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아킬레스건 '인권' 자꾸 건드는데...이례적 침묵 北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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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행정부가 인권 유린을 이유로 출범 뒤 첫 대북 독자 제재를 발표한 지 열흘이 넘었지만 북한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연말 연초 내놓을 대외 메시지를 가다듬으며 신중한 행보를 보이는 분위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 10주기인 지난 17일 평양 금수산태양궁전에서 진행된 중앙추모대회에 참석한 모습. 조선중앙TV.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 10주기인 지난 17일 평양 금수산태양궁전에서 진행된 중앙추모대회에 참석한 모습. 조선중앙TV. 연합뉴스.

美 제재에 유엔서 때려도 잠잠 

북한이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인권 문제를 고리로 한 미국 및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은 약 열흘 동안 연속적으로 이뤄졌다.

미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지난 10일(현지시간) 북한의 이영길 국방상과 중앙검찰소 등을 제재 대상에 올리며 강제노동 등 북한 내 인권 실태를 지적했다. 닷새 뒤인 15일(현지시간)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 대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공개적으로 논의하자는 성명을 발표했다. 북한 인권을 정통 안보 사안에 준해 엄중하게 다루자는 메시지였다.

이어 이튿날인 16일(현지시간) 미 국무부는 북한을 테러지원국에 잔류시키기로 결정했다. 미국은 2017년 11월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했는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암살과 미국인 청년 오토 웜비어 사망 사건 등이 이유였다.

같은날 유엔 총회에선 북한인권결의안이 채택됐다. 북한 인권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고, 책임자들을 추가 제재하라고 권고하는 내용이었다.

결의안 채택 전 김성 주유엔 북한대사는 "유럽연합(EU)과 미국 등 적대 세력이 추진한 이중 잣대와 적대 정책"이라며 "인간쓰레기 탈북자들이 날조한 거짓된 허구정보를 적국이 짜깁기했다"고 반발했다.

다만 일련의 인권 압박에 북한이 내놓은 반발은 사실상 이게 전부다. 이조차 결의안 채택 때마다 통상 보여왔던 수준이다. 관영 매체는 물론이고 대외선전 매체를 통해서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과거엔 즉각 "내정 간섭" 민감 반응

특히 바이든 행정부의 첫 독자 제재가 인권 문제를 겨냥했는데도 침묵하는 건 이례적이란 평가다.

트럼프 행정부 당시인 지난 2018년 12월 10일(현지시간) 미국은 북ㆍ미 협상이 본격화한 뒤로는 처음으로 최용해 당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등 핵심 인사 3명에 대해 인권 관련 제재를 발표했다. 이에 북한은 이튿날인 11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논평을 통해 "싱가포르 조미 수뇌회담(북ㆍ미 정상회담) 정신에 배치되는 극악한 적대행위"라고 반발했고, 같은 날 대외선전 매체 메아리도 "용납 못 할 정치적 도발"이라고 지적했다.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도 북한은 올해 초 미국의 인권 지적에 대해 "내정 간섭"이라며 꼬박꼬박 문제삼았다. 지난 2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유엔 인권이사회 연설에서 북한 인권결의안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촉구하자 엿새 만에 외무성에서 "국권 침탈을 노리는 인권모략 책동"이라는 글을 올렸다.

지난 5월에는 미 국무부가 북한 자유주간을 맞아 대변인 성명으로 북한 내 인권 실태를 지적하자 나흘 만에 "우리의 최고 존엄을 모독한 것은 우리와의 전면대결을 준비하고 있다는 뚜렷한 신호"라며 민감하게 반응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공개 논의할 것을 제안하는 7개국 성명을 발표하는 린다 토마스 그린필드 주유엔 미국 대사. 유엔 웹 티비 캡쳐.

지난 15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공개 논의할 것을 제안하는 7개국 성명을 발표하는 린다 토마스 그린필드 주유엔 미국 대사. 유엔 웹 티비 캡쳐.

美 향해 심경 복잡한 北...전원회의까지 침묵하나

그랬던 북한이 이런 집중적 인권 공세를 받고도 침묵이 길어지는 건 현재 북한 내부적으로 부문별 성과 점검과 내년 대내ㆍ대외 정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이달 말 개최를 예고한 당 전원회의 혹은 내년 신년사를 계기로 공개할만한 대남ㆍ대미 메시지를 준비 중인 가운데 일일이 대응하지는 않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내년 신년사는 올해 전원회의 결과로 갈음할 가능성도 있다.

최근 북한은 지난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10주기와 오는 3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군 최고사령관 추대 10주년 등을 계기로 내부 결속만 다지고 있다.

현재 대미 협상과 관련한 북한의 복잡한 심경도 작용했단 분석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후 줄곧 북한을 향해 전제 조건 없는 대화를 하자고 제안했지만, 실질적으로 대북 협상을 정책의 우선순위로 다루지는 않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북한으로서는 코로나19와 대북 제재로 인한 경제난 극복을 위해 어떤 식으로든 미국과 대화를 모색할지 혹은 자신들에 유리한 상황이 조성될 때까지 문을 닫아 걸고 더 버틸지 선택의 갈림길에 선 상황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은 연말 당 전원회의를 앞두고 향후 바이든 행정부와 대치 국면으로 갈지 혹은 협상 가능성을 좀 더 열어둘지 막판 검토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을 향해 섣불리 반응을 낼 경우 향후 운신의 폭이 더 줄어든다는 판단으로 침묵을 지키며 조만간 공개할 대외 메시지의 주목도를 높이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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