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아들과 동성 성관계를 목적으로 자신에 집에 들어온 남성을 아버지가 주거침입죄로 고소했지만, 대법원이 무죄 취지로 판결했다. 공동 거주인인 아들의 승낙 하에 집에 들어온 것이어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2018년 피고인 A씨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알게 된 미성년자 B군의 집에 성관계를 목적으로 들어갔다. 추후 이 사실을 안 B군의 아버지는 자신에 집에 A씨가 무단으로 침입한 것이라며 A씨를 주거침입죄로 신고했다.
재판에서 A씨는 피해자의 아들 B군의 승낙 하에 출입문을 통해 집에 들어갔고, B군과의 행위도 위법한 행위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2019년 사건을 심리한 1ㆍ2심 법원은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B군이 집에 들어오는 것을 승낙했다고 하더라도 공동생활자인 B군 아버지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 승낙이 없는 상태에서 A씨가 집으로 들어온 것이라면 B군 아버지의 주거의 자유와 평온을 해치는 결과가 발생했기 때문에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는 판결이었다. 하급심은 A씨에게 벌금 100만원형을 선고했다.
재판 중 판례변경…대법원 "무죄"
그런데 이 사건이 대법원의 심리를 받는 동안 상황이 크게 바뀌었다. 지난 9월 대법원이 전원합의체를 열고 주거침입죄 판례를 37년만에 변경했기 때문이다.
당시 대법원은 성관계를 목적으로 내연녀의 남편 몰래 그의 집으로 들어간 남성 C씨의 주거침입죄 판결에서 기존 판례를 바꿔 C씨의 무죄를 확정했다. 1983년에 만들어진 기존 판례는 불륜남이 내연녀의 승낙을 얻어 집에 들어왔더라도 부재중인 남편의 주거의 평온을 깨뜨린 것으로 인정할 수 있기 때문에 유죄가 된다는 취지였다. 바뀐 판례에서 대법원은 내연남이 남편과 공동 주거권자인 아내의 승낙을 받고 집으로 들어왔다면 ‘주거의 평온’을 깨뜨린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번 사건에서 A씨도 이 판례 변경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대법원은 “외부인이 공동거주자 중 일부가 부재중일 때 주거 내에 있는 거주자의 현실적인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 방법에 따라 공동 주거에 들어간 경우라면 그것이 부재중인 다른 거주자의 추정적 의사에 반하는 경우에도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며 A씨 2심 판결에 법리 오해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대법원은 2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무죄 취지로 수원지법에 돌려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