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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츠랩]자회사 비상장 약속 믿을 수 있나? 신사업 성과 내야

중앙일보

입력

포스코(POSCO)는 저희 앤츠랩에서 2월 18일에 다룬 적이 있는데요. (출범하고 5번째 레터! 너무 먼 옛날..) 최근 지주회사 전환이라는 큰 이슈가 생겨서 다시 한 번 들여다 보기로 합니다.

보통 우리나라에서 지주회사로 전환한다는 건 순환출자 문제를 해결하려고 들고 나오는 카드인데요(예: 현대차그룹). 포스코는 사실상 포스코그룹 계열사들의 지주회사 역할을 이미 하고 있고, 지배구조 문제가 없기 때문에 왜 굳이 지주회사로 전환한다는 건지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포스코가 표면적으로 내세운 건 ‘철강 중심 사업구조의 한계를 극복하고, 신사업에 대한 가치 재평가를 위해서’ 입니다. 2월 레터에서도 언급했지만 지금 같은 메타버스 시대에 철강산업이 좀 올드하고 성장성이 없어 보이는 거죠.

철강 뿐 아니라 포스코의 다양한 사업을 형상화한 그림. 사진 포스코

철강 뿐 아니라 포스코의 다양한 사업을 형상화한 그림. 사진 포스코

철강은 고성장 산업군도 아닌데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또 1위인 ‘굴뚝산업’이어서 요즘 유행하는 ESG(환경∙사회적책임∙지배구조) 측면에서도 불리하죠. 거참, 자동차나 배나 다 철강으로 만들텐데 다들 너무한다 싶긴 하네요.

하여간 포스코는 지주회사를 만들고 그 아래에 ▶철강 ▶2차전지소재 ▶리튬∙니켈 ▶수소 ▶에너지 ▶건설 ▶식량∙바이오를 두겠다고 합니다. 철강은 친환경 생산방식과 해외시장 선점으로 좀 더 산뜻한 분위기로 바꾸고, 철강에 가려 안 보이던 포스코케미칼의 양극재∙음극재 사업, 리튬∙니켈 같은 2차전지 원재료 사업, 수소, LNG, 건설, 식량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겠다는 복안입니다. [웬 식량? 하시는 분도 계실텐데, 포스코인터내셔널(예: 우크라이나 곡창지대!)의 식량사업은 규모가 꽤 큽니다.]

자회사가 될 포스코는 상장하지 않겠다고 유독 강조하고 있는데요. 그러면서 무슨 구글 얘기도 합니다. '포스코홀딩스 = 상장된 지주사 알파벳'이고, '철강 자회사 포스코 = 상장하지 않은 구글'이라는 건데요. 포스코는 자회사 5곳이 상장돼 있어서 알파벳과 경우가 다르지만, 주주들의 반발을 의식한 것으로 보입니다.

경북 포항시 POSCO 제철소 전경. 뉴스1

경북 포항시 POSCO 제철소 전경. 뉴스1

통상 지주사 주가는 직접 사업을 하는 자회사에 비해 둔하게 움직이는 경향이 있죠. 포스코의 기존 주주 입장에선 철강 자회사 포스코가 홀랑 상장을 해버리면 손해를 볼까봐 걱정입니다. 지금은 상장 안한다고 하지만, 포스코는 전에도 물류 자회사 안한다고 했다가 끊임없이 시도한 전력도 있고, 현대중공업 같은 회사를 봐도 돌고돌아서 필요하면 상장도 하고.. 다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포스코는 2050년까지 수소환원제철에 40조원을 투입한다고 했는데, 그럼 매년 1조원 넘게 투자를 하겠다는 건데, 상장 없이 한다? 지주사 유상증자만으로 한다? 흠..

포스코가 오너 없는 회사라는 점도 변수입니다. 내년 1월 28일에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서 지주회사 전환(물적분할)을 결정할 건데, 포스코의 최대 주주는 국민연금(9.75%) 입니다. 국민연금은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법인을 물적분할 할 때 반대했죠. LG나 SK는 대주주가 따로 있고,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막상 주총에선 압도적으로 통과가 됐습니다.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과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필요)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포스코도 그렇게 할 수 있을까요? 국민연금 다음으로는 CITI 7.30%, 블랙록 4.95%, 피델리티 3.15%, 뱅가드 2.98% 등의 글로벌 금융사들이고, 자사주 13.26%, 우리사주조합 1.41% 등이 있는데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습니다. 80% 가까운 개인∙기관∙외국인 투자자들이 뭉쳐서 반대하면 이론적으로는 무산될 수도 있겠네요. 마침 한국거래소가 자회사 상장을 막는 제도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게 포스코에 장기적으로 유리한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포스코가 지주회사로 전환하려는 목적이 철강에서 벗어나 기업가치를 제고하려는 것이라면 일단 신사업을 잘해야 합니다. 그런데 2차전지 소재를 생산하는 포스코케미칼의 최근 주가 추이를 봐도 과연 투자자들이 포스코 신사업의 성장성을 신뢰할 수 있을 만큼 안정적인가 하면 반드시 그렇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리튬 생산은 2023년, 배터리용 고순도 니켈은 2024년에 생산한다고 하는데, 투자를 많이 하겠다고 하는 것 이외에 그 사업들이 실제로 어떤 성과를 낼지 가시적으로 입증된 게 좀 부족하다고 할까요. 국내 대기업들이 너도나도 뛰어들고 있는 수소 사업도 마찬가지고요.

자료 포스코

자료 포스코

따라서 지주회사 전환을 둘러싼 포스코의 과제는 두 가지인 것 같습니다. 자회사 상장 안한다는 약속에 대해 기존 주주들과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냐, 그리고 신사업들의 가시적인 성과에 대해 얼마나 설득력을 보여줄 것이냐. 두 가지에 대해 시큰둥한 분위기가 계속 된다면 주가 변동성은 확대될 것 같고요.

오히려 내년 철강 사이클이 나아진다고 하는데 본업 실적을 보고 투자하는 게 낫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포스코 밸류에이션은 현재 저평가 국면이고요. 내년 상반기 중국 정부의 철강산업 부양책을 기대해봄직 합니다. 2분기부터 효과가 나타날 거라고 하죠? 주총 봐야하고 중국 봐야 해서 단기 불확실성 있지만, 신사업을 하겠다는 것과 철강의 안정적인 수익성까지 무시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6개월 뒤:

비전은 좋지만 구체적인 그림을 보여달라

※이 기사는 12월 20일 발행한 앤츠랩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건강한 주식 맛집, 앤츠랩을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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