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씨가 기자회견이라도 열어 정리를 한번 해줬으면 하는 심정입니다.”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핵심 관계자는 20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허위경력 의혹 등에 휩싸인 검건희씨를 두고 이런 말을 했다. 김씨가 과거 대학 겸임교수 임용절차 등을 밟으면서 기재한 경력 중 어떤 걸 잘못 적었고 어떤 걸 억울해하는지 알아야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데, 그게 사적 영역에 속한 게 많은데다 시기적으로도 10~20여 년 전 일이어서 당 차원에서 팩트 체크하기가 쉽지 않다는 토로였다.
물론 김씨 기자회견은 현재로선 성사 가능성이 높은 얘기는 아니다. 자칫 역효과가 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선대위 관계자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문제는 김씨 문제를 전체적으로 컨트롤하는 조직이 없다는 점이다. 국민의힘의 한 당직자는 “후보 본인이 배우자 이슈를 직접 다루는 것은 좋지 않다. 민주당처럼 후보 배우자도 선대위의 틀 안에서 관리를 해야 하는데 아직 그런게 안된다”고 말했다.
김씨 문제를 둘러싸고 국민의힘은 이날 종일 시끄러웠다. 윤 후보가 강원도 유세일정으로 빠진 선대위 비공개회의에서 이준석 대표가 “당 내부 정리가 안 돼 있다. 선대위가 대응 기조를 알려달라”고 하자, 권성동 사무총장이 “전략이 노출될 수 있다”고 반대했다. 이런 와중에 조수진 공보단장은 “후보의 말씀을 전해드리겠다”며 “아내에 대한 사과는 온전히 후보의 몫이고, 우리 당 의원들은 왜 안 도와주나”라는 취지로 윤 후보의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이 대표는 오후 MBC 방송에 나와 “김씨를 방어할 건지, 아니면 낮은 자세로 국민에게 이해를 구할 건지 선대위의 방침이 명확해야 하는데 지금 그게 모호해 산발적 대응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날 당 지도부는 “국민이 새로운 사과를 요구한다면, 겸허하게 순응할 것”(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국민에 해명하고 양해를 구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준석 대표)이라는 자성의 목소리를 냈지만, 당 소속 초재선 의원 8명은 “김씨에 대한 가짜뉴스를 중단하라”고 촉구하는 등 다른 톤을 보였다.
선대위 내부도 혼란스럽긴 마찬가지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지난 19일 내부 회의를 통해 부인 김건희씨에 대한 호칭을 ‘여사·사모·배우자’ 이란 건 빼고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로 통일하기로 정리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도 기업을 운영하는 대표이기에 이를 존중해 쓰기로 한 것”이라고 했지만, 당내에선 “김씨의 공개 행보 시기가 점점 늦어지는 걸 감안한 조치가 아니냐”고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이날 공개된 언론 인터뷰에서 “후보 배우자가 꼭 같이 나올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김씨 이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장남의 도박 의혹 공세 수위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윤 후보 측 인사는 “두 사안 다 가족 리스크라는 공통점이 있다. ‘양날의 칼’이기에 벨 수도 있지만, 우리가 베일 수 있는 이슈”라며 “이 후보 장남을 둘러싼 논란이 불법 도박을 넘어 성매매 의혹으로도 번지는데, 관련 논평 내는 것이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네거티브 공방을 그만하라”는 김종인 위원장의 지시에 선대위 법률지원단은 이 후보 장남에 대한 고발(상습도박·성매매처벌법 위반 등) 계획도 취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