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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 내 아이 사진 올렸다고…쇠고랑 찬 佛부모, 무슨 일 [더오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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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더,오래] 조희경의 아동이 행복한 세상(10)  

모든 아동은 사생활을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아동의 사생활을 비롯해 가정사, 개인 공간 및 통신 기록을 법으로 보호해야 하며, 어떤 비난에 의해 아동의 명예가 훼손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사진 유니세프노르웨이위원회]

모든 아동은 사생활을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아동의 사생활을 비롯해 가정사, 개인 공간 및 통신 기록을 법으로 보호해야 하며, 어떤 비난에 의해 아동의 명예가 훼손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사진 유니세프노르웨이위원회]

디지털 환경에서 등장한 새로운 위험은 바로 아동의 개인정보 침해이다. 대부분의 아동은 온라인상에서 발생하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개인정보 관리도 상대적으로 소홀하다. SNS의 프로필 사진이나 사람들과 정보를 공유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가 외부로 유출될 수 있다.

사랑스러운 자녀를 출생한 대부분의 부모는 사랑하는 아이의 사진을 매일 SNS에 공유하곤 한다. SNS에 아이들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촬영하여 올리는 것은 아주 익숙한 일이다. 끊임없이 게시되는 아기의 일상 사진과 글들을 보다 보면 마치 그 아기를 직접 만나 본 적이 있는 듯하다. 심지어 유튜브에서는 아이들이 주인공이 되어 먹방을 찍거나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일상을 생중계한다. 유튜브 키드라고 불리는 아동들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SNS에 공유한 아이 사진, 아이를 위험에 빠뜨릴 수도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이렇게 SNS에 자녀의 일상을 올리는 부모를 ‘셰어런츠(sharents)’라고 지칭했다. 공유(share)와 부모(parents)의 합성어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녀 사진을 공유하는 것을 ‘셰어런팅(sharenting)’이라고 하는데, 셰어’(Share)와 ‘양육’을 뜻하는 ‘페어런팅’(Parenting)이 합쳐진 단어다. 디지털 환경에서 셰어런팅은 아주 익숙하고 흔한 일상이다. 그러나 과도한 셰어런팅은 자녀의 사생활과 초상권을 침해하는 것일 뿐 아니라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것 역시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아동의 신체가 드러난 사진의 경우 성범죄에 사용될 위험도 있다. 또한 자녀의 의사와 상관없이 부모가 소셜미디어에 자녀 사진을 게재하는 것은 아동의 자기 결정권과 초상권 등 아동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 내 아이의 사진을 SNS에 게시하는 게 아동의 초상권 침해라고? 한국에서는 아직 낯설다.

반면 유럽에서는 셰어런팅은 아동의 개인정보 침해라는 인식이 더 일찍 자리를 잡았다. 유니세프 노르웨이위원회는 디지털 환경에서의 아동 권리 보호를 위해 ‘Stop sharenting’ 캠페인을 벌였다. 부모들이 소셜미디어에 자녀 사진을 공유하는 사례가 급증하자, 부모가 사진을 게시할 권리와 자녀의 사생활 보호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이룰지 논쟁이 있었다. 유니세프 노르웨이위원회는 개인정보 침해의 범위와 위험(risk)을 보여주는 영화를 제작하고 사진 공유를 중단시킬 방법에 대한 지침을 제시했다. 캠페인은 일상생활에서 아동 권리가 침해되고 있음을 알리고 인식개선 캠페인을 통해 이를 개선하고자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부모는 사진을 온라인에 게시하기 전에 자녀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 게시하기 전에 자녀의 사생활 보호에 대한 권리를 생각해야 하고 자녀의 사진이 온라인에 배포될 경우 게시하는 사진 수를 줄여야 한다는 것을 캠페인을 통해 알렸다.

지난 3월 세이브더칠드런의 조사에 따르면, 보호자의 43%가 일주일에 1회 이상 자녀의 사진이나 영상, 글을 SNS에 올린다고 한다. 아이의 성장을 기록해 두거나(64%), 아이의 귀여운 모습을 자랑하고(25%) 친인척들에게 아이의 소식을 전하기 위해서(11%)라는 것이 셰어런팅의 주요 이유였다. SNS에 자녀의 사진을 공유한 부모 중 13%는 개인정보 도용(3.3%)이나 불쾌한 댓글(4.3%) 등의 부정적인 경험을 실제 했으며, 사진이나 영상이 멋대로 사용되거나(66.7%) 게시물을 통해 자녀의 개인정보가 노출되는 것(66%)을 걱정하고 있었다. 낯설지만 현실에서는 아동의 개인정보가 유출되고 위협받고 있다.

자녀 사진 올릴 땐 동의 구하고 신중하게

SNS에 자녀의 일상을 과도하게 올리면 사생활과 초상권을 침해하는 것일 뿐 아니라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 아동의 신체가 드러난 사진의 경우 성범죄에 사용될 위험도 있다. [사진 pxhere]

SNS에 자녀의 일상을 과도하게 올리면 사생활과 초상권을 침해하는 것일 뿐 아니라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 아동의 신체가 드러난 사진의 경우 성범죄에 사용될 위험도 있다. [사진 pxhere]

한 어린이가 부모의 소셜미디어에서 약 1165장의 본인 사진이 공유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는 아동의 개인정보를 보호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며 신원 도용, 오용, 따돌림 등의 큰 위험에 노출 시킬 수 있다. 디지털 환경에서 사진을 삭제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여러 디지털 솔루션이 있지만 근본적인 부분은 제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실제 셰어런팅을 법적으로 규제하고 있는 나라도 있다. 프랑스에서는 부모가 자녀 본인의 동의 없이 SNS에 사진을 공유할 경우, 최대 1년 징역에 벌금 4만5000유로(약 6000만 원)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베트남도 2018년 부모가 자녀의 사진이나 동영상 등을 본인 허락 없이 SNS에 올리면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을 추진했다. 만 7세 이하 어린이의 개인정보를 올리려면 당사자의 허락을 반드시 받아야 하며, 이를 어기면 최고 5000만 동(약 260만 원)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현재 셰어런팅에 관한 법적 규정이 없다. 다만 개인정보보호법과 정보통신망법에서 법정 대리인의 통제권만 언급하고 있어 아동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서는 구체적인 규정이나 법규마련이 시급하다. 법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다. 보호자들이 먼저 자녀들의 사진이나 영상,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아동의 자기결정권과 초상권 등 권리를 존중하는 자세가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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