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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책방향]내년 3.1% 성장 전망…책임은 차기 정부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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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한국 경제 규모가 올해 4%에 이어 내년 3.1% 더 성장하겠다고 전망했다. 2년 합쳐 경제성장률이 7%를 웃도는, 전망보다는 목표에 가까운 숫자다. 목표는 의욕적이지만 ‘어떻게’는 두루뭉술했다. 달성 책임을 사실상 차기 정부에 미뤘다.

정부 경제 전망.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정부 경제 전망.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20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2022년도 경제정책방향’은 3개월짜리 시한부 계획이나 마찬가지다. 내년 3월 9일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어서다. 대선 직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출범과 함께 경제정책 새 판이 짜인다. 현 정부는 이런 한계 속에서도 성장 목표만은 도전적으로 잡았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올해) 4%대 성장을 통해 글로벌 톱10 지위를 공고히 하고, 1인당 국민소득(GNI)도 2017년에 3만 달러를 돌파한 이후 역대 최고치인 3만5000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내년에는 세계 경제 회복세, 국내 경제의 내수ㆍ수출 균형 성장세 등 전반적으로 거시 여건이 비교적 양호할 것으로 보여진다”고 했다.

지난 6월 발표와 비교해 정부는 올해 성장률 전망을 0.2%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대신 내년 전망은 0.1%포인트 높여 잡았다. 한국은행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예측한 내년 성장률 3%보다도 높다.

주요 기관 경제성장률 전망 비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주요 기관 경제성장률 전망 비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내년도 경제정책방향 표제어 역시 이에 걸맞게 ‘위기를 넘어 완전한 경제 정상화’다. 취업자 수 역시 올해 35만 명에 이어 내년 28만 명 증가하겠다고 내다봤다. 내년 수출 증가율은 올해 대비 2%, 수입 증가율은 2.5%로, 경상수지 흑자는 올해보다 줄어든 800억 달러(약 95조3000억원)로 예상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8년(2.9%)과 2019년(2.2%)에도 달성하지 못했던 3% 이상 성장을 내년 달성하겠다고 정부는 공언했지만 대내외 여건은 녹록지 않다. 우선 신규 확진자 수가 연일 5000~7000명대를 오갈 만큼 방역 상황이 심각하다.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를 방역 당국이 예고한 내년 1월 2일에 종료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자영업을 비롯한 내수 악화가 불가피하다.

오미크론 변이 등장, 주요국의 통화 정책 전환, 세계 공급망 재편 등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이런 변수를 고려해 LG경제연구원ㆍ현대경제연구원 같은 민간 연구기관은 내년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2.8%로 낮춰잡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확대 국민경제자문회의에 참석,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확대 국민경제자문회의에 참석,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공개된 경제정책방향은 코로나19 종식을 전제로 한 소비 대책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러나 ▶추가 소비 특별공제 ▶상생소비 더하기 플러스(+) ▶상생소비의 달 운영 등 기존 정책을 연장하거나 일부 보완하는 정도에 그쳤다. 5000달러(약 590만원) 면세점 구매 한도 폐지 방안을 새로 들고 나왔지만 일부 고소득 계층을 타깃으로 한 내용이다.

일자리 대책도 마찬가지다. 올해와 내년 대학 졸업 예정자를 대상으로 내일배움카드 자부담률 인하(15%포인트), 국민취업지원제도 조기취업성공수당(50만원) 신설 등 대책이 중심이 됐다. 청년층 반응이 ‘미지근’했던 기존 대책을 보완ㆍ추가하는 성격이 강하다.

‘민간 부문 일자리 창출’을 내세운 경제정책방향 구호와 달리 올해도 저임금ㆍ비정규 재정 일자리 의존도가 높을 전망이다. 정부는 올 1분기에만 50만 명 직접 일자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홍남기 경제부총리(오른쪽)와 유은혜 사회부총기가 2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확대 국민경제자문회의에 참석해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홍남기 경제부총리(오른쪽)와 유은혜 사회부총기가 2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확대 국민경제자문회의에 참석해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부동산ㆍ금융정책과 관련해 정부는 내년 가계대출 증가율을 4~5%로 묶어놓겠다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했다. 금리 인상기와 맞물려 가중되는 부동산 불안을 어떻게 해결할지는 공란에 가깝다. “가계부채, 부동산 등 리스크 요인은 현실화되기 전 선제 대응이라는 원칙 하에 철저히 관리하겠다”(이 차관)는 선언만 했다. 상생임대인 인센티브, 월세 세액 공제 등 보완 대책으로는 한껏 얽힌 부동산 문제를 풀기 어렵단 분석이다.

이번 경제정책방향에 담긴 한국판 뉴딜, 탄소 중립 등 ‘문재인 정부표’ 대규모 투자 계획은 차기 정부에서 이어나갈지 자체가 불투명하다.

정부는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올해 2.4%(전망)보다는 낮은 2.2%로 예상했다. 물가 부처 책임제, 알뜰주유소 전환에 대한 세제 지원 확대, 유류세 인하 연장 검토 등을 대응책으로 내놨다. 물가지수에 미치는 영향이 큰 공공요금에 대해 정부는 말을 흐렸다. ‘공공요금의 안정적 관리’란 모호한 문구만 제시했을 뿐이다.

이와 관련해 이 차관은 “내년 1분기(1~3월) 겨울엔 전기ㆍ가스요금 같은 경우 동결하는 게 여러 가지 측면에서 필요하다는 원칙하에 관계부처 간에 협의 과정이 거의 마무리 단계”라면서도 “공공요금 같은 경우는 무작정 억제만 하는 게 아니라 결국 시기의 분산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정부는 내년 1~3월 전기요금 동결을 결정했는데, 이후 인상 여지를 열어뒀다. 내년 대선 전까지 주요 공공요금을 묶어놓고 이후 사실상 차기 정부에 공공요금 인상 부담을 지우겠다는 판단이나 다름없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인수위가 시작되면 현 정부 정책은 사실상 멈춤이나 마찬가지인데, 이번 경제정책방향은 비교적 문재인 정부의 색깔을 많이 보여주고 있다. 그에 비해 메뉴만 많고 실효성 있는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고 짚었다. 우 교수는 이어 “소상공인 피해를 두텁게 지원한다고 하는데 세부 내용은 두터운 지원과 거리가 멀고, 금리 지원 등 기존 틀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 상생소비 지원, 소비쿠폰 등 큰 효과를 보지 못한 기존 대책을 이어가는 정도”라며 “결국 차기 정부에서 추가경정예산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새로운 코로나19 시대에 맞춘 단기 대응, 코로나19 이후에 맞춘 중장기 대응으로 구분해 정책과 예산 배정이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맞춤형 정책이 부족하다”며 “특히 중장기 대책의 미비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잠재 성장률 저하, 신산업과 청년 일자리 창출 역량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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