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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법 난무하는 대리인 계약, 투명한 '공개'가 답이다

중앙일보

입력

양의지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 회장이 지난 1일 서울시 강서구 메이필드 호텔에서 퓨처스(2군)리그 자유계약선수(FA) 제도와 관련해 인터뷰하고 있다. 선수협은 지난해 불거진 미등록 대리인의 FA 협상 관련 문제도 규정 미비로 아무 징계 없이 넘어갔다. 1년이 지난 지금도 관련 규제 조항은 없다. [연합뉴스]

양의지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 회장이 지난 1일 서울시 강서구 메이필드 호텔에서 퓨처스(2군)리그 자유계약선수(FA) 제도와 관련해 인터뷰하고 있다. 선수협은 지난해 불거진 미등록 대리인의 FA 협상 관련 문제도 규정 미비로 아무 징계 없이 넘어갔다. 1년이 지난 지금도 관련 규제 조항은 없다. [연합뉴스]

프로야구 대리인 제도에 대한 불신이 쌓여가고 있다. 불신의 근거는 정보의 원천적 차단이다.

대리인 제도를 관리·감독하는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는 선수의 대리인 계약을 비공개에 부친다. 예를 들어 강백호(KT 위즈)가 어떤 대리인과 계약돼 있는지 기본적인 정보조차 확인해주지 않는다.

선수협의 비공개 근거는 KBO리그 선수대리인 규정 제23조 [선수협회의 기밀준수] 조항이다. 이 조항에는 '선수협회는 선수대리인이 보고한 선수 관련 정보, 선수계약정보, 선수대리인계약정보, 구단 관련 정보 등 선수대리인 제도 운영업무로부터 취득한 정보를 선수협회 임직원 이외 제삼자에게 공개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선수협은 이 조항을 계약 여부조차 확인해주지 않는 방패로 활용한다. A 구단 관계자는 "계약 기간이나 대리인 수수료 비율을 비롯한 계약 세부 내용도 아니고 계약 여부를 비공개로 하는 건 너무한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선수협은 대리인 계약이 접수되면 한국야구위원회(KBO)에 통보한다. 이후 KBO는 구단에 계약 내용을 팩스로 전파한다. 문제는 대리인 계약이 계약과 해지가 수시로 이뤄지고 비정기적이라는 점이다. 대리인들이 매니지먼트 계약과 대리인 계약까지 혼용해 사용하면서 담당자들조차 헷갈릴 정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난해처럼 미등록 대리인이 FA(자유계약선수) 협상에 참여하는 촌극까지 벌어진다. B 구단 관계자는 "계약 여부를 완전히 오픈하는 게 맞다. 외부에 비공개로 하는 건 권리를 누리지만 책임은 지지 않겠다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메이저리그(MLB)는 손쉽게 선수의 대리인을 확인할 수 있다. 통계 전문 사이트인 베이스볼 레퍼런스만 들어가도 대리인(Agents) 항목이 따로 분리돼 있다. 하지만 KBO리그는 폐쇄적이다. 프로야구 팬은 물론이고 야구 관계자들도 해당 내용을 확인하기 어렵다. C 구단 단장은 "선수의 대리인 계약은 기본적인 내용이다. 비공개로 할 이유가 있나 모르겠다. 공개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D 구단 관계자는 "KBO 홈페이지에 나오는 선수 등·말소 정보처럼 열람이 가능한 형태로 운영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다른 대리인이나 선수도 정보를 확인하면서 혼란을 피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명단 비공개는 감시를 피하는 방법으로 악용할 수 있다. 매니지먼트 계약이 돼 있지만, 대리인처럼 연봉 협상에 영향력을 끼치는 것도 비일비재하다. E 구단 단장은 "각 팀에 3명까지만 보유할 수 있는데 사실 우리 팀은 한 대리인이 (매니지먼트 계약을 이용해) 3명 이상 보유하고 있는 거로 알고 있다. 대리인 계약 명단을 공개하는 게 맞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KBO는 관련 내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KBO 규약 제42조 2항에는 '대리인 제도 운영은 KBO와 선수협회가 합의하여 시행한다'고 명시돼 있다. KBO 고위 관계자 "당연히 공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FA 시장이 왜곡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며 "대리인 제도를 시작한 것도 스포츠 산업 측면에서 여러 사람이 다양한 의견을 모아서 시장을 키워보자는 의미였다. 특정 대리인이 시장을 이렇게 하자고 시작한 제도가 아니다. 선수협과 KBO가 논의해서 고칠 부분은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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