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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똑같이 걸렸는데…경증 vs 중증 가른 결정적 차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국립보건원(NIH)이 코로나19 바이러스(노란색) 세포를 배양한 모습. AP=연합뉴스

미국국립보건원(NIH)이 코로나19 바이러스(노란색) 세포를 배양한 모습. AP=연합뉴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되더라도 환자 중 10~20%가량만 중증·위중증으로 악화하고, 대부분은 무증상이나 경증에서 회복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 걸까.

21일 예일대 의대에 따르면 이 대학 리처드 플라벨 교수 연구팀은 동물실험을 통해 코로나19 감염 초기·후기의 면역 반응 조화에 따라, 개인별 병세에 차이를 보인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 내용은 국제학술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러지(Nature Biotechnology)'에 지난 17일 게재됐다.

연구팀은 인간과 비슷한 면역반응을 보이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생쥐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일반적인 동물 실험에선 코로나19 경증이 중증으로 악화하는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한계점)를 찾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플라벨 교수는 "평범한 실험실 생쥐를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노출하면 감염은 되지만 심각한 증상은 나타나지 않는다"며 "코로나19에 감염된 유전자 조작 생쥐는 감염증을 일으켰고, 면역계 전체에 강한 반응이 나타나며 병세가 호전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생쥐가 인간과 비슷한 면역반응을 보이도록 유전자를 조작하는 과정을 설명한 그림.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러지 캡처]

생쥐가 인간과 비슷한 면역반응을 보이도록 유전자를 조작하는 과정을 설명한 그림.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러지 캡처]

연구팀은 중증 코로나19 환자에게서 분리한 바이러스를 생쥐의 코를 통해 주입해 감염시킨 뒤 경과를 추적했다. 감염된 생쥐들에선 폐 손상을 비롯해 체중 감소, 강하고 지속적인 염증 반응 등 중증 사람 환자와 동일한 증상이 나타났다.

실험 결과 연구팀은 코로나19를 가볍게 앓고 끝내려면 감염 초기의 강한 면역 반응이 꼭 필요하다고 결론내렸다. 반대로 감염 후반에 강한 면역 반응이 나타나면 생명을 위협하는 위중증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커졌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표적으로 하는 단일 클론 항체(monoclonal antibodies)도 감염 직후 투여했을 때만 효과가 있었고, 감염 후반엔 증상을 개선하지 못했다.

중증 환자에게 주로 투여하는 스테로이드계 염증 억제제인 덱사메타손(dexamethasone)을 감염 초기에 투여할 경우, 오히려 치명적인 결과가 나타났다. 바이러스 퇴치에 꼭 필요한 초기 면역 반응을 덱사메타손이 억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염 후반에 투여하면 이미 기관을 손상하기 시작한 염증 반응을 억제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 참여한 제1저자 에센세피크 박사후연구원은 "감염 초기의 강한 면역 반응은 코로나19 환자의 생존에 필수적"이라며 "만일 감염 후반 강한 면역 반응을 보인다면 오히려 환자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코로나19 후유증, 이른바 '장기 코로나'(long COVID)의 원인과 치료법을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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