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상의 문제로 백신을 맞지 않은 직장인 김모씨(27)는 ‘나 홀로 연말’을 보낸다. 정부가 지난 주말(18일)부터 강화된 거리 두기 조정안을 적용하면서 백신 미접종자는 ‘혼밥’만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유전자 증폭(PCR) 검사를 받고 음성 확인서를 제출하는 방안도 있지만, 하필 예약한 식당이 모두 “미접종자는 받지 않는다”고 했다고 한다.
김씨는 “미접종자 1명은 된다고 해서 친구들과 어렵게 약속을 잡았는데 나만 빠지게 됐다”며 “K-방역으로 인한 K-왕따가 됐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안 그래도 (미접종자라) 눈치 보이는데 2년 만에 잡은 연말 모임에 나만 못 간다고 생각하니 속상해서 눈물이 난다”고 덧붙였다.
미접종자 안 받는 점주들 “혼란 방지 위해”
‘미접종자는 받지 않는다’는 식당ㆍ카페가 늘면서 백신 미접종자 소외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백신 접종 완료자만 이용 가능하다고 밝힌 청담동의 한 일식집은 “매장에 오는 손님들도 혼란스럽고, PCR 유효기간이 48시간인데 착각을 하고 오시는 분들도 있어서 애초에 이를 방지하고자 받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백신 미접종자인 회사원 A씨(36)는 “PCR 확인서를 지참해도 회사 근처 식당과 카페 중 아예 이용 불가하다고 써 붙인 곳이 꽤 있어 출근할 때 도시락을 챙겨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B씨는 이어 “동료들과 커피 한 잔도 못 마시고, 외부 미팅을 전혀 할 수 없어 업무에도 상당한 지장이 있다”며 “계속 이렇게 소외되면서 생존권까지 위협을 받는 기분”이라고 하소연했다.
‘이기주의자’, ‘잠재적 바이러스 전파자’ 프레임도
정부는 의학적 이유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지 못한다는 병원 소견서를 받을 경우 방역패스 예외를 적용한다고 했지만, 소견서를 받는 것도 녹록지 않다. 20대 직장인 이모씨는 “응급실에서 진단서를 써달라고 했을 때 ‘백신 접종으로 인한 부작용 의심’ 정도로 받았는데, 소견서는 서류를 10개 정도 받아서 오라고 해서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A씨도 “병원에서도 조심스러워서 소견서를 못 써준다고 하더라”고 했다.
백신 미접종자들은 “방역 패스로 백신 미접종자를 바이러스 취급하게 만든 정부가 야속하다”고 입을 모은다. A씨는 “상대방한테 미접종자임을 밝힐 수밖에 없는데, 민감한 개인의료정보를 공개하고 일일이 동의를 구해야 하는 이 현실이 정상적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단순히 식당과 카페를 못 가서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니다”라며 “2년 동안 대부분 재택근무하고, 외출할 때도 집과 회사만 왔다 갔다 했는데도 ‘방역 비협조자’, ‘이기주의자’, ‘잠재적 바이러스 전파자’ 취급을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김씨는 “PCR 검사지가 있으면 된다더니 결국 미접종자 안 받는 가게들이 생겨나고 점점 차별과 소외는 심해진다”며 “백신 접종완료자들 사이에서 돌파 감염도 많이 일어나는데, 미접종자만 이렇게 가둬놓는다고 해서 코로나19가 잡히는 건지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백신이 가장 효과적” vs “과학적으로 타당치 않아”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는 “백신을 맞는다고 코로나19가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예방접종이 코로나19로부터 개인과 사회의 피해를 줄일 가장 효과적이고 현재로써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이어 “의학적인 사유로 접종하지 못하는 경우라면 차별을 받지 않도록 보호받아야 하겠지만, 개인의 결정에 따른 미접종이라면 방역 패스가 이들을 소외시킨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방역 패스는 과학적으로 타당하지 않다"고 했다. 신규 확진자의 3분의 2가 접종 완료자이고, 확진자 숫자는 접종 완료자가 더 많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해지니까 방역패스를 도입해 백신을 반강제화하면서 국민에게 방역 실패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백신을)두 번 접종해봤자 오미크론 앞에선 무용지물"이라고 말했다.