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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첫 유죄’ 항소심 결심 화두로 떠오른 ‘임성근 판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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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전직 판사들의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임성근 전 부장판사의 판결’이 화두로 떠올랐다. 검찰은 임 전 부장판사의 탄핵 심판에서 소수의견을 낸 ‘헌법재판관 3인’의 논리를, 전직 판사 측은 임 전 부장판사의 항소심 판결을 근거로 앞세워 유·무죄를 주장했다.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연합뉴스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연합뉴스

20일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 최수환)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이민걸(60·사법연수원 17기) 전 대법원 법원행정처 기조실장과 이규진(59·18기)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에 대한 결심 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이들에게 1심과 같이 각 징역 2년 6개월을 구형했다.

이 전 실장은 지난 3월 1심에서 국민의당 박선숙·김수민 전 의원 정치자금법 사건 등의 재판부 동향을 파악한 혐의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 전 위원은 통합진보당 국회의원들의 지위확인 소송 등에 개입한 혐의가 인정돼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이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이른바 ‘사법농단’ 사건으로 기소된 전·현직 법관 가운데 첫 유죄 판결이다.

‘탄핵인용 3인’ 의견 vs ‘항소심 무죄’ 선고

이날 결심공판에선 주로 언급된 건 ‘임 전 부장판사에 대한 판결’이다. 양측 모두 임 전 부장판사에 대한 서로 다른 판결 논리를 앞세워 최후변론 절차를 진행했다.

먼저 검찰은 “임 전 부장판사의 행위가 중대한 헌법위반”이라는 헌법재판관 3인(유남석·이석태·김기영)의 소수의견을 근거로 들었다. 헌재 3인과 같이 1심에서 인정한 ‘지적(指摘)할 권한’보다 직무 권한을 넓게 인정해야 한다면서다. 앞서 헌재는 지난 10월 재판관 다수인 5명의 의견에 따라 임 전 부장판사 탄핵을 각하했다.

검찰은 “재판관 3인은 재판개입 행위가 사실상 중요사건 보고의 중간 결재자로서의 직무집행에 기반한 법원 홍보업무에 관하여 한 행위로 재판독립을 침해할 수 있는 권한임을 명확히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법행정권자의 의견을 전달한 이후 담당 재판부의 합의가 있었더라도 이것이 이미 훼손된 재판 신뢰를 회복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8일 '사법농단 의혹'을 받는 임성근 부장판사에 대해 탄핵소추를 추진하기로 했다. 사진은 임성근 부장판사. 연합늇,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8일 '사법농단 의혹'을 받는 임성근 부장판사에 대해 탄핵소추를 추진하기로 했다. 사진은 임성근 부장판사. 연합늇,

반면 이 전 실장 측은 “직권남용은 엄격히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직권남용은 공무원이 자신의 직무 권한의 일과 관련해 하급자에게 부당한 업무를 시키는 경우에 해당한다. 여기서 직권남용이 성립하려면 ‘재판 개입’이 행정처의 권한에 속해야 하는데, 이럴 경우 개별 판사는 독립적으로 재판한다는 판사의 독립성을 부정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는 게 변호인 측 주장이다.

이 전 실장 측은 “사법행정권자에게 재판사무의 핵심 영역에 반해서까지 개입할 통로를 열어준다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일어날 것”이라며 “임 전 부장판사 항소심의 주된 판단의 근거는 이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위원 측 역시 “인사권이나 징계권을 부여해 사후적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인사권에서 벗어난 다른 직무 권한까지 인정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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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시간 겪어…참담한 마음”

항소심 최후진술에서 이 전 위원은 자리에서 일어나 “공소사실에 대해 무죄 취지로 다투고 있지만 이 행위들이 잘된 것이라 주장하는 게 아니다. 검찰에 처음 출석할 때 부끄럽고 참담했던 마음은 지금도 같다”며 “제가 겪은 시간 동안 저보다 힘든 분도 있었고 저로 인해 피해를 봤다고 보는 분도 있겠지만 그분들께 사과드리는 한편 저도 힘든 시간을 겪은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실장도 “사법행정에 중요 책임을 맡은 사람으로서 이런 일이 생긴 것에 대해 죄송한 마음”이라며 “마지막으로 당부드리고 싶은 말은 어떤 선입견 없이 그야말로 법리적 사실관계에 대한 증거판단으로 현명한 재판을 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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