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장세정 논설위원이 간다

"'韓인구 1900만명 될것' 충격 알리려던 靑특강 돌연 무산"

중앙일보

입력 2021.12.21 00:33

업데이트 2021.12.21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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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장세정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유력한 차기 대선후보들부터 대한민국의 인구 위기대책과 공적연금 개혁 방안에 대해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중앙포토]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유력한 차기 대선후보들부터 대한민국의 인구 위기대책과 공적연금 개혁 방안에 대해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중앙포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장수 국가' 순위에서 지난해 5위였던 대한민국이 올해 2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오래 산다니 축하할 일이지만, 이 소식을 듣는 국민의 얼굴빛이 밝지만은 않다. 지금 우리 앞에는 인구 문제로 인한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특히 합계 출산율이 0.8 이하로 떨어진 초저출산 현상은 인구 구조를 심각하게 왜곡하고 있다. 이미 고갈돼 세금으로 메워주는 공무원연금에 이어 국민연금도 머잖아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째깍째깍 '시한폭탄'에서 경보음이 커지는데도 현직 대통령은 물론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지겠다고 외치는 차기 대선 유력 주자들도 입을 닫고 있다. 모두가 눈앞의 이익만 생각하고 미래에 대한 고민도 해법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국내의 대표적 인구학자와 연금 전문가를 만나 인구 위기와 연금 고갈 대책을 들어봤다.

[방치된 저출산·고령화 '시한폭탄'] #'짜파구리 파티'하면서 심각한 인구문제는 외면? #조영태 서울대 교수 #수도권 과밀화 현상부터 풀어야 #부총리급 '인구기획부' 신설 필요 #최재식 전 공무원연금공단 이사장 #보험료 올리고 지급 시기 늦춰야 #대선 후보들 구체 공약 제시하길

지난해 2월 청와대 특강 갑자기 무산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베스트셀러 『정해진 미래』의 저자다.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고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는 인구 전문가로 손꼽힌다.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에서 만난 그는 충격적인 인구 그래프부터 보여줬다.
 2021년 우리나라 인구는 5997만명(외국인 제외)이지만 2100년에 1948만명으로 쪼그라든다는 것이다. 중위연령은 1991년 28세, 2021년 44세, 2051년엔 59세로 높아져, 불과 60년 만에 2배나 늙은 나라가 될 것이란 어두운 전망이었다.
 이런 충격적인 내용과 함께 패러다임 전환을 담은 대책을 지난해 2월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막판에 무산됐다고 한다. 그날 '청와대 어전회의'에서 하려던 특강이 무산된 경위부터 궁금했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인구 변화를 예측해 그에 맞는 미래 설계와 국가 개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세정 기자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인구 변화를 예측해 그에 맞는 미래 설계와 국가 개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세정 기자

조영태 서울대 교수는 맬서스의 '인구론'과 다윈의 '종의 기원' 연구를 토대로 "공간 밀도가 높으면 인간은 본인의 생존본능을 후대 재생산보다 우선한다"며 "수도권 집중을 과감하게 분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영태 서울대 교수는 맬서스의 '인구론'과 다윈의 '종의 기원' 연구를 토대로 "공간 밀도가 높으면 인간은 본인의 생존본능을 후대 재생산보다 우선한다"며 "수도권 집중을 과감하게 분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청와대 특강 추진과 무산 배경은.
 "1월 초 청와대 모 행정관이 2월 10일 대통령이 주재하는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인구 문제 관련 강연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대통령 앞에서는 대개 5분가량이 주어진다고 하길래 적어도 30분은 필요하다고 역제안했다. 결국 13분을 주기로 절충해 강연을 준비했는데 무산됐다."
 -코로나19 발생 초기라 그런듯한데.

 "아무 연락도 설명도 없이 그냥 흐지부지 없던 일이 돼 의아했다. (코로나 첫 사망자가 나온 2월 20일에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제작진 및 배우들과 청와대에서 '짜파구리 파티'도 열었다는 뉴스를 봤다. 저출산· 고령화위원회 위원장인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경우가 너무 드물다는 지적도 있다. 아무튼 이 정부에서는 인구 문제가 뒷순위로 밀리는 듯하다."

 -결과적으로 아까운 시간을 흘려보냈는데.
 "이미 많이 늦었지만 지난해 2월에라도 대통령이 인구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했으면 정부의 대응이 꽤 달라졌을 것이다. 또다시 1~2년가량을 허송세월한 셈이다. 이 정부가 기반을 다져 놓지 않으니 다음 정부는 인구 문제를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 1~2년이 아니라 4~5년을 허비한 셈이다."

'부·울·경 메가시티'로 과밀 분산해야
 -특강이 성사됐다면 대통령에게 무슨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나.

 "그동안 정부는 저출산의 근본 원인으로 보육 복지와 여성의 일·가정 양립이 문제라고 판단해 예산의 70%를 그 부문에 쏟아부었다. 하지만 더 근본적 원인이 있다. 맬서스의 『인구론』(1978)과 다윈의 『종의 기원』(1859)에 따르면 자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공간 밀도가 높으면 인간은 본인의 생존 본능을 후대의 재생산보다 우선한다. 서울과 수도권에 청년 인구가 과도하게 집중되면서 극심한 경쟁이 벌어지자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들이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하는 현실을 더 주목해야 한다. 수도권 과밀 분산과 지역 균형 발전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2017년 5월 집권한 문재인 정부는 공적연금 개혁을 사실상 방치해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진 왼쪽은 세금 낭비 논란을 일으킨 '문재인 케어'를 주도한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중앙포토]

2017년 5월 집권한 문재인 정부는 공적연금 개혁을 사실상 방치해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진 왼쪽은 세금 낭비 논란을 일으킨 '문재인 케어'를 주도한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중앙포토]

 -문 정부는 노무현 정부 때보다 균형 발전 철학이 빈곤하다.
 "집중의 밀도를 낮추는 것이 시급하다. 물리적 분산과 심리적 분산이 모두 필요하다. 서울에 몰리는 청년이 원하는 자원을 지방에도 공급해줘야 한다. 청년의 마음속 경쟁심을 바꿔줘야 한다. 굳이 서울에 가지 않더라도 메타버스 공간이나 해외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어 그나마 희망적이다. 수도권 집중을 분산해줄 '부·울·경(부산·울산·경남) 메가시티' 같은 구상이 필요하다."

 -여성가족부 폐지론도 제기됐는데.
 "인구는 이제 여성 문제가 아니다. 인구를 여성 문제로 바라보니 젠더 갈등의 늪에 빠져 인구 문제를 풀지 못하고 있다. 과거엔 인구 문제를 아이가 태어나는 모자보건으로 좁게 해석했다. 이제는 사회 구성의 기본단위인 인구는 보육이나 여성 정책이 아니라 사회정책으로 다뤄야 한다. 인구가 줄어드니 교육(대학 구조조정)은 물론 주거(집값 폭등)와 국방(병역 자원 부족) 등 거의 모든 문제에 영향을 준다. 인구는 종속변수가 아니라 독립변수이자 결정변수다. 단순히 여가부를 '인구가족부'로 개편할 게 아니라 부총리급 '인구기획부'나 '인구미래부'를 만들어야 한다.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인구 개념부터 바꿔야 한다. 인구 구조 변화를 고려해 대학·주택·병역 정책 등 대한민국을 개조해야 한다."

최재식 전 공무원연금공단 이사장은 "공적연금 개혁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역설했다. 장세정 기자

최재식 전 공무원연금공단 이사장은 "공적연금 개혁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역설했다. 장세정 기자

최재식 전 공무원연금공단 이사장은 "백세시대는 공적연금 부실을 키우는 '그림자'도 크다"고 지적했다.

최재식 전 공무원연금공단 이사장은 "백세시대는 공적연금 부실을 키우는 '그림자'도 크다"고 지적했다.

연금개혁은 이제 선택 아닌 필수
 심각해진 저출산·고령화는 결국 공적연금 부실로 이어진다. 그래서 최재식 전 공무원연금공단 이사장을 따로 만났다. 1977년 총무처 연금국에서 공직을 시작한 그는 2018년 퇴직할 때까지 약 41년간 연금 문제에 천착해왔다.
 국민연금은 1998년 김영삼 정부, 2008년 노무현 정부 때 연금지급률을 인하하는 제도 개혁을 단행했다. 공무원연금은 1995년 김영삼 정부, 2000년 김대중 정부, 2009년 이명박 정부, 2015년 박근혜 정부 때 재정 안정화를 위한 제도 개혁을 단행했다.
 -역대 정부는 예외 없이 연금개혁을 단행했는데, 문 정부는 왜 외면하나.
 "연금개혁만큼 인기 없고 정권에 부담을 주는 정책도 없지만 그래도 과거 정부는 일정 부분 해냈다. 하지만 문 정부는 재정 안정화 조치는 안중에도 없고,  '보험료는 안 올리고 연금은 더 올려주는 방법이 있다'며 집권하더니 어영부영 넘어가고 있다."

 -연금개혁을 꼭 해야 하는 이유는.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은 국가재정에서 적자를 보전해주는데 그 규모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국민연금도 2041년부터 적자가 발생하고 기금도 결국 소진될 전망이다. 결국 미래 세대는 현행 보험료(9%)의 3배를 부담해야 제도가 유지될 정도다. 연금개혁 없이는 제도가 지속 가능할 수 없다."

 -그렇다면 바람직한 개혁 방향은.
 "국민연금은 과거 두 차례 지급률 인하로 40년 가입자의 소득대체율이 40%에 불과해졌다. 더 낮출 경우 '용돈 연금'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다만 보험료가 9%로 공무원연금(18%)의 절반인 점을 고려하면 조금 인상할 여지가 있다. 연금 개시 연령도 65세까지 연장하게 돼 있지만 좀 더 늦출 수 있다. 결국 ‘연금 수준 유지+보험료 인상+지급 시기 연장’이 현실적 대안일 것이다. 조세 방식의 기초연금과 함께 재구조화하는 방안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이 직면한 심각한 인구 위기와 연금 고갈 문제를 다룬 조영태 교수와 최재식 전 이사장의 역저들.

대한민국이 직면한 심각한 인구 위기와 연금 고갈 문제를 다룬 조영태 교수와 최재식 전 이사장의 역저들.

 '45년 일하고 15년 받는 체제' 검토를
 -정년은 연장 또는 폐지하자는 주장이 나오던데.
 "백세시대에는 일하는 기간을 늘리고 연금 받는 기간을 줄여야 한다. 지금처럼 ‘30년 일하고 30년 연금 받는 체제'는 지속할 수 없다. ‘45년 일하고 15년 연금 받는 체제’를 검토해야 한다. 나이에 상관없이 건강한 사람은 누구나 일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장수시대에 연금문제를 풀 수 있다. 진정한 고령자 복지는 ‘충분히 연금을 주는 사회’가 아니라 ‘일할 수 있게 하는 사회’다. 이런 측면에서 정년은 일단 연장하고 궁극적으로는 폐지해야 한다. 고령 인력이 '회색 천장'이 되지 않으려면 연공서열과 연공임금도 같이 개선해야 한다."
 -대선 후보들에게 조언한다면.
 "유력 대선 주자 중에 연금개혁을 정책공약으로 제시한 후보는 아직 없다. 표가 떨어질까 봐 의도적으로 눈을 감는 것 같다. 문제를 알면서도 폭탄 돌리기 하는 정치인을 올바른 국가 지도자라 할 수 있겠나.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공약이 아니라 미래세대를 위한 연금개혁을 정책공약으로 제시해야 한다. 공적연금의 중장기 재정 안정화 대책을 수립해 시행할 가칭 ‘공적연금 지속성 위원회’를 대통령 직속 기구로 설치할 필요가 있다. 연금개혁은 빠를수록 좋다."

 문재인 정부는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소홀히 해왔다. 공적연금 개혁은 손도 대지 않고 사실상 방치했다. 역대 어떤 정부보다 포퓰리즘에 빠진 무책임한 행태다. 외면당한 '시한폭탄'은 고스란히 차기 정부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다음 정부는 국민과 미래세대 앞에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줘야 할 책임이 있다.

장세정 논설위원

장세정 논설위원

장세정 논설위원 z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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