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전자에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주도하는 ‘뉴삼성’ 기조 아래, 고(故)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때처럼 ‘마누라 빼고 다 바꿀’ 기세다. 최근 인사·조직 개편은 그 신호탄이다. 위상이 예전만 못한 시장·기술 리더십 회복을 위해 절치부심하는 모습도 엿보인다.
정체됐던 성장의 바퀴도 다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2008년 매출 100조원을 돌파한 삼성전자는 불과 4년 만인 2012년 200조원 고지도 뚫었다. 하지만 이후 실적은 10년째 200조원대에 갇혀 있다. 하지만 최근 금융투자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올해 매출 275조원 안팎을 기록한 후, 이르면 내년에 ‘300조 시대’를 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 투자자가 내년에 주목해야 할 5대 관전 포인트를 짚어봤다.
① GAA 기반 3나노 양산 성공할까

삼성전자 휴대전화 생산량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삼성전자는 신기술인 게이트 올 어라운드(GAA) 기반의 3나노미터(㎚·1나노=10억 분의 1미터) 제품을 내년 상반기 양산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내년 하반기 3나노 양산 방침을 밝힌 대만 TSMC보다 빠른 속도다. 이런 구상대로 삼성전자가 ‘GAA+3나노’ 제품 양산에 성공하고, 안정적인 수율(완성 제품에서 정상품이 차지하는 비율)을 확보한다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 판도가 바뀔 수 있다.
이종호 서울대 반도체연구소장은 “GAA 양산에 성공하면 대형 정보기술(IT) 고객의 물량을 TSMC에서 빼앗아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경우 비메모리 부문 매출이 급증하면서 매출 300조원 달성에도 한 걸음 더 빨리 다가설 수 있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 폭과 반등 시점, IT 공급망 정상화, 팹리스(반도체 설계) 업체의 고객 다변화 전략, 중국의 경기 부양책 등도 내년 반도체 실적에 영향을 줄 변수다.
② 갤S22와 갤Z4 시리즈 동반 흥행할까
![올레드 TV 출하량 전망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옴디아]](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12/21/8a978b93-72d8-445f-934e-c7cd9aa40071.jpg)
올레드 TV 출하량 전망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옴디아]
삼성전자는 내부적으로 내년에 3억 대 이상의 스마트폰을 판매한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목표를 달성하면, 2017년 이후 5년 만에 판매량 3억 대 재탈환이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내년 2월 출시되는 갤럭시S22 시리즈와 하반기 선보일 4세대 폴더블폰 갤럭시Z 플립4·폴드4(가칭) 시리즈의 흥행 여부다. 관련 업계에선 갤S22 시리즈가 3000만 대 이상, 갤럭시Z4 시리즈가 1000만 대가량 팔린다면, 목표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본다. 스마트폰 부품부족 사태 장기화, 중국 화웨이의 스마트폰 시장 복귀 가능성, 폴더블폰 시장 대중화 속도 등도 스마트폰 실적에 영향을 줄 변수다.
③ 뒤늦게 뛰어든 OLED TV 시장 안착하나

삼성전자 주요 조직 이렇게 달라졌다 그래픽 이미지.
삼성전자는 그동안 눈길도 주지 않았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시장에 내년 처음 진출한다. 내년 초 삼성디스플레이의 퀀텀닷(QD)-OLED 패널을 탑재한 TV를 선보이고, 이르면 상반기 중으로 LG디스플레이 패널을 채용한 백색 올레드(WOLED) TV를 선보일 전망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내년 삼성전자의 OLED TV 출하량을 250만~300만 대 정도로 내다본다. 삼성의 연간 TV 출하량(약 5000만 대) 대비 미미한 수준이지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내년 출시될 삼성 OLED TV는 글로벌 TV 시장 판도를 뒤흔들 태풍의 눈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④ 해외 투자금 40조원 어디로
삼성전자는 지난 8월 향후 3년간 24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 중 해외 투자금은 약 60조원이다. 삼성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에 20조원을 우선 책정했다. 관심은 나머지 40조원이다.
관련 업계에선 이재용 부회장의 최근 행보를 고려할 때, 인공지능(AI)이나 6세대(6G) 등 차세대 통신기술을 보유한 업체를 인수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한다.
바이오 시장 위탁개발생산(CDMO)을 위해 백신 및 세포·유전자 치료제 개발 능력이 있는 바이오 업체와 유력 차량용 반도체 업체 인수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기업 가치가 올라가기 위해서는 실적을 너머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며 “사업구조 재편이나 M&A 등을 통해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⑤ 어떤 ‘X 퍼포먼스’ 보여줄까
삼성전자는 최근 기존 소비자가전(CE)과 IT·모바일(IM) 사업부를 통합한 세트 부문 명칭을 ‘DX(Device eXperience·디바이스 경험)’로 바꿨다. 무선사업부 이름은 ‘MX(Mobile eXperience·모바일 경험)사업부’로 변경했다. 또한 DX 부문 산하에는 ‘CX(Consumer eXperience)’와 ‘MDE(Multi Device eXperience)’ 센터를 신설했다. CX는 고객 경험, MDE는 멀티 디바이스 경험을 뜻한다.
모두 ‘경험(X)’에 방점이 찍혔다. 익명을 원한 증권사 연구원은 “삼성이 고객 경험을 강조하고 있지만 개념적으로 모호한 측면이 있다”며 “내년에 삼성이 어떤 ‘X 퍼포먼스’를 보여주는지에 따라 향후 ‘뉴삼성 웨이’가 선명하게 보일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