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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세상에 오래 남을 것”스탕달이 극찬한 하이든 작품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이석렬의 인생은 안단테(27) 

위대한 소설가 스탕달은 음악에 대해서도 조예가 깊은 인물이었다. 그가 저서에서 이렇게 격찬한 작품이 있다.

“어떤 대가도 이와 같은 명작을 만들지 못했다. 이 작품은 오래도록 세상에 남을 것이다.”

스탕달이 이토록 격찬한 작품이 바로 하이든의 ‘천지창조’다. 지난 2009년에 있었던 일이다. 하이든의 서거 200주년이 되던 그해 5월 31일 하루 동안 서울, 뉴욕, 도쿄, 시드니, 런던 등 무려 세계 20여개 도시에서 하이든의 ‘천지창조’가 연주되었다. 이러한 프로젝트는 하이든 추모의 일환으로 아이젠슈타트에 있는 하이든 협회에서 주관한 것이었다. 세계가 하이든을 기념하는 날이었다.

하이든의 오라토리오 ‘천지창조’에서는 구약성서에 나오는 6일 동안의 창조 기록을 순서대로 전개하고 있다. 사진은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 중앙에서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를 찾을 수 있다. [사진 flickr]

하이든의 오라토리오 ‘천지창조’에서는 구약성서에 나오는 6일 동안의 창조 기록을 순서대로 전개하고 있다. 사진은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 중앙에서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를 찾을 수 있다. [사진 flickr]

하이든의 ‘천지창조’는 정말로 위대한 작품이다. 이 명작은 하이든이 영국을 방문한 결과로 만들어졌는데, 대가의 만년 예술을 대변하는 위대한 작품으로 남았다. 하이든이 런던을 방문한 해가 1791년이었다. 런던에서 하이든은 자신의 작품을 발표했지만 다른 음악가들의 작품도 들을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헨델의 오라토리오를 들은 것은 하이든에게 커다란 자극제가 되었다. 헨델의 웅장한 스케일과 멋진 화음들이 하이든에게 진한 감동을 선사한 것이다.

시간이 흘러 하이든은 헨델의 오라토리오에 비견될 만한 멋진 오라토리오를 발표한다. 이 작품은 헨델의 ‘메시아’ 멘델스존의 ‘엘리야’와 더불어 세계의 3대 오라토리오로 역사에 기록된다. 이것이 바로 하이든의 오라토리오 ‘천지창조’다.

이든의 ‘천지창조’에서는 구약성서에 나오는 6일 동안의 창조 기록을 순서대로 전개하고 있다. 1부에서는 아무것도 없는 혼돈의 시대를 지나 신께 빛을 창조한 첫째 날부터 산과 들을 만든 넷째 날까지의 이야기가 펼쳐지며, 2부에서는 새와 물고기, 육지 동물의 창조, 그리고 사람을 만드는 여섯째 날까지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제3부는 낙원에 사는 아담과 이브가 신을 찬미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합창과 독창, 중창이 정교하게 어우러진 하이든의 ‘천지창조’는 바로크 오라토리오의 전통과 고전시대의 예술성이 결합한 대작이다. 이 작품에서 하이든은 관현악의 대가답게 관현악 예술의 화려한 음색과 정교한 짜임새를 선보이고 있다. 그의 뛰어난 오케스트라 양식이 이 작품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당대 최고의 작곡가로서 유감없이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작품 속에서 창조의 과정은 하나님의 곁에 선 천사들, 즉 가브리엘과 우리엘, 그리고 라파엘 등의 목소리를 통해 더욱 아름답게 그려진다.

명작 ‘천지창조’는 1798년 4월 29과 30일 이틀 밤에 걸쳐 초연되었다. 바로크 시대에 많은 걸작이 등장했던 오라토리오가 하이든에 의해 또다시 기념되는 순간이었다. 하이든은 만년의 나이로 접어들고 있었고 그의 예술은 최고의 경지에 올라 있었다. 파파 하이든은 오라토리오 ‘천지창조’를 통해 그가 당대 최고의 작곡가임을 증명하고 후배 작곡가들에게 놀라운 작품을 들려주었다. 찬연한 선율, 깊이 있는 감정으로 더없이 장중한 오라토리오를 창조해낸 하이든, 친절하고 근면한 성품으로 파파 하이든이라고 불렸지만 예술의 창조력도 최고의 인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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