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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4조…5개월새 몸값 60% 뛴 컬리, 상장 전 풀어야할 숙제는

중앙일보

입력

내년 주식시장 상장(IPO)를 준비중인 마켓컬리. [팩플]

내년 주식시장 상장(IPO)를 준비중인 마켓컬리. [팩플]

마켓컬리 운영사인 컬리가 홍콩계 사모펀드 앵커에쿼티파트너스로부터 2500억원 규모의 프리IPO(상장 전) 투자를 유치했다. 2015년 설립된 컬리의 누적 투자유치액은 9000억원을 넘어섰다.

왜 중요해?

● 김슬아 대표가 2015년 창업한 컬리는 ‘샛별배송’으로 국내 신선식품 새벽배송 시장을 개척한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의 비상장 기업)이다. 이번 투자는 내년 IPO(기업공개)를 예고한 컬리의 미래 가치를 가늠해볼 수 있는 기회.
● 컬리는 이번 투자에서 기업가치 4조원을 평가 받았다고 공개했다. 5개월 만에, 지난 7월 투자(2254억원) 때 받은 평가액 2조 5000억원보다 60%가량 뛰었다.
● 6개월새 총 5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한 컬리가 IT 인프라 및 물류 투자를 확대한다. 쿠팡·네이버가 주도하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SSG·컬리·오아시스 등의 중간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4조 몸값의 근거는

빠른 성장 : 연 100% 이상의 매출 성장 유지, 2021년 거래액 2조원 돌파(예상), 2021년 말 누적회원 수 1000만명 달성 등 컬리의 빠른 성장에 대한 기대치가 기업가치 평가액에도 반영됐다. 컬리는 올해 수도권을 넘어 충청권, 대구, 부산·울산으로 샛별배송을 확장하며 규모를 키웠다. 수년 내 규모의 경제를 기반으로 확실한 수익을 낼 것이라는 기대가 투자자 주머니를 열었다.
믿을 만한 기존 투자자 : 국내 이커머스 대표 유니콘인 컬리에는 국내외 유명 투자사들이 대거 몰려 있다. DTS글로벌(트위터, 그루폰, 당근마켓 등 투자사), 세콰이어캐피탈 차이나(비바리퍼블리카, 무신사 등 투자사), 힐하우스 캐피탈(텐센트, 배달의민족 등 투자사) 등이 대표적.
마지막 티켓, 프리IPO : 컬리 측 주장처럼 “상장 시 기업가치가 7조원을 상회”한다면 이번에 단독으로 컬리에 투자한 앵커에쿼티는 1년 내 2배의 수익(평가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티몬·카카오뱅크 등에 투자한 바 있는 앵커에쿼티는 카카오뱅크에도 상장 9개월 전 프리IPO 성격의 유상증자에 참여(2500억원)한 바 있다. 올 8월 상장한 카카오뱅크의 기업가치는 앵커에쿼티 투자 당시보다 3배 이상 높아졌다. 익명을 원한 국내 벤처캐피탈 책임 심사역은 “마켓컬리의 성장세나 최근의 유니콘 고평가 경향을 고려하더라도 5개월 만에 기업가치가 60%이상 뛰는 건 드문 일”이라며 “차후 상장시 유리한 평가를 받기 위해 이번에 오버밸류(고평가)도 고려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켓컬리 연도별 실적.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마켓컬리 연도별 실적.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컬리는 어디로?

컬리는 투자금을 “사업 전반에 다양하게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컬리가 밝힌 사용처를 보면 기술 고도화와 이커머스 인프라 투자에 자금을 쓸 것으로 보인다.
IT기반 기업으로 진화 : ‘전지현의 컬리’, 대중 광고를 통해 고급 신선식품 커머스로 브랜딩한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규모있는 성장, 지속가능한 성장엔 IT 인프라 경쟁력이 필수다. 이는 장기간 대규모 인프라 투자의 달인 쿠팡은 물론, 쓱닷컴(SSG닷컴)이나 오아시스마켓 등과 경쟁하기 위한 조건이기도. 컬리는 이번에 조달한 자금을 물류 서비스 및 데이터 인프라 고도화, 서비스 기술개선, 전문 인력 채용에 쓰겠다고 밝혔다.
덩치 키워 전국 경쟁 : 신선식품을 넘어 유통기업으로 확장을 노린다. 컬리는 “샛별배송의 권역을 확대해 전국에서 경쟁하고, 상품카테고리 확장, 신규회원 유치에 투자금을 쓰겠다”고 밝혔다. 컬리는 지난 9월 오픈마켓 시장 진출을 선언하며 향후 '거래액 경쟁'도 이미 예고했다. 현재는 직접 매입한 물건을 선별해 판매하는 큐레이션 방식만 취급하고 있다.

마켓컬리 광고에 직접 출연한 김슬아 창업자 겸 CEO.

마켓컬리 광고에 직접 출연한 김슬아 창업자 겸 CEO.

컬리를 향한 우려

늘어나는 경쟁자들 : 컬리는 지난해 거래액(GMV) 1조원을 돌파, 올 4월엔 파이낸셜타임즈(FT)와 닛케이가 선정한 ‘아시아 태평양 고성장 기업’ 18위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경쟁자는 점점 늘고 있다. 최근엔 배달의민족·GS리테일등도 대도시 기반 ‘퀵커머스’로 근거리 배송 기반 신선식품 커머스에 뛰어 들었다.
앞서가는 경쟁자, 건실한 추격자 : 컬리는 물류 인프라 역량이나 취급 품목 면엔서 쿠팡·SSG닷컴에 밀려 전국 단위 커머스로는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있었다. 그런가 하면 올해 4000억원대 매출이 예상되는 오아시스마켓의 추격도 무섭다. 이커머스 업계에서 드문 흑자 기업으로 지난 10월 10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누적 1126억원의 투자를 받은 오아시스는 1년 반 만에 기업가치가 10배 상승(1526억원 →1조원)했다.
두 마리, 세 마리 토끼 : 새벽 배송은 고정비용이 많이 들고, 신선식품 장보기는 수익성이 낮다. 직매입 중심의 사업이라 재고 리스크도 숙제다. 최근 5년간 컬리의 누적 적자만 5500억원에 달한다. 컬리가 향후 거래 규모를 키우면서 재무를 개선하고, 서비스 품질과 충성 고객 확대까지 다 해낼 수 있을지 관건. 최근 컬리가 가전, 호텔·리조트 숙박권 등을 팔며 외형 확대에 주력하자 ‘컬리’의 브랜드 가치가 희석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부 나온다.

마켓컬리 주요 투자 유치 현황.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마켓컬리 주요 투자 유치 현황.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서 앞으로 컬리는

● 투자업계에선 혁신 유니콘의 상징인 컬리의 IPO 흥행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상장으로 얻은 실탄을 바탕으로 SSG닷컴, 쿠팡과 신선식품 유통 3강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단 전망. SSG닷컴과 오아시스마켓 등이 내년 IPO를 추진 중인 점은 흥행의 변수다. 현 투자자 구성이 전략적투자자(SI)보다 재무적 투자자(FI)가 많다는 점에서 상장 후 빠르게 투자금 회수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 이커머스 성장세 둔화도 고려할 점이다. 김진우 KTB 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커머스 기업들은 IPO 이후 자본 지출 규모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며, 적자 경쟁을 지속할 것”이라며 “아마존 등 글로벌 이커머스 기업의 성장률 둔화가 시작된만큼, 한국도 이커머스 성장이 둔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