를 무기화한다’는 의혹에 대해 “완전히 쓰레기 같은 이야기”라고 일축하고 있다. 지난 10월 모스크바 에너지 포럼에서 그는 “정치적 동기가 부여된 이야기”라며 “유럽 사람들이 가스 저장고에 충분한 양을 주입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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