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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붐 넘은 지메시 "새해엔 아시안컵 우승 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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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한국 축구에서 가장 밝게 빛난 별인 여자 국가대표 지소연. [사진 대한축구협회]

2021년 한국 축구에서 가장 밝게 빛난 별인 여자 국가대표 지소연. [사진 대한축구협회]

"공이 왼발 앞에 떨어졌는데, 그대로 슈팅했어요. 오래 전부터 꿈꿨던 일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어요. 올해 축구 인생에서 잊지 못할 순간이 하나 더 생겼죠."

여자 축구 레전드 지소연 인터뷰 #59골로 A매치 통산 최다 득점 #"1월 아시안컵 우승이 내년 목표"

한국 축구사를 새로 쓴 순간을 회상하는 '지메시' 지소연(30·첼시 위민)의 목소리는 자신감이 넘쳤다. 지소연은 지난 9월 2022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 예선 몽골전에서 A매치 통산 59호 골을 넣었다. 남녀 통틀어 차범근 전 남자대표팀 감독이 보유한 종전 한국 축구 A매치 최다 득점(58골)을 넘어섰다. 지소연은 지난 17일 전화 인터뷰에서 "처음엔 기록 달성 그 자체가 좋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2006년 처음 국가대표(통산 131경기 출전)가 된 이래로 달려온 길을 되돌아보게 되더라. 수많은 경기와 세월을 버텨내며 자리를 지킨 내가 새삼 대견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지소연은 한국 여자 축구의 레전드다. 올해도 가장 밝게 빛났다. 그는 2020~21시즌 첼시의 잉글랜드 여자 수퍼리그 2연패와 리그컵 우승을 이끌었다. 유럽축구연맹(UEFA) 여자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의 주역이기도 하다. 2014년 첼시 유니폼을 입은 그는 우승 트로피만 10개 들어 올렸다. 지소연은 지난달 국제축구연맹(FIFA)가 발표한 '올해의 여자 선수' 후보 13명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아시아 선수로는 유일하다. 지소연은 "클럽팀 경력은 그 어떤 선수와 비교해도 화려하다고 자부한다. 소속팀에선 웬만한 대회 우승은 다 해봤다"고 자랑했다.

지소연의 새해 목표는 대표팀에서 우승하는 것이다. 내년 1월 아시안컵이 첫 도전이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지소연의 새해 목표는 대표팀에서 우승하는 것이다. 내년 1월 아시안컵이 첫 도전이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그런 그도 아직 이루지 못한 목표가 있다. 대표팀에서 우승하는 것이다. 지소연은 "대표팀에선 아직 무관이라 아쉽다. 대표팀 동료들과 한 번쯤은 결승 무대를 밟고 싶다"고 털어놨다. 그는 내년 1월 인도에서 열리는 아시안컵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첫 우승에 도전한다. 이번 대회에서 5위 안에 들면 2023년 호주와 뉴질랜드가 공동 개최하는 여자 월드컵 출전권도 확보한다. 지소연은 "승리욕이 워낙 강해서 한 번 목표로 한 것은 반드시 이뤄야 직성이 풀린다. 힘과 스피드에서 나보다 앞선 남자 선수와 축구 경기를 해도 이겨야 성에 찬다. 이번 만큼은 대표팀에서 우승하는 꿈을 이룰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승을 위해 대표팀에서 포지션까지 바꿨다. 뛰어난 스피드와 기술이 공격수 리오넬 메시(파리 생제르맹)와 닮아 '지메시'로 불렸던 그는 중원으로 내려와 플레이메이커를 맡았다. 팀 전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콜린 벨 여자 대표팀 감독의 결정이었다. '득점 찬스가 줄어든 게 아쉬울 것 같다'고 하자, 그는 "공격이 답답한 상황에선 직접 올라가서 골 넣으면 된다. 공격 본능은 여전해서 찬스에선 양보하지 않겠다. 은퇴 전까지 A매치 70골은 넣고 싶다"며 웃었다.

지소연은 피아노와 요리로 승부의 세계를 잠시 잊는다. 그는 "피아노를 배운 지 얼마 안 됐다. 악보를 외워서 치는 수준이다. 아직은 동요나 가곡을 치는 정도 실력"이라고 말했다. 요리에선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매니저 언니의 남편이 한식 셰프라서 직접 음식을 만들 일이 많지 않다"면서도 "계란말이와 제육볶음은 자신 있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필라테스, 웨이트 트레이닝, 풋살 등 체력과 부상 예방 훈련을 쉬지 않는다. 그는 "20대 때보다는 확실히 경기 후 회복 속도가 더디다. 나를 바라보는 후배들이 있어서 힘들어도 참고 뛴 적도 있다. 경기장 밖이라고 몸 관리를 게을리할 수 없다"고 털어놨다.

한국 축구의 상징인 호랑이처럼 범의 해에 맹활약하겠다고 다짐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한국 축구의 상징인 호랑이처럼 범의 해에 맹활약하겠다고 다짐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일주일에 하루는 같은 리그에서 뛰는 대표팀 동료 이금민(브라이튼 앤 호브 앨비언 위민)과 만나 밥도 먹고 밀린 수다를 떤다. 이금민이 지내는 브라이튼은 지소연이 있는 런던과 자동차로 1시간 30분 거리다. 지소연은 "금민이와 같이 대표팀 우승 얘기를 자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는 존경하는 차범근 선배님의 기록을 넘은 해였다면, 다가올 2022년은 아시아 정상을 밟고 세계 무대로 가는 해가 됐으면 좋겠다. 내년이 범의 해인데, 한국 대표팀 상징이 호랑이 아닌가. 호랑이의 기운을 받아 그에 걸맞은 경기력을 펼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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