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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차 투자 톱5 중 4개…한·미 ‘미래차’ 최대 동맹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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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올해 북미에서 발표된 완성차 업체의 금액 기준 톱 10중 4개가 한국 완성차·배터리 업체의 투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톱 10 모두가 전기차(EV) 관련 투자였다. 북미 전기차 시장이 폭증하는 가운데, 대형 투자에서 한국 기업들이 시의적절하게 시장 선점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자동차 전문매체 오토모티브 뉴스는 미 자동차연구센터(Center for Automotive Research)의 북오브딜(Book of Deals)을 인용해 올해 북미에서 발표된 완성차 업체의 금액별 상위 프로젝트 ‘톱 10’ 모두가 전기차(EV) 관련 투자였다고 20일 보도했다. 오토모티브는 지난해 10대 프로젝트 중 전기차 관련은 절반에 불과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전기차 전환이 완성차 업계의 사실상 유일한 화두였다고 전했다.

2021년 북미지역 차·배터리 10대 투자.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2021년 북미지역 차·배터리 10대 투자.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런데 대형 프로젝트 톱10 중 네 개에 한국 완성차·배터리 업체가 이름을 올렸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전기차 드라이브’ 파트너로 한국 업체가 급부상했다는 해석이다.

가장 규모가 큰 투자는 지난 5월 호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가 밝힌 2025년까지 74억 달러(약 8조8000억원)를 북미 지역 전기차 설비 등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74억 달러 중 로봇·도심항공모빌리티(UAM) 투자 등이 포함됐다.

2, 3위는 두 건의 포드·SK온 합작법인 ‘블루오벌SK’ 투자가 차지했다. 켄터키주 글렌데일에 세우는 58억 달러(약 6조9000억원) 규모의 배터리 파크와 테네시주 스탠턴에 짓는 56억 달러(약 6조6000억원) 규모의 배터리·EV 제조 공장 건이다. 4위는 지난 16일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의 조지아주 EV 공장(50억 달러), 5위는 GM과 LG에너지솔루션이 합작해 테네시주에 건설하는 배터리 셀 제조 공장(23억 달러)이다.

컨설팅회사 BDO인터내셔널의 톰 스트링거 매니징디렉터는 “EV에 대한 투자는 시장 수요가 이끌고 있다”며 “소비자가 전기차를 원하고 있기 때문에 완성차 업체는 더 큰 규모의 투자를 자신 있게 감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0대 프로젝트에 유럽 업체는 한 곳도 없었다. 폴크스바겐·메르세데스-벤츠·BMW 등 독일 3사를 비롯한 유럽 완성차 업체는 해외보단 유럽에서 전기차·배터리 시설 투자를 늘리는 중이다. 배출가스 규제가 가장 엄격한 유럽에서 전기차 전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막대한 과태료와 벌금 등을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유럽 완성차 업체들이 전통적으로 중국 시장을 우선해왔다는 점에서 당분간 미국에 대한 대규모 투자는 쉽지 않아 보인다. CATL·BYD 등 중국 배터리 제조사도 자국과 유럽에 전초기지를 세우는 중이다. 특히 중국은 미·중 무역분쟁으로 미국 내 투자가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 완성차·배터리 업체의 대규모 투자 결정은 시기적절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독일 3사 등은 유럽 우선 전략을 펴고 있어 사실상 미국이 손잡을 만한 파트너는 한국 기업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도요타도 이제 막 전기차 전략을 발표했다는 점에서 한국이 좋은 시점에 잘 들어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다만 전기차 16종을 공개하는 등 전열을 갖춘 도요타가 전기차 분야도 금방 따라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 업체들이 유럽·미국에 치중한 나머지 중국을 놓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항구 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현대차·기아의 전기차 전략이 유럽·미국에선 경쟁 브랜드보다 우위를 보이지만, 중국에선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며 “지금 중국 시장에서 밀려나면 향후 동남아 등 신흥시장 전기차 경쟁에서도 중국에 밀릴 수 있다. 중국 점유율을 올릴 수 있는 전략을 잘 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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